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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인계 빠진 중령, 회의록 통째로 넘겨

온라인 중앙일보 2014.07.16 00:07



무기중개상 고용 20대 여성 …영관 3명에 스키ㆍ등산ㆍ저녁 접대
주범, 10년간 커미션만 54억…다른 장교 6명은 수뢰 혐의











국방부 영관급 장교들이 무기중개상의 ‘미인계’에 빠져 군 무기도입사업 군사기밀 수십 건을 무기중개업체에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다. 미인계에 동원된 여성은 무기중개상이 직접 채용한 20대 여직원이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부장 이현철)와 국군 기무사령부는 15일 합동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런 내용을 공개했다. 미인계가 육해공군 방위력개선사업 군사기밀 31건의 해외 방위산업체 유출사건의 발단이 됐다는 거였다.



 영어강사 출신인 주범 김모(51·구속기소)씨는 1999년부터 프랑스 방산업체 탈레스의 컨설턴트와 해외 방위산업체 K사의 이사로 근무하며 무기 거래 중개를 해 왔다. 해외 방산업체로부터 10년간 무기중개 커미션(1%)과 보수로 번 돈만 54억원.



 김씨는 평소 국방부 방위사업청과 각 군 본부의 영관급 장교들과 친분을 쌓아 왔다. 그러던 중 서울 강북의 한 특급호텔 바에서 지난해 11월 만난 여성(29)을 직접 ‘군 접대’ 전문직원으로 채용해 로비에 활용하기 시작했다. 이 여성은 올해 2~6월 군사기밀 유출 혐의가 드러난 공군본부 기획전력참모부 박모(46·구속기소) 중령, 방위사업청 국책사업단 조모(45·구속기소) 소령, 방사청 계획운영부 최모(47·불구속기소) 대령과 같이 또는 따로 어울렸다. 김씨가 주재하는 저녁 술자리에 동석하거나 스키장 여행, 등산을 함께했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박 중령은 올해 3~6월 ‘중장거리 유도무기도입사업’ ‘잠수함 성능 개발’ ‘해상감시레이더사업’ 등 자신이 업무상 취급하던 20개 사업과 관련된 3급 군사기밀을 김씨에게 건넸다. 15개 방위력개선사업 비밀이 담긴 합동참모회의 회의록을 통째로 복사해 김씨에게 직접 전달한 적도 있다. 조 소령은 유흥주점 등에서 두 차례 접대를 받고 ‘소형무장헬기개발사업 결과보고서’를 빼돌려 함께 구속기소됐다. 최 대령도 방위사업청의 비행실습용 훈련기 구매계획 등을 김씨에게 자필로 메모해 넘기고 대가로 250만원짜리 기타와 유흥주점 접대를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해당 여성은 검찰 조사에서 “성 접대는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일부 장교는 기무사 조사에서 “주범 김씨의 주선으로 성 접대를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미인계 외에 현금과 선물도 동원했다. 현역 장교 6명에게 현금 500만원과 체크카드 등 1000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군사기밀보호법 및 뇌물)를 받고 있다. 자신이 관리해 온 한 현역 장교에겐 1억원을 차용한 것처럼 꾸며 이자조로 1000만원을 얹어 주기도 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또 예비역 장교 출신 ‘군피아’를 직원 또는 컨설턴트로 채용해 기밀을 빼냈다. 구속기소된 예비역 해군 대위인 K사 염모(41) 부장은 대공유도탄사격지원체계사업 작전운용 성능 등 5개 사업의 3급 비밀을 빼돌려 김씨에게 전달했다. 예비역 공군 정모(59·불구속) 중령도 2010년부터 K사 컨설턴트로 일하며 4개 사업 관련 3급 비밀을 누설했다고 한다.



 국내 대기업 H사 방위사업본부 신모(48) 부장은 2008년 입수한 해군 차세대 호위함(FFX) 전력추진사업 관련 2급 군사기밀을 빼내 김씨에게 전달한 혐의로 함께 불구속기소됐다.



 김씨는 이렇게 빼돌린 육해공군 방위산업 관련 기밀 31건을 영문 번역작업을 거쳐 프랑스 탈레스, 미국 BE메이어스 등 10개국의 21개 해외 방산업체와 한국지사 2곳, 한국 방산업체 L사 등 2곳 등 25개 업체에 넘겼다.



 해외 방산업체와의 접촉이 탄로 날 것에 대비해 국외로 나갈 때는 자신의 쌍둥이 형의 여권과 인적사항을 활용, 철저히 신분을 위장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과 기무사령부는 지난해 3월 제보를 받고 내사에 착수해 사건 전모를 밝혀 냈다. 검찰 관계자는 “방위산업 실무를 담당하는 영관급 장교들이 방산업자 및 재취업한 예비역 장교들과 수년간 부적절한 친분을 유지하며 비밀문서를 무더기로 넘긴 사건”이라며 “그나마 무기도입사업이 성사되기 전에 적발해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로부터 유출된 기밀 원본을 압수한 기무사는 해외 업체 측에 문서 자진 삭제를 권고했다.



 이에 대해 방위사업청 관계자는 “군사기밀을 넘겨받은 해외 업체에 강력 경고하는 한편 앞으로 각종 불이익을 부여하겠다”며 “청 내부에 보안전담팀을 신설해 재발을 막겠다”고 말했다.



정효식·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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