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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통일준비의 출발점은 대화와 협력이다

중앙일보 2014.07.16 00:03 종합 34면 지면보기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어제 공식 발족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연초에 밝힌 ‘통일대박론’을 뒷받침하고, ‘드레스덴 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한 공식기구다. 민관 협업을 통해 통일한국의 미래상과 통일 추진의 구체적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내실 있는 평화통일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것이 청와대가 밝힌 위원회 발족 배경이다.



 위원회 구성과 50명의 참여 위원 면면을 보면 정부 나름대로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위원장인 대통령을 포함해 정부 측 위원이 20명이고, 민간 측 위원이 30명이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과 정종욱 전 주중대사가 각각 정부와 민간 측 부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돼 있다. 또 외교안보·경제·사회문화·정치법제도 등 4개 분과위별로 민간위원들을 배치해 각자의 전문성을 토대로 실질적 성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른바 진보 진영으로 분류될 수 있는 인사들과 과거 정부 출신 인사들을 참여시킨 점도 눈에 띈다. 통일은 긴 과정이다. 정권의 변화와 상관없는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때 통일 준비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시각과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노력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국회의 여야 정책위 의장을 당연직으로 포함시킨 것도 잘한 일이다. 실효적인 통일 준비를 위해서는 대의기구인 국회와의 소통과 초당적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체적 운영과 관련해서는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규모가 너무 방대하다 보니 자칫 보여주기식 전시성 운영으로 흐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각 분과위 소속 전문위원과 120개 단체가 참여하는 시민자문단, 대학총장과 고교교장으로 구성된 통일교육자문단, 언론자문단까지 합하면 참여인원만 수백 명이다. 효율적인 논의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업무중복에 따른 옥상옥(屋上屋) 논란도 여전하다. 비슷한 성격의 기구를 또 만들어 공연히 논의구조만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 있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더 큰 문제는 남북관계다. 통일 준비는 우리가 자체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북한과의 협력이 불가피한 부분도 많다. 박 대통령이 드레스덴 구상에서 밝힌 북한 주민의 민생과 직결된 인프라나 인도적 지원, 민족동질성 회복과 관련한 교류사업 등은 북한의 동의가 있어야 가능한 것들이다. 북한은 드레스덴 구상에 대해 흡수통일 음모라며 극렬히 반발하고 있다. 흡수통일을 염두에 두고 통일준비위원회를 발족한 게 아니라는 점을 북측에 납득시키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해 보인다.



  통일은 목표이자 하나의 지향점이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과정이다. 통일은 화해와 협력을 통해 남과 북이 평화적이고 점진적으로 통합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이다. 그 과정이 혼란스럽거나 요란해서는 안 된다. 차분하게 진행돼야 한다. 남과 북의 대화와 협력이 진정한 통일 준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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