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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복의 세계 속의 한국] 부르카 전쟁 인권과 종교의 자유

중앙일보 2014.07.10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이슬람 여성들이 율법에 따라 몸을 가리는 복장에 부르카, 니캅, 히잡, 차도르가 있다. 이 중 부르카는 온몸을 가리는 것은 물론 눈까지도 그물로 가린다. 무슬림 여성들의 이 복장의 착용 금지를 두고 유럽에서 심각한 논쟁이 한창이다. 이를 가장 먼저 금지한 나라가 프랑스다. 프랑스는 1789년 대혁명 이래 정종분리(政宗分離:)의 원칙이 확고해 공공장소에 종교적 심벌을 장착하는 것을 위헌으로 규정한다. 학교·공공장소에 기독교의 상징인 십자가도 설치하지 못한다. 이런 프랑스조차 공공장소에서 종교적 상징인 히잡·차도르 등의 착용을 금지한 뒤 이슬람교도로부터 ‘종교탄압’이란 격렬한 항의를 받고 있다. 특히 부르카의 경우 사르코지 전 대통령이 2009년 “프랑스라는 자유의 나라에서 자신의 정체성도 사회적 접촉도 없이 옷감으로 된 감옥에 사는 여성이 있다는 사실은 견딜 수 없다”며 불에 기름을 부었다. 이후 부르카 금지법이 제정되고 2011년 4월 1일 발효되었다. 이를 어기고 부르카를 착용한 여성은 150유로(약 20만원), 착용을 강요한 남성에게는 3만 유로(약 4100만원)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당연히 이에 항의해 무슬림은 EU 법원에 이 법을 철폐하라고 고소했지만 EU 법원은 올해 7월 초 프랑스 법이 유효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 근거는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이 나오자 독일을 비롯해 오스트리아, 심지어는 EU 회원국이 아닌 스위스까지 반 부르카법을 만들겠다고 서두르고 있다. 이 두 나라는 이슬람 부호들의 관광과 쇼핑 비중이 크다. 따라서 전국적으로 불과 100여 명에 불과한 부르카 착용 여성들 때문에 이런 법을 만든다면 관광수입에 큰 영향이 있다는 반론과, 여성의 인권과 존엄을 지켜야 한다는 찬성론이 크게 충돌하고 있다. 찬성론자들이 강조하는 것은 “사람이 사람과 얘기할 때는 적어도 복면이 아니라 얼굴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점점 반 외국인, 반 이슬람의 바람이 거세어져 가는 데 있다. 유럽의 진보인사들은 이러한 반 부르카 법이 몇 명 안 되는 부르카 착용 여성을 규제하려는 게 목적이 아니라 이슬람에 대한 공포와 거부감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비판한다. 계속되는 중동 분쟁과 이슬람 과격단체의 연이은 테러, 시리아·이라크 내전 등 이슬람 세계의 불안정이 크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게 사실이지만 어찌 보면 유럽의 전반적인 우경화 흐름이라는 맥락에서 바라볼 수도 있다. 인권을 이야기하는 기독교의 유럽, 종교탄압을 주장하는 이슬람 세계, 아직도 가까워지기 어려운 두 세계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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