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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네가 가라, 집에

중앙일보 2014.07.09 00:42 종합 24면 지면보기
네덜란드와 아르헨티나가 준결승에서 격돌한다. 네덜란드는 1974·78년에 이어 지난 대회에도 월드컵 준우승에 그쳤다. 아리언 로번(왼쪽)은 네덜란드의 월드컵 첫 우승을 꿈꾸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가 86년 멕시코 대회 때 마라도나처럼 우승을 선사할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신화·AP=뉴시스]


마스체라노(左), 판 페르시(右)
아르헨티나 태생인 막시마(43) 네덜란드 왕비는 네덜란드-아르헨티나의 브라질 월드컵 4강전(한국시간 10일 오전 5시·상파울루)을 앞두고 마음이 복잡할 것 같다. 아르헨티나 군사정권 시절 농업장관이었던 호르헤 소레기에타의 딸인 그는 2002년 빌럼 알렉산더르과 결혼했고, 지난해 남편이 네덜란드 국왕에 즉위해 왕비가 됐다. 나도 양국 축구가 모두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기에 한쪽 편을 들기가 쉽지 않다.

안정환이 보는 네덜란드·아르헨티나 4강전
아르헨티나, 메시 의존도 낮춰야
수비의 핵 마스체라노 활약 중요
네덜란드는 로번 빠른 발 활용
골잡이 판 페르시 움직임이 열쇠



 아르헨티나의 에이스는 단연 리오넬 메시(27·바르셀로나)다. 월드컵 빼고는 다 이룬 메시는 이번 대회 팀의 8골 중 5골에 관여(4골·1도움)했고, 4경기 연속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의 우승을 이끈 디에고 마라도나(54)의 재림 같다. 중계 도중 “다시 태어난다면 메시로 태어나고 싶다.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조용히 눈으로 보겠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런데 아르헨티나에는 메시가 둘이나 다름없다. 수비에도 메시가 있으니, 하비에르 마스체라노(30·바르셀로나)다.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스체라노는 1m75㎝로 키는 작지만 살림꾼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작은 지배자’라 불린다. 2010년 리버풀에서 바르셀로나로 이적해 8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 전체 736명 중 패스 성공률 2위(87%), 볼 회수(recovered ball) 2위(37개)다.



 마스체라노는 최다 득점팀(12골) 네덜란드의 파상공세를 1차 저지하는 중책을 맡았다. 네덜란드의 만능 공격수 아리언 로번(30·바이에른 뮌헨), 베슬리 스네이더르(30·갈라타사라이)를 봉쇄해야 한다. 마스체라노는 “우리보다 빠른 네덜란드를 달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원맨(one man) 팀’ 꼬리표를 떼는 게 관건이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29·레알 마드리드)의 포르투갈처럼 한 선수에 의존한 팀은 모두 탈락했다.



다행히 아르헨티나는 벨기에와 8강전에서 전체가 제 몫을 하며 편견을 깼다. 2010 남아공 월드컵 한국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곤살로 이과인(27·나폴리)이 결승골을 뽑아냈다. 아르헨티나는 윙포워드 앙헬 디 마리아(26·레알 마드리드)가 허벅지 부상으로 결장하는 게 뼈 아프다. 세르히오 아궤로(26·맨체스터시티)가 부상을 딛고 돌아와 그나마 위안이 된다.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있다면, 네덜란드에는 로번이 있다. 패트릭 클루이베르트(38) 네덜란드 코치는 ‘메시를 막을 방법이 있나’란 질문에 “그럼 아르헨티나는 로번을 어떻게 막을 텐가”라고 반문했다. 거스 히딩크(68) 차기 네덜란드 감독 역시 “아르헨티나에 메시가 있지만, 네덜란드에는 로번이 있다”고 말했다. 스페인전에서 순간 스피드 시속 37㎞를 찍은 로번은 이번 대회 3골·1도움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로번은 주특기가 찬스 메이킹인 만큼, 로빈 판 페르시(31·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득점포를 재가동해야 네덜란드는 승산이 있다. 2002년 네덜란드 페예노르트에서 프로 2년차 판 페르시와 함께 뛴 송종국(35) MBC 해설위원은 “타고난 골잡이인데 당시는 개인 위주로 축구했다”며 “감독이 ‘그런 식으로 할 거면 집에 가라’고 했고, 진짜 한 달간 집에 갔다 와서 열심히 하더니 진정한 공격수로 변신했다”고 회상했다. 스페인전에서 월드컵 사상 최장거리(16m) 헤딩골을 터트린 판 페르시가 해결사 역할을 해 줘야 한다.



 네덜란드는 4강 진출국 중 8강에서 유일하게 연장전을 치러 체력 부담이 있다. 16강전에서 사타구니 부상을 입은 ‘중원의 핵’ 나이절 더 용(30·AC밀란)이 복귀를 노리고 있고, ‘스리백의 중심’ 론 플라르(29·애스턴 빌라)가 무릎 부상으로 출전이 불투명하다.



 아르헨티나가 아메리카 대륙에서 열린 7차례 월드컵 모두 남미팀이 우승한 기록을 향해 진군할까. 네덜란드가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 결승에서 아르헨티나에 패한 복수에 성공할까. 내가 더 긴장된다.



리우 데 자네이루=안정환 중앙일보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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