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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시간 통학 동행한 교사들 … 비행소녀들을 바꿨다

중앙일보 2014.07.08 00:50 종합 5면 지면보기
경기도 안양시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에서 원생들이 미용 실습을 하고 있다. 이 학교는 교사들이 원생들과 가족 같은 관계를 유지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비율을 5%로 낮췄다. [강정현 기자]
경기도 안양시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는 소년보호처분 중 가장 강한 9호(1~6개월), 10호(6개월~2년) 처분을 받은 아이들만 모이는 여자 소년원이다. 현재 원생 중에는 95% 이상이 10호다. 어른으로 치면 강력범만 모인 셈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나갈 때는 달라진다. 다시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오는 재입소율이 5% 선에 그친다. 20%대인 다른 소년원보다 훨씬 적다. 이곳을 나온 배민지(19·가명)양은 그 이유를 “자라면서 가족에게서도 잘 느껴보지 못했던 관심과 애정을 교사들이 내게 쏟아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입소율 5% … '내 집 같은' 안양 정심여자정보산업학교
원생들 일기 쓰게 한 뒤 자주 대화
주말엔 일반 가정처럼 늦잠 재워
퇴소한 4700명과도 꾸준히 연락
맘잡은 아이들 진학·취업률 93%

 민지는 중학교 때 부모가 이혼했다. 가출과 오토바이 절도 등을 거듭하다 지난해 1월 안양 소년원에 왔다. 처음엔 싸움을 일삼았다. 그런 민지가 어쩌다가 착한 일을 하면 교사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던가. 민지는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연말 집이 있는 광주광역시의 4년제 대학에 합격했다. 하지만 아직 소년원에서 나갈 시기가 아니었다. 궁리 끝에 새 학기가 시작된 올 3월부터 교사들이 번갈아 매일 안양에서 광주까지 왕복 7시간 거리를 데리고 통학했다. 이런 생활은 민지가 소년원에서 나갈 때까지 두 달간 이어졌다. 요즘도 민지는 교사들과 수시로 카카오톡을 주고받으며 얘기를 나눈다. 그는 “소년원 선생님들을 통해 나 때문에 기뻐하고 가슴 아파하는 사람들이 세상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그런데 어떻게 엇나간 길을 갈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안양소년원이 처음부터 이렇게 원생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쏟은 것은 아니었다. 법무부에서 소년보호 분야 일을 하다 다른 소년원장을 거친 송화숙(56) 현 원장이 2012년 7월 부임하면서 교직원들을 모아놓고 이렇게 말한 게 변화의 계기가 됐다. “원생들은 가족과 집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을 마음 한 구석에 지니고 있다. 집 같은 소년원을 꾸미자.”



 여건도 뒷받침됐다. 원생 숫자가 정원을 30%가량 밑돌아 교직원 1인이 담당할 아이들 숫자가 적었다. 교직원들은 수시로 원생들과 대화하고 칭찬했다. 일기를 쓰게 하고는 그걸 바탕으로 세심하게 상담했다. 소년원에서 나간 뒤에도 계속 연락했다. 정원은 150명인데, 연락을 유지하는 안양소년원 출신이 4700여 명에 이른다 . 최근엔 토·일요일 기상 시간을 오전 8시로 늦췄다. 종전엔 1주일 내내 오전 6시30분이었다. “보통 집에서는 휴일에 늦게 일어나지 않느냐”는 아이들 얘기를 받아들였다.



 배움의 질을 높이기 위해 전문가와 전공 대학생들을 직업교육과 진학반 자원봉사 강사로 초빙했다. 교사들이 뛰어다니며 일자리를 구했다. 그 덕인지 최근 6개월간 안양소년원 출신들의 진학·취업률은 93%에 이른다.



 교직원들은 매월 일정 금액을 적립해 장학금으로 쓴다. 진학은 했으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소년원 출신들에게 학비로 준다. 올 초 전문대에 진학해 이 장학금을 받은 신지연(19·가명)양은 “열심히 노력해 선생님들께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위성욱(팀장)·신진호·최경호·최모란·윤호진·이정봉·구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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