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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완구씨 … JP식 타협정치 꽃피우나

중앙일보 2014.07.08 00:45 종합 8면 지면보기
“이완구 원내대표의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새정치연합 유기홍 수석대변인)


자민련 겪어봐 야권 처지 잘 이해
"새민련 표현 쓰지 말라, 야유 말라"
야당 성의 안 보이면 곤경 처할 수도

 최근 환경노동위원회에 정의당 소속 1석을 배정하는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줄다리기를 하던중 이완구(얼굴) 원내대표가 야당의 요구를 수용하자 새정치연합이 내놓은 논평이다.



갈등과 대결이 난무한 정치권에서 야당이 여당 원내대표에게 이런 평가를 내놓는 건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선 “이 원내대표가 여당 원내 지도부로서 새로운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 원내대표가 야당과 원만한 관계를 끌어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에피소드도 많다. 지난 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김성태 의원이 발언 도중 ‘새민련’이란 표현을 쓰자 이 원내대표는 즉각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해주길 부탁한다”고 주의를 줬다. 새정치연합 측이 ‘새민련’이란 약칭에 거부감이 강하다는 점을 배려한 것이다. 전임자였던 최경환 전 원내대표가 공공연히 ‘새민련’이란 단어를 입에 올렸던 것과 180도 달라진 분위기다.



 새정치연합의 한 초선 의원이 이 원내대표에게 “본회의 발언 때 새누리당 A 의원이 너무 야유를 보내 발언을 제대로 못하겠다”고 하소연하자 이 원내대표는 A의원을 불러 “그러지 말라”고 당부한 일화도 있다.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 때 새정치연합이 동행 의원으로 전순옥 의원을 추천하자 여권 일각에선 전 의원이 전태일 열사의 여동생이란 점에서 난색을 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청와대에 야당의 추천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력히 요청해 관철시켰다고 한다.



 이 원내대표의 이같은 대야(對野) 유화 노선을 놓고 그가 JP(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의 문하라는 점을 거론하는 사람이 많다. 이 원내대표는 15·16대 국회에서 당시 원내 3당이던 자민련 원내총무·대변인 등을 맡았다. 이 과정에서 극단적 대결보단 최대한 타협을 모색하는 JP식 정치를 익혔다는 평가다.



 그의 한 측근은 “자민련은 새정치연합의 전신인 국민회의(민주당)와 공동 정권을 구성했기 때문에 이 원내대표는 현 야권의 생리를 잘 이해하는 편”이라며 “줄곧 한나라당에서만 정치를 한 최경환·이한구 전 원내대표와는 야당에 대한 인식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야권의 중진인 박지원·이해찬·정세균 의원 등과 자민련 시절부터 오랜 교분이 쌓아왔다. 그래서 여당 내 범주류로 분류되지만 친박계 핵심 그룹과는 확실히 결이 다르다.



 이 원내대표가 야당에 허리를 굽히고 나선 것은 세월호 참사 이후 정국의 주도권이 야당에 넘어간 상황과도 무관치 않다. 당장 발등의 불인 정부조직법을 비롯해 경제활성화 법안, 인사청문회 개선안, 규제 개혁법안 등 과제는 태산 같지만 어느 것 하나 야당이 순순히 넘겨줄 기미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도 낮아져 여론의 전폭적인 지원도 기대하기 힘든 만큼 야당에 읍소하는 길 말곤 대책이 없어진 셈이다.



 이 원내대표의 정치 역정엔 고비가 여럿 있었다. 총선 불출마(2004년), 세종시 갈등으로 충남지사직 사퇴(2009년)에 이어 2012년엔 혈액암 판정(현재 완치)을 받아 정치를 접는 듯했지만 그때마다 위기를 극복하고 재기에 성공했다.



이번 원내대표직은 그에게 또다른 위기이자 기회다. 당 관계자는 “야당도 성의를 보여주지 않으면 아직 당내 기반이 부족한 이 원내대표가 곤경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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