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궤도처장에 수사 초점 … 독점납품 열쇠 쥔 인물

중앙일보 2014.07.08 00:40 종합 12면 지면보기
김광재(58) 전 철도시설공단 이사장이 지난 4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후 ‘철피아(철도 마피아)’ 비리 수사의 초점이 철도공단 전 궤도처장 A씨를 향하고 있다. A씨는 김 전 이사장의 영남대 동기다. 김 전 이사장이 2011년 8월 취임 직후 핵심 보직인 궤도처장에 임명했다.


김광재 전 이사장 취임 직후 임명
전직 간부 "AVT 측과 자주 접촉"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김후곤)는 A씨가 2012년 8월 철도 레일체결장치를 제조하는 AVT사의 경쟁사인 영국 P사 제품에 대해 ‘호남고속철도 공사에서 배제하라’는 공문을 시공·감리업체에 내려보낼 때 핵심 결재라인에 있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철도공단 비리의 배경을 밝히는 데 A씨가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말 A씨의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는 한편 현장에서 휴대전화도 압수해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분석했다.



 2012년 초 열차 차량 전문가인 A씨가 토목·레일 분야를 담당하는 궤도처장에 임명되자 공단 안팎에서 “김 전 이사장과의 학연 때문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공단 전직 고위 관계자는 “A씨는 AVT뿐 아니라 삼표 측 고위 인사와도 자주 접촉하며 사전제작형 콘크리트궤도(PST·레일 받침대를 공장에서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신공법) 문제 등을 긴밀하게 상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전 이사장은 AVT 이모(55) 대표 측 돈을 받은 혐의가 있지만 검찰은 그가 사망함에 따라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를 종결할 예정이다. 다만 AVT의 이 대표가 김 전 이사장 외에도 정치권 등에 전방위 금품 로비를 한 정황이 포착돼 이 부분에 대한 수사는 계속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2010년 3월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던 김성조 전 의원에게 500만원, 2007년 당시 대통합민주신당 최철국 전 의원에게 200만원을 후원하기도 했다. 지난 6일 구속된 전 새누리당 수석부대변인 권영모(55)씨도 2010년 이 대표가 후원금을 낸 날 500만원을 김 전 의원에게 기부했다. 김 전 의원과 권 전 부대변인도 영남대 선후배다.



 검찰은 정치권 로비의 연결고리로 권씨를 주시하고 있다. 그는 지난 3년여 동안 AVT의 고문으로 있으면서 2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권씨가 철도시설공단 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유력 정치인을 AVT 측에 연결해줬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 중이다. 아울러 김 전 이사장의 ‘영남대 라인’인 전 궤도처장 A씨와 권씨의 관계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수사의 초점이 레일체결장치 문제에서 삼표이앤씨가 연루된 PST나 궤도 공사 담합 관련 수사 등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



 현재 검찰의 철피아 수사는 ▶레일체결장치 납품 비리 ▶PST 관련 특혜 ▶호남고속철도 궤도 공사 담합 비리 의혹 등 크게 세 갈래로 나눠 진행 중이다.



 PST와 관련해선 삼표그룹이 수사 선상에 올라 있다. 삼표이앤씨는 김 전 이사장 취임 이후 철도공단이 발주한 PST와 고속분기기 납품 사업을 경쟁 입찰 없이 단독 수의계약 해왔다. PST는 호남고속철도와 일반철도 10여 곳에 도입됐다. 수주액만 400여억원이다. 고속분기기 역시 2012년 호남고속철도 납품 사업을 삼표가 수의계약으로 따냈다. 특히 수서발 KTX의 고속분기기 납품사업은 당초 공단이 삼표이앤씨와 수의계약을 추진하다가 본지 취재 직후 국제 경쟁 입찰로 입장을 바꾸기도 했다. <본지 6월 3일자 10면>



 검찰은 삼표 측이 비자금을 조성해 철도공단 등에 로비했는지를 캐고 있다. 삼표이앤씨와 궤도공영 등 선로 시공 업체들이 2012년 호남고속철도(오송~광주 송정 구간)의 3000억원대 궤도공사 경쟁 입찰에서 담합한 의혹도 있다. 당시 1공구(오송~익산 구간)는 궤도공영이 1316억원에, 2공구(익산~광주 송정 구간)는 삼표이앤씨가 1716억원에 수주했었다. 통상 경쟁 입찰에서는 예상 가격의 70~80%대에 낙찰되는 반면 이들 업체는 90%에 가까운 높은 가격으로 낙찰받았다. 검찰은 이들 시공업체가 ‘공구 나눠먹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심새롬·이유정 기자



◆AVT사=철도 레일체결장치(침목과 레일을 고정시켜 열차 탈선을 방지하는 부품)를 납품하는 업체. 독일 보슬로사의 제품을 독점 수입·납품하고 있다.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