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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차 '메르세데스' 엔진 … 변기 물통 속 뜨개 밸브서 힌트

중앙일보 2014.07.08 00:35 종합 16면 지면보기
“우리의 꿈을 실현해 줄 연료는 가솔린입니다.” 1884년 빌헬름 마이바흐(사진)는 고틀리에프 다임러(1834~1900년)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둘은 20여 년 전 고아 출신 10대 견습공과 전도 유망한 청년 엔지니어로 처음 만났다. 체계적 교육을 받은 다임러가 배운 건 적지만 창의적이었던 마이바흐를 멘토이자 친구로 이끌었다. 둘은 늘 함께했다. 다임러는 회사를 옮길 때마다 마이바흐를 함께 데려갔다. 다임러가 회사에서 밀려나면 마이바흐도 사표를 던졌다.


세상을 바꾼 엔지니어들 ③ 가솔린 엔진 만든 빌헬름 마이바흐(1846~1929)

 1882년 두 사람은 작고 가벼운 엔진 개발에 매달렸다. 당시 많이 쓰인 증기기관은 소형 운송수단에 쓰기에는 너무 무거웠다. 막 나온 내연기관은 가스를 연료로 사용해 출력과 회전수가 떨어졌다. 마이바흐는 당시 조명용 기름(등유) 부산물로 약품상에서 팔리던 가솔린에 주목했다. 가솔린은 폭발력은 강했지만 기화가 충분히 안 되고 폭발 시점을 맞추기 힘든 게 단점이었다. 마이바흐는 기존 장치를 교묘히 결합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흡기 통로에 스프레이를 설치하고 수세식 변기 수조에 쓰이던 뜨개밸브를 달아 가솔린이 일정하게 분무되도록 했다.



메르세데스 35HP
 1885년 마이바흐-다임러가 완성한 ‘할아버지 시계 엔진(grandfather’s clock engine, 엔진 모양이 추시계를 닮았다고 붙여진 이름)’은 가솔린 엔진의 조상이 됐다. 같은 해 최초의 자동차로 공인받은 카를 벤츠의 3륜차가 0.75마력 가스엔진을 사용한 데 반해 두 사람의 엔진은 1마력이었다. 분당 회전수도 600rpm으로 120~180rpm이 고작이었던 다른 내연기관을 압도했다.



 두 사람은 이 엔진을 개량해 1885년 오토바이, 86년 마차형 4륜 가솔린 자동차, 87년 모터보트, 88년 노면전차, 89년 본격적인 형태의 자동차를 제작했다. 경쟁사였던 벤츠도 뒤늦게 가솔린 엔진을 채택했다.



 1900년 다임러가 급사한 뒤 생산된 ‘메르세데스 35HP’는 1926년 벤츠에 합병된 뒤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메르세데스 명성의 시초가 됐다. 하지만 정작 마이바흐는 평생 단 한 번도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았다. 한때 벤츠가 생산했던 최고급 승용차 ‘마이바흐’는 그의 아들이 만들었던 차에서 이름을 따온 것이다.



마이바흐의 기술들은 이제 모두 구식이 됐다. 하지만 그가 다임러와 함께 완성한 가솔린 엔진은 ‘영원한 역사’로 남았다. 오토바이·자동차·비행기부터 모터보트·제트스키까지 오늘날 우리가 여름휴가 때 이용하는 모든 탈것은 120여 년 전 마이바흐가 남긴 유산이다.



이관수 동국대 다르마칼리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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