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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일기] 편의점 알바에 따뜻한 말 한마디를 …

중앙일보 2014.07.08 00:10 종합 33면 지면보기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청계광장의 한 편의점에서 임시 알바를 하고 있는 기자.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김민상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오전 4~6시에 서울 홍익대 근처에 가보세요. 그러면 말을 좀 해줄 겁니다.”



 국민 2000명당 한 곳이 있는, 잠자는 것 빼곤 다 되는 만능 공간 편의점의 24시(본지 7월 5일자 1, 10, 11면)를 취재하기 위해 아르바이트(알바)를 하는 점원들과 인터뷰는 필수였다. 하지만 알바와 대화를 트기가 좀처럼 쉽지 않았다. 평일 낮 무작정 들어간 편의점에서 그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고, 눈치껏 “기자입니다”고 소개하면 점주 눈치를 먼저 봤다. 그래도 뭔가 말은 하고 싶은 눈치였다. 알바들의 근로조건 개선에 나서고 있는 ‘알바노조’에 자문을 했다. “혼잡한 지역 중 손님이 적은 새벽 시간대에 방문하라”고 귀띔했다.



 3일 오전 홍대 근처 편의점 5곳에서 알바 5명을 만날 수 있었다. 어떤 알바는 “이런 데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고 했다. 88만원 세대의 ‘민낯’을 엿볼 수도 있었다. 이들은 시간당 최저임금 5210원보다 약간 많은 5500~6000원을 받았다. 매일 8~10시간 일하면 월급 통장에 대략 120만원이 꽂힌다.



 경남 진주에서 올라온 소재인(24·가명)씨는 “독하게 살면 한 달 50만원 저축은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는 ‘독하게’는 고시원에서 제공되는 밥으로 하루 세 끼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일부 알바들은 유통기한이 지난 삼각김밥을 먹는 ‘특혜’를 누리기도 한다. 이마저도 제한하는 편의점이 있으면 생활이 비참해진다고 했다. 범죄의 표적이 되기도 한다. 머리에 피가 흥건한 남성이 편의점으로 갑자기 들어오거나, 술에 취한 미성년자가 반말로 시비를 걸어올 때 난생 처음으로 경찰을 불렀다는 이도 있었다. 그마저도 비상버튼이 없거나 비상상황 대비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찔한 순간 직전까지 갔다는 증언도 있었다.



 2년6개월간 편의점 알바 경험을 인터넷 만화로 제작해 인기를 모은 지강민 작가는 “무엇보다 나이 어리다고 무시하는 진상 손님들 때문에 힘들다”고 밝혔다. 10시간에 불과한 기자의 알바 체험에서도 누군가 테이블에 돈을 내던진 순간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래서 알바 경험이 있는 이들은 편의점에 들어갈 때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하고, 나올 땐 “수고하세요”라고 말한다.



 1989년 편의점이 이 땅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지 올해로 딱 25년이 흘렀다. 그해 7개로 시작한 편의점은 이제 2만4000개를 넘어섰다. 편의점을 거쳐 등교하고 편의점을 거쳐 퇴근하는 일상도 이제 낯설지 않다. 25년간 한 번도 불이 꺼지지 않는 우리 시대 ‘일상’을 지켜낸 알바들을 위해 오늘 저녁 퇴근길에 ‘수고하세요’ 인사 한번 해봄 직하다.



김민상 문화·스포츠·섹션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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