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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ew York Times] 힐러리 지지로 권토중래 꿈꾸는 네오콘

중앙일보 2014.07.08 00:10 종합 33면 지면보기
제이컵 헤일브런
국제정치 계간지 ‘국가이익
(National Interest)’ 편집장
10년 가까운 ‘귀양살이’ 끝에 신보수주의 ‘네오콘’이 복귀를 꿈꾸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우크라이나 사태를 구실 삼아 이번 세계 위기가 조지 W 부시 행정부 초기 자신들이 주창했던 내정 간섭 정책 때문이 아니라 버락 오바마 대통령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날 선 비판을 퍼붓는 동시에 더욱 뻔뻔한 행보를 준비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에 동조하며 아직 초기 단계인 클린턴 대선 운동에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것이다. 미국 외교정책에서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기 위한 술책이다.



 물론 폴 울포위츠, 루이스 폴 브레머 3세, 더글러스 페이스, 리처드 펄을 필두로 구닥다리 네오콘의 업적과 명성은 이라크 사막에 묻힌 지 오래다. 또 네오콘 모두가 지지 정당을 바꾸려고 안달하는 건 아니다. 4월 보수 잡지 ‘위클리 스탠더드’의 윌리엄 크리스톨 편집장은 힐러리가 대통령으로 선출되면 “그녀의 충실한 영도하에 미국의 쇠퇴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방향을 모색 중인 네오콘도 분명 있다. 오래 둥지를 틀었던 공화당이 대외 내정개입 원칙과 거리를 두려는 현 상황에서 네오콘이라는 브랜드를 부활시키려면 다른 방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그럴듯한 활로다. 최근 ‘신(新) 네오콘 선언서’나 다름없는 ‘뉴 리퍼블릭’ 기고문으로 호평을 받은 역사학자 로버트 케이건을 살펴보자. 그는 동료 네오콘 학자들과 달리 독설로 빌미를 주지 않는다. 또 힐러리 국무장관 시절엔 영향력 있는 초당적 자문기관을 설립하는 데 성공했다.



 케이건은 미 기업연구소처럼 뻔한 네오콘 싱크탱크로 가지 않고 진보주의의 성채인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으로 자리 잡는 치밀함도 보여줬다. 브루킹스연구소의 수장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국무부 부장관을 역임한 스트로브 탤벗이다. 탤벗은 다음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경우 국무장관 내정자로 거론되고 있다. 탤벗은 케이건의 기고문을 ‘무게 있다’고 표현했다. 네오콘 출신인 케이건의 ‘신 네오콘 선언서’가 민주당 노선과도 부합한다는 것을 공인한 것이다.



 무엇보다 케이건은 네오콘의 뿌리가 냉전시대 민주당 정책과도 친연성(親緣性)이 있다고 강조한다. 그는 민주당 해리 트루먼 행정부의 딘 애치슨 국무장관을 특히 찬양한다. “애치슨과 트루먼 대통령의 정책을 계승한 대통령은 아이젠하워도 아니고 케네디, 닉슨도 아니다. 바로 레이건이다”며 네오콘이 가장 사랑하는 대통령인 레이건과 애치슨을 연결시킨다.



 케이건의 신중한 중도주의와 힐러리를 향한 존경심은 다른 네오콘들도 그대로 추종하고 있다. 미 외교협회 선임연구원 맥스 부트는 올해 ‘뉴 리퍼블릭’ 기고문에서 “아프간 추가 파병이나 리비아 사태 개입 등 논란이 있을 때마다 힐러리는 원칙에 기반해서 확고한 입장을 밝혔다”고 주목했다.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힐러리 클린턴은 이라크 전쟁에 찬성했고, 시리아 반군에 대한 무기 지원을 주장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했다. 진심으로 이스라엘의 편을 들었고 민주주의 전파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따라서 힐러리가 대통령이 된다면 네오콘을 위한 자리도 마련될 것이라는 상상은 어렵지 않다. 로버트 케이건 같은 인물을 데려온다면 아무도 힐러리가 국가안보에 약하다는 비난은 하지 못할 것이다.



 단지 지적 유대 때문에 방향 선회를 한 게 아니다. 레이건 대통령부터 존 매케인 애리조나 상원의원까지 네오콘의 오랜 친구인 공화당은 군사력 증강과 공격적 외교정책을 일관성 있게 지지했다. 하지만 공화당은 이번 대선에서 해외 내정 개입을 열렬히 반대하는 랜드 폴 켄터키 상원의원을 후보로 지정할 가능성이 있다.



 네오콘을 지지하는 매케인 의원의 전 수석보좌관 마크 솔터는 만약 폴이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된다면 국가안보를 중시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힐러리를 지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내 강경파나 좌파나 네오콘의 말 갈아타기를 군말 없이 받아들이긴 힘들 것 같다. 힐러리의 대외정책은 벌써부터 진보 진영에서 격렬한 비난을 받고 있다. 진보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는 힐러리가 “사실상 네오콘과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제2차 이라크 전쟁을 반대했던 유엔 주재 미국대사 서맨사 파워와 같은 인도주의적 개입의 지지자들은 네오콘의 일방주의적 군사주의나 국제사법재판소 등 국제기구에 대한 뿌리깊은 적개심을 불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힐러리의 추종자 중에는 주러시아 전 미국 대사이자 현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네오콘의 안식처’로 불린다) 선임연구원인 마이클 A 맥파울 같은 사람도 있다. 이들은 특히 민주주의의 확대나 대 이란 정책에서 케이건이나 부트 등과 입장이 같다.



 끝난 줄 알았던 네오콘의 여정은 이제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사설 담당 에디터이자 초기 네오콘의 철저한 신봉자였던 로버트 바틀리는 1972년 네오콘이 “민주·공화 양당 사이의 부동층”을 대표한다고 진단했다. 2000년대 초반 치열한 당파 싸움에도 불구하고 변한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제이컵 헤일브런 국제정치 계간지 ‘국가이익 (National Interest)’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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