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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석의 시시각각] '진보 꼴통' '진보 기득권층'

중앙일보 2014.07.08 00:10 종합 34면 지면보기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보수 꼴통, 수구 기득권층만 있는 게 아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7·30 재·보선 공천을 보면서 요즘 절감한다. ‘진보 꼴통’과 ‘진보 기득권층’의 존재를 말이다.



 2012년 대선 시절 이후 야권의 주요 슬로건은 ‘사람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런데 공천이 원래 시끄러운 것임을 인정하더라도 갈등의 양상을 보면 이 말에 회의를 품을 수밖에 없다.



 ㅡ①사람이 먼저, 꼼수가 먼저?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동작을에 기동민 전 서울시 부시장을 공천하면서 당이 뒤집어졌다.



 당장 허동준 전 지역위원장이 “피도 눈물도 없느냐”고 절규했다. 기·허 두 사람은 학생운동을 같이한 20년 친구다. 성균관대(기동민)·중앙대(허동준) 총학생회장 출신에 김근태계로 활동해 왔다.



 지금 정도의 리더십으로 광주 광산을에 나가겠다는 사람을 굳이 픽업해와 ‘절친’의 지역에 내리꽂는 공천을 하면서 조용히 넘어가리라 생각했다면 어리석었다. 이번 사안에서 야당은 사람이 먼저가 아니라 꼼수가 먼저였다. 김·안 대표에게 그런 아이디어를 주입한 사람이 누구였든 말이다. ‘피도 눈물도 없는 공천’이란 말이 나오는 판에 “우리당은 사람이 먼저”라고 얘기할 수 있나.



 ②사람이 먼저, 친구가 먼저?



 안·김 대표가 간과한 건 당내 진보그룹의 속성이다. 지금 야당은 투톱이야 안·김 대표라 하더라도 미드필드는 다른 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 1일 국회의원 31명의 허동준 지지 성명은 상징적이다. 동작을엔 기동민 공천 이전에 안 대표 사람인 금태섭 전 대변인 공천설이 나돌았다. 검사 출신인 금 전 대변인은 정치 신인이다. 그러자 현역 의원 31명이 집단으로 특정인을 지지하고 특정인(금태섭)을 비토했다. 현역의원이 집단으로 나서 자기 지역구도 아닌 다른 지역구 공천에 개입한 건 과문한 탓이지만 처음 보는 일이다. 31명의 명단을 봤다. 고려대·경희대·이화여대·전남대 총학생회장 출신을 비롯해 운동권 출신이 태반이었다. 마치 ‘전대협 동우회’ 명단 같았다.



 야당의 저변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사람이 먼저’라면 거기서의 사람은 좀 보편적 의미의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그들에겐 친구가 먼저였다.



 당에 뿌리가 약한 금 전 대변인은 기동민 카드에 튕겨져 나갔다기보단 이런 당내 ‘진보 기득권층’에 튕겨져 나갔다고 봐야 한다. 안·김 대표는 이런 권력지형을 무시하고 꼼수로 국면을 돌파하려다 이 난리를 만났다.



 ③사람이 먼저라며 영입 후 포로대우?



 대전 대덕은 어땠나. 꽃가마 태워 온 최명길 전 MBC 부국장이 출마를 포기했다. 안·김 지도부가 박영순 후보와 경선을 하라고 하자 거부했다. 박 후보는 한 달 전 지방선거에서 대덕구청장 후보로 나와 수백 표 차로 석패한 인물이다.



 전대협 부의장 출신이기도 하다. 지방선거에 출마했다고 보궐선거 나서지 말란 법 없지만 문제는 지방선거에 나설 때 낙선하면 정계은퇴하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아주 적은 표차로 지자 말을 바꿔 보궐선거에 도전했다. 정치적 약속을 한 달 만에 뒤집은 건 예전의 ‘꼴통 정치인’들에게서 보던 모습이다. 최 전 부국장은 선거조직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사람이랑 경선을 하라니 해보나 마나라고 생각한 것 같다. 어떻든 꽃가마에서 내리기도 전에 포로대우를 받은 셈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당에서 말이다.



 다시 동작을이다. 허동준 전 위원장은 지금 야당 대표실을 닷새째 점거하고 있다. 최고위원회의장에 난입하고, 두 대표를 만나면 “살려달라”고 읍소도 한다. 추종자들을 끌고 와 당을 난장판으로 만들곤 하던 옛날 낙천자들이 떠오른다. 대표실 점거 농성 따위의 생떼로 공천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지, 그렇게 공천받아서 무슨 영화를 누리겠다고 저러는 건지.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 어디에 숨었나. 투톱 지도부에서 당의 말단까지…. 정치, 정말 이상하게 한다.



강민석 정치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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