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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김승규, 인대 다친 손으로 벨기에 막았다

중앙일보 2014.07.08 00:06 종합 28면 지면보기
월드컵 벨기에전에서 부상을 딛고 선방을 한 김승규는 한국 축구의 새 희망이 됐다. [수원=김진경 기자]
‘부상이 덧나봐야 수술밖에 더 하겠나.’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전, 김승규(24·울산)의 멋진 선방 뒤에는 이런 투지가 숨어 있었다.


오른손 수술밖에 더 할까, 참고 뛰어
다행히 왼쪽으로 공이 많이 왔어요
올스타 중간 투표 1위? 신기해요

 그는 조기 귀국할 뻔 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 때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 인대를 다쳤다. 김승규는 “내 생애 가장 심한 손가락 부상이었다”고 회고했다. 벨기에전 당일 오전, 선발출전 통보를 받았을 때도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손가락이었다. 하지만 놀라운 집중력을 보인 그는 세이브를 7개나 기록하며 실의에 빠진 축구팬에게 한 줄기 희망을 줬다. K리그 경기를 위해 수원에 온 김승규를 7일 만났다.



 -월드컵 이후 인기가 대단하다.



 “정말 신데렐라가 됐다. K리그 올스타전 팬 투표 중간집계도 1위라고 들었다. 작년에는 나가지도 못했는데 1위라니 믿기지 않는다.”



 -벨기에전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떨렸는데 경기장에 들어가니 잘 풀릴 것 같다는 느낌이 왔다. 전날 좋은 꿈도 안 꿨는데 신기했다. 뭔가 보여주겠다는 부담은 없었다. 그냥 동료를 잘 보좌하자고 생각했다.”



 -정성룡(29·수원)에게 밀려 러시아전과 알제리전에 나오지 못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튀니지·가나와 평가전에도 성룡 형이 선발로 나갔다. 당연히 본선에서도 기회가 없을 거라 생각했다. 월드컵은 경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된다. 잘 보고 다음 월드컵 때 기회를 잡겠다고 다짐했다.”



 -벨기에전 선발로 낙점됐을 때는.



 “경기 당일 오전 미팅에서 출전한다는 걸 알았는데 제일 처음 든 생각은 ‘손가락’이었다. 마이애미 전지훈련 2주차에 오른손 네 번째 손가락을 다쳤다. 훈련하다가 잔디에 손가락이 걸렸는데 뭔가 툭 끊긴 기분이었다. 네 번째 손가락 관절이 빠졌다가 들어갔다더라. 손가락 안쪽 인대가 다 터져서 기이할 정도로 퉁퉁 부었다. 처음엔 작은 부상인 줄 알았지만 붓기가 빠지지 않았다. 골키퍼하면서 이 정도로 다친 건 처음이었다. 이러다 한국에 돌아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훈련을 계속했나.



 “손가락 부상이 덧날 수도 있지만 수술밖에 더 하겠냐고 생각했다. 월드컵 데뷔전이었고, 팀 운명이 걸린 경기라 집중했다. 신기하게 슛이 왼손 쪽으로 많이 와서 막기 편했다.”



 -대표팀 골키퍼 세대교체 이야기도 나온다.



 “성룡 형은 경기 후 ‘오늘 네가 제일 잘했다’고 말해줬다. 미안했다. 같은 포지션이라 마음을 잘 안다. 1월 전지훈련부터 같이 힘들게 준비했는데 현재 상황이 씁쓸하다. 성룡 형도 이운재(41) 선배와 그렇게 세대 교체를 했고 지금도 그렇다. 기분이 썩 편하지는 않다.”



 -대표팀 성적이 좋지 않아서 실망도 크다.



 “기대가 컸기에 실망도 큰 것 같다. 엿 사탕 투척은 많이 당황스러웠다. 나라를 대표해서 나갔기 때문에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주 겠다.”



수원=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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