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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의 야구노트] 답이 … 없네요 …

중앙일보 2014.07.08 00:04 종합 29면 지면보기
김응용 감독이 이끄는 한화가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최하위에서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팀 분위기도 엉망이다. 과거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했던 김 감독의 리더십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평가다. [중앙포토]


지난주 프로야구 최고 화제는 한화 외국인 선수 피에(29)와 강석천(44) 코치가 더그아웃에서 벌인 언쟁이었다. 지난달 29일 포항구장에서 일어난 이 장면은 TV로 생중계됐다. 사실 이 사건의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 두 사람 옆으로 날아든 물병이었다. 피에가 못마땅한 나머지 김응용(73) 한화 감독이 물병을 던져 화풀이를 한 것이다.

꼴찌 수모 못 벗는 김응용의 한화
내일 성장보다 오늘 성적 급급
마구잡이식 등판에 투수진 붕괴
선수 없다면서 2군 구장엔 안 가



 순간, 한화 선수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김 감독이 해태 지휘봉을 잡았던 1980년대처럼 의자를 집어던진 것도 아닌데 뭘 그러냐고? 아니다. 가족과 팬들이 보는 앞에서 선수들은 인권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느꼈다.



 이 장면에서 올 시즌 한화의 희망은 사그라졌다고 봤다. 한화는 지난주 LG와의 3연전을 무력하게 내줬다. 한화가 23승1무45패(승률 0.338)로 최하위에서 허덕이는 동안 LG는 7위로 올라갔다. 한화는 8위 SK에도 4경기 차로 밀리고 있다. 앞으로도 반등 요소를 찾기 힘들다. 투수력·타력·수비력 모두 형편없다. 1점을 따라가면 2점을 내주고, 한 경기를 어렵게 이긴 뒤 두 경기를 쉽게 지는 야구가 반복되고 있다.



 한화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네 차례나 최하위를 했다. 구조적인 문제가 누적된 탓이다. 구단은 과감한 투자를 하지 않았고, 선수 영입에 소극적이었다. 2군 구장조차 없어 유망주의 성장이 더뎠다.



 2012년 이후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충남 서산에 훌륭한 2군 구장이 지어졌고, 필요한 선수는 과감하게 스카우트했다. 10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김 감독을 영입한 것도 팀 개혁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서였다. 구단은 감독에게 팀 운영의 전권을 줬다. “투수들을 키우기 위해 홈구장이 더 넓어야 한다”는 김 감독 한 마디에 대전구장 펜스를 뒤로 미는 대공사를 벌이기도 했다.



 김 감독 부임 후 20개월이 지났지만 한화의 전력과 분위기는 날로 악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마무리 투수가 수차례 바뀌더니 이젠 누가 마무리인지 모를 지경이다. 지난해 4월12일 선발패를 당했던 김혁민을 이틀 뒤에도 선발로 내보내 또 졌다.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선발로 등판한 선수가 11명이나 된다. 잘 던지는 불펜투수는 사흘 연속 등판하기도 하고, 1이닝을 잘 막으면 지쳐 실점할 때까지 던지게 한다. 팀과 선수가 함께 성장하는 게 아닌, 오늘 실패하고 내일의 희망도 없는 야구다.



 김 감독은 등산을 즐기지만 서산은 가지 않는다고 한다. 2군 선수들은 1군 감독이 잠시만 왔다 가도 희망을 품고 독하게 뛴다. 그러나 김 감독은 2군 보고서만 받으며 “선수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올해 초 한화는 큰 돈을 들여 2군 스프링캠프를 일본 오키나와에 차렸다. 1군 캠프 바로 옆에서 2군 선수들이 땀 흘리고 있는데 김 감독은 한 번도 그곳을 찾지 않았다.



 현재 한화 2군은 퓨처스리그 남부 2위(33승3무26패·승률 0.559)에 올라 있다. 선수가 없는 게 아니라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하지 않은 것이다. 1군에 있는 선수들도 만년 꼴찌를 할 이들은 아니다. 코칭스태프가 선수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들의 마음을 얻었다면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도 있었다. 지난해 한화에서 6승14패·평균자책점 5.54에 그쳤던 외국인투수 이브랜드는 김 감독 눈에 차지 않아 재계약하지 못했다. 그는 올해 미국 메이저리그 뉴욕 메츠에서 1패1세이브1홀드·평균자책점 1.38로 맹활약 중이다.



 김 감독이 명장이라는 걸 부정하지는 않는다. 개성 강한 선수단을 확실히 장악하고, 강한 팀을 더 강하게 만드는 그의 능력은 탁월했다. 김성근(72) 고양 원더스 감독조차 “김응용에게 배우고 싶다”며 1994년 해태 2군 감독을 맡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 70대 노장이라도 20대 선수들과 소통해야 팀을 꾸려갈 수 있다. 특히 한화처럼 오랫동안 하위권에 머문 팀이라면 더 그래야 한다.



 한 시대가 지났고, 팀이 바뀌었지만 김 감독은 예전 그대로인 것 같다. 한화는 갈수록 뒤로 가는 느낌이다. 더 망가지기 전에 한화의 리더는 바뀌어야 한다. 김 감독이 다른 리더십을 보이거나, 아니면 다른 감독이 오거나.



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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