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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속으로] 오늘의 논점 - 문창극 총리 후보자 사퇴

중앙일보 2014.07.08 00:01 종합 30면 지면보기
중앙일보와 한겨레 사설을 비교·분석하는 두 언론사의 공동지면입니다. 신문은 세상을 보는 창(窓)입니다. 특히 사설은 그 신문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가장 잘 드러냅니다. 서로 다른 시각을 지닌 두 신문사의 사설을 비교해 읽으면 세상을 통찰하는 보다 폭넓은 시각을 키울 수 있을 겁니다.



중앙일보 <2014년 6월 25일자 30면>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한국 사회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중앙일보>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사퇴했지만 사태의 파장은 길게 남을 것이다. 문창극 사건은 한국 사회의 여러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 사건은 나라의 미래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세월호 희생자의 피 같은 호소는 국가개조다. 과연 이런 상태로 그런 개조가 가능하겠는가. 사회는 노출된 실상을 직시하고, 잘못을 반성하며, 교훈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사건을 사회 개조를 위한 거름으로 삼아야 한다.



 두 가지 점에서 한국 사회는 중대 결점을 드러냈다. 우선 진실을 찾아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후보자의 역사관을 정확히 알려면 교회 강연 전체를 보고 당사자의 해명을 듣는 게 필수적이다. 그런데 정치권·언론·시민단체·종교계의 상당수가 이런 노력을 외면했다. KBS 보도를 비롯해 ‘사실의 왜곡’이 만연한데 편의적 또는 의도적으로 이를 받아들였다. 한국 사회는 이미 2008년 광우병 사태 때 잘못된 보도에 의존하는 집단적 반(反)지성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체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도 이를 반복했다. 진실의 기둥을 잡고 반듯하게 서려는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논란을 처리하는 방식이 미숙하고 후진적이라는 것이다. 일제 식민 지배에 관한 문 후보의 언급은 분명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가치관·종교관·역사관에 따라 사람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논란과 그에게 총리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후보자를 둘러싸고 논란이 발생하면 국회 청문회에서 검증하고 국회가 표결하라는 게 한국 사회가 정해 놓은 절차다. 헌법과 국회법이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문창극과 안대희는 경우가 다르다. 안 후보자의 전관예우·고액 수임료는 역사관 같은 의식이 아니라 축재 같은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였다. 그런 도덕적 하자가 총리 자격에 심각한 장애가 된다는 데 사회적으로 별 이론이 없었다. 이는 후보자 자신도 결국 시인했다. 문 후보는 다르다. 역사관 논란은 말 그대로 논란이다. 이런 경우엔 법이 정한 ‘논란 처리방식’에 맡겨야 한다. 그것은 바로 청문회와 국회 표결인 것이다. 이런 것들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다. 내용 못지않게 절차도 중요한 것이어서 이게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가 흔들린다. 당장 앞으로 또 다른 논란들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논란이 두려워 사람들이 소신을 펴거나 공직을 맡는 걸 두려워하면 국가가 제대로 돌아갈 수 있나.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켜내는 1차 책임은 대통령과 국회에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을 끌면서 공을 다른 이에게 넘겼다. 이는 ‘논란의 공세’ 앞에 지도자의 용기를 헌납한 것이다. 그는 원칙보다는 현실적인 부담을 중시했다. 이는 그동안 자신이 주장한 ‘원칙과 신뢰’에 어긋난다. 원칙의 동력을 잃고서 앞으로 국정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새누리당은 오락가락하다 무기력하게 원칙을 포기하는 일에 합류했다. 새정치연합은 자신의 정권 시절엔 논란이 많은 장상·장대환 후보의 청문회를 열었다. 문 후보에 대해선 마녀사냥 같은 공세로 원칙을 망가뜨렸다.



 문 후보의 마지막 처신도 아쉬움이 남는다. 사퇴 직전까지 그는 청문회라는 원칙을 옹호했다. 회견에서는 민주주의의 가치와 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랬다가 대통령을 돕는 길이라며 사퇴했다. 자신의 주장대로라면 그는 국가와 국민의 원칙을 사수했어야 했다.



 이번 일은 소중한 열매도 남겼다. 사회의 기본을 중시하고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많은 지식인이 사태 후반부에 팔을 걷어붙이고 국회 청문회를 촉구했다. 그들의 주장대로 일이 진행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노력은 한국 사회가 합리를 보존하는 데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한겨레 <2014년 6월 25일자 31면>

이대로는 총리 지명 또 실패한다




QR코드로 보는 관계기사 <한겨레>
보름 가까이 지루하게 끌어온 ‘문창극 드라마’가 막을 내렸다. 그런데 그 끝마저도 씁쓸하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사퇴의 변’은 비판과 원망, 변명과 핑계로 가득 차 있다. 자신의 결격 사유에 대한 성찰도, 자신 때문에 빚어진 나라의 혼란과 국정 공백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사퇴 기자회견은 역설적으로 그가 얼마나 총리 부적격자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무대였다.



 문 후보자의 ‘국민 무시, 언론 폄하, 정치권 증오’는 실로 놀라운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에 대한 반대 여론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언론을 향해서는 “진실을 외면한 보도”를 했다고 꾸짖었다.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자신을 총리 부적격자로 결론 내린 게 단지 교회 강연 동영상 하나 때문이 아니라는 사실은 외면한 채 오직 ‘남 탓’ 하기에만 바빴다. 국민을 어리석은 존재로 얕잡아보는 그런 사람이 총리가 될 수도 있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면 오싹할 정도다.



 문 후보자가 국회를 향해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고 비난한 대목은 더욱 어처구니없다. 엄밀히 말해 국회 청문회가 열리지 못한 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동의요청안을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문 후보자의 중도하차가 형식상으로만 ‘자진사퇴’일 뿐 실제로는 청와대한테 ‘등 떠밀린’ 결과라는 것은 세상이 아는 일이다. 더욱 쓴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을 대하는 그의 말투다. “저를 불러주신 분도 그분이고 거두어들일 수 있는 분도 그분”이라는, 주로 ‘신’한테나 쓰는 표현까지 동원했다. 박 대통령을 신으로 경배하고, 국민을 포함해 나머지는 모두 안중에도 없는 사람, 문창극 후보자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박 대통령은 문 후보자의 중도하차에 대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그것을 통해 검증을 해서 국민들의 판단을 받기 위해서인데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서 참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은 것이 박 대통령 자신이 임명동의요청안을 재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사실은 벌써 까맣게 잊은 듯하다. 새누리당에서까지 반대하는 사람을 총리 후보자로 잘못 지명한 것에 대한 후회나, 문 후보자와의 밀고 당기기로 국정을 하염없이 공백상태에 몰아넣은 데 대한 반성은 눈곱만큼도 없다. ‘막장 드라마’의 주인공이나 감독이나 남 탓만 하기는 마찬가지인 셈이다.



 박 대통령이 번번이 국무총리 지명에 실패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문제는 아무리 소를 잃어도 박 대통령은 외양간을 고칠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 책임자들을 문책하라는 요구가 새누리당에서조차 분출하는데도 박 대통령은 들은 척도 하지 않는다. 이번 기회에 인사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고쳐 외양간을 새로 지어야 한다는 호소 역시 쇠귀에 경 읽기일 뿐이다.



 박 대통령은 이제부터 새 총리 후보자 물색에 들어갈 것이다. 그 기간도 지루하게 이어지겠지만 문제는 성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의 오만과 아집이 변하지 않는 한 인사 실패는 다람쥐 쳇바퀴 돌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럴수록 박 대통령은 국정 운영의 갈피를 잡지 못한 채 더욱 깊은 늪 속으로 빠져들 뿐이다. 안타까운 것은 박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이다.



논리 vs 논리

중앙 “절차적 민주주의 무너져” 한겨레 “인사 시스템 뜯어고쳐야”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잇따라 낙마하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6월 24일 문창극 총리 후보자가 “지금 사퇴하는 게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도와주는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지명 14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큰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퇴 기자회견에서 비판적 여론 형성 과정 등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자신의 입장과 주장을 강조함으로써 자진 사퇴의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대통령의 지명 철회임을 나타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김용준 총리 지명자까지 포함하면 안대희 후보자에 이어 1년4개월 동안 벌써 세 번째 총리 후보가 낙마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문창극 후보자는 그동안 낙마한 다른 후보자들이 주로 재산 형성 과정 등 도덕적 흠결이 문제였던 데 비해 언론인 시절 집필했던 칼럼과 교회에서의 강연 내용 등 개인의 가치관과 역사관을 둘러싼 논란으로 물러났다는 점에서 전과는 다른 새로운 논쟁 거리를 제공했다.



 문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중앙일보와 한겨레는 전혀 다른 관점에서 접근할 뿐 아니라 서로 상반된 평가를 내리고 있다. 중앙일보는 청문회를 열지도 못하고 중도 사퇴하게 만든 한국 사회 전체의 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미숙함과 오류에 초점을 맞춘 데 반해 한겨레는 후보자의 역사관 등 자질 부족과 이를 걸러내지 못한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을 문제 삼고 있다. 중앙일보의 ‘원칙을 지켜내지 못한 한국 사회’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총리 후보자 사퇴 과정에서 한국 사회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는 주장이다. 후보자의 역사관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교회 강연 전체를 보고 당사자 해명을 들어야 하는데도 정치권·언론·시민단체·종교계 상당수가 이를 외면함으로써 진실을 찾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또 일제 식민 지배에 관한 문 후보자의 언급이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이를 처리하는 방식이 미숙하고 후진적이었다는 주장이다. 가치관·종교관·역사관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이에 관해 총리 자격이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서는 국회 청문회를 통해 표결을 거쳤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겨레는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문 후보자를 부적격자로 결론 내린 게 단지 교회 강연 동영상 하나 때문이 아니라면서 사퇴의 변에서 비판과 원망, 변명과 핑계로 일관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자신의 결격 사유에 대한 성찰이나 자신 때문에 빚어진 나라의 혼란과 국정 공백에 대한 사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부적격자인지를 역설적으로 확인시켜 준 자리였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자의 ‘국민 무시, 언론 폄하, 정치권 증오’ 수준이 놀랍고 자신에 대한 반대 여론을 포퓰리즘으로 규정하고 언론을 향해 진실을 외면한 보도라고 강변하는 자세를 비판한다.



 중앙일보는 문 후보자가 도덕성과 관련된 문제로 낙마한 안대희 후보자와는 다른 역사관 논란 때문에 물러나게 되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법이 정한 ‘논란 처리방식’을 따르지 않은 국회를 비판한다. ‘역사관 논란은 말 그대로 논란’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내용 못지않게 절차가 중요한데 이를 지키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한겨레는 대통령을 대하는 문 후보자의 말투를 예로 들면서 ‘박 대통령을 신으로 경배하고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사람’으로 그를 규정한다. 일부 새누리당 의원까지 반대하는 총리 후보였다는 점을 들어 끝내 반성하는 자세가 없었던 게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두 신문은 ‘인사참사’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방식과 방향에 있어서도 서로 다르다. 중앙일보는 원칙을 지키지 못한 대통령과 국회에 1차 책임을 묻는 동시에 끝까지 청문회로 가는 길을 사수하지 못한 문 후보자의 자진 사퇴 결정에 대해 아쉽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한겨레는 이번에도 예외 없이 김기춘 비서실장을 비롯한 인사 책임자의 문책을 주장하면서 반복되는 지적에도 귀 기울이지 않는 박 대통령의 국정 운영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인사 실패는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기태 호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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