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J Report] 한 지붕 두 가게 … 돈 되는 동거

중앙일보 2014.07.08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서울 마포구 서교동 카페 비닷(B.) 2층 한 켠에는 레코드포럼이 있다. 다섯평 남짓한 공간에 터를 잡은 레코드포럼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재즈·탱고·클래식·블루스 장르의 음악을 들려주며 고객들의 발길을 끈다. 임대료 대신 매장의 전기세를 부담한다. [김성룡 기자]


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카페 비닷(B.)에서는 낯선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브라질의 음악듀오 리오 콘 브리오(Rio Con Brio)의 연주곡이다. 여느 카페에서는 듣기 힘든 노래를 선곡하는 것은 비닷 안에 자리잡은 레코드포럼의 사장 표진영(52) 씨다. 3층짜리 카페 중 2층 한쪽 구석에 자리잡은 레코드점. 카페 비닷과 레코드포럼의 만남은 극적이었다. 2012년 5월 극동방송 삼거리에서 17년간 영업하며 ‘홍대 음악문화의 축’을 이뤘던 레코드포럼이 점포 매각으로 문을 닫게 됐고 새 점포를 차리는데는 최소 2억5000만원이 필요한 상태였다. 포기하려던 찰나 카페비닷 측에서 매장 안에 또 다른 가게가 들어서는 ‘숍인숍(Shop in shop)’을 제안했다.

공생의 전략, 점포 나누는 창업 급증
카페 내 음반점, 편의점 안 세탁소 …
높은 임대료, 끝없는 불황 극복 묘책
한 매장서 낮-뷔페, 밤-호프 형태도



 표 대표는 “당시 비닷 측에서 원하는 자리를 내줄테니 손님들에게 좋은 음악을 틀어달라고 했다”며 “파격적인 제안이었다”고 말했다. 비닷은 음악을 맡길 수 있어서 좋고, 레코드포럼은 임대료가 들지 않아 좋은 윈윈 거래였다.



 커피와 음악을 파는 두 가게의 동거가 시작되자 기대하지 않았던 시너지가 나왔다. 비닷에는 ‘노래를 들으러 카페를 찾는다’는 손님들이 늘기 시작했고 레코드포럼은 임대료를 내지 않아 더 비싸고 좋은 씨디를 들여올 수 있게 된 것이다. 2009년 당시 매출 4억원 선이던 카페비닷은 숍인숍 영업 후 매출이 두배가량 오르는 효과를 누렸다. 지난달부터는 개인 악세사리 업체인 ‘비주아’도 카페 2층 입구에 팝업스토어로 자리잡았다. 이한성 비닷 대표는 “소규모 창업이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수수료를 거의 받지 않고 입점시켰다”며 “한지붕 세 가족이 살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인테리어·마케팅 비용도 덜 들어



서울 마포구 신수동의 세븐일레븐 서강레지덴시아점은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와 편의점을 한 매장에서 같이 운영하고 있다. [사진 세븐일레븐]
 주요 상권에 ‘점포 셰어링(sharing)’이나 숍인숍 영업이 늘고 있다. 점포 셰어링은 한 점포에서 시차를 두고 두가지 업종으로 장사하는 방식이고, 숍인숍은 공간을 나눠 점유하는 영업 방식이다. 과거 목욕탕 내부 마사지숍, 미용실 안 네일숍 등 동종업계에서 주로 시도됐던 형태들이 전 업종과 사업장으로 확장되는 추세다.



 점포셰어링은 ‘치솟는 임대료와 불황으로 인한 매출 감소’라는 이중고 극복을 위한 자영업자들의 고육책이다. 기존 임대업자는 임대료 부담을 덜고, 신규 창업자는 소자본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산디지털밸리내 지식산업센터 지원상가 2층에서 치킨호프전문점을 운영하는 김대연(39)씨도 점포셰어링 덕분에 웃기 시작했다. 낮에는 햄버거 등을 파는 스낵코너를 운영해 임대료와 각종 경비를 충당하고, 저녁에는 술과 치킨을 판매해 고스란히 수익으로 남긴다. 김씨는 “낮에 커피를 팔고, 저녁에 본 장사를 하는 2부제 점포를 또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의 한 일식 주점도 123㎡(37 평)인 공간을 두고 높은 임대료 때문에 고민하다가 석 달 전부터 점심 한식 뷔페를 유치했다. 닭갈비·돈육 곤약조림·떡볶이·만둣국 등으로 직장인 뷔페를 시작했고 80석인 홀은 점심마다 만석이다. 덕분에 저녁 손님까지 늘었다.



한지붕 두가족이 들어선 숍인숍들도 다양한 성공사례를 낳고 있다.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앞 세븐일레븐 서강레지덴시아점 매장 안에는 세탁소가 있다. 주변 대학가에 1인가구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평일·주말에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는 세탁편의점을 동시에 운영하는 것이다. 점포 매출의 20%는 세탁소에서 나온다. 가맹점주인 권혜영(46)씨는 “세탁물을 맡기러 오는 고객들이 간단한 음료나 먹을거리를 구매하는 경우가 많아 편의점 매출도 덩달아 올랐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마포한사랑길점도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스피드’와 가맹계약을 맺고 편의점과 병행운영하고 있다. 이 편의점도 일반 편의점 매출 보다 40% 이상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전체 매출에서 세탁소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숍인숍은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특히 유리한 방식이다. 주로 대형 마트나 아울렛 등에 입점하는 숍인숍 매장은 권리금이 없고 점포 비용도 판매 수수료로 내는 경우가 많다. 창업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장사 수완만 좋으면 높은 매출을 올릴 수 있다. 또한 기존 점포 시설을 이용할 수 있어 인테리어 부담이 적고 별도의 마케팅 없이도 고객확보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도 안양에서 아이스크림점을 운영하는 박경한(37)씨는 겨울이면 떨어지는 매출을 고민하다 매장 빈 공간을 활용해 핫도그를 팔기 시작했다. 아이스크림점 창업 비용의 10%인 1500만원이 추가로 들었지만, 월 매출이 30% 정도나 늘어 남는 장사가 됐다. 핫도그를 먹고 아이스크림을 찾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숍인숍 창업 아이템은 이처럼 다양하다. 최근에는 찜질방 내 네일아트숍이나 피부관리실, 팬시문구점 내 미니 액세서리점, 주유소나 편의점 내 테이크아웃점, 문구점 내 온라인 인쇄편의점 등이 각광받고 있다.



 점포공유 영업이 다양화 하면서 상인들을 연결해주는 중개업체도 생겨났다. 지난해 10월 영업을 시작한 점포셰어링 소개업체인 마이샵온삽이 대표적이다. 최대헌(37) 마이샵온샵 대표는 “하루에 기존 매장 점주들에게는 3~5건, 임대를 원하는 사업자들의 문의는 7~10건씩 꾸준하다”며 “점심뷔페·국수집·카페·프랜차이즈 음식점·부동산 등 다양한 파트너들이 짝을 짓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밋빛 그림만 그려서는 곤란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지붕 두가족’이란 상황 때문에 빚어질수 있는 갈등이다. 점포셰어링의 경우 주력 업종이 타격을 받지 않아야 한다. 기존 점포의 주력업종이 부진할 경우 공유하는 다른 점포까지 영향을 받기 쉽기 때문이다. 또 서로의 영업시간이 명확하지 않을 경우 다툼이 생길 수 있고 고객들의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주의해야 한다. 같은 공간을 공유하기 때문에 청소나 재료관리 등에도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전문가들은 숍인숍은 장점을 최대화 하기 위해서는 매장 크기를 9㎡ 이하, 장소는 점포 안이나 점포에 달린 처마나 주차장을 활용해 단품이나 유행업종을 취급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또 1층에 자리잡는 것이 좋고 편의점 내부, 빌딩이나 커피숍 등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노릴것을 권했다. 점포셰어링 업체들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수 있게 ‘업종간 궁합’도 잘 따져봐야한다. 주유소 옆 테이크아웃 커피숍으로 운전자들을 끈다거나, 극장 구석에 카메라폰 자동 인화기를 설치해 연인들을 고객화 하는 식이다.



주력 업종 살리고 계약 꼼꼼히 해야



 특히 숍인숍 창업시에 원 임차인의 계약기간이나 영업시간을 확인해야 한다. 보통 권리금이나 보증금 없이 월세를 주고받는 경우가 많아 갑자기 기존 점포 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임차인의 권리를 인정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경철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월세 이외에도 관리비와 임대기간을 명시한 계약서를 반드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월세를 선불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어떤 점포든 장사의 핵심은 좋은 상권을 잡는 것이다. 숍인숍은 개별 마케팅을 하기 힘들기 때문에 상권이 그만큼 중요하다. 장 이사는 “메인 상권에 있으면서도 매출 부진에 시달리는 상가를 찾아 부가 아이템을 제시하고 점주와 입주조건 등을 협상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또 시간당 유동인구가 1500명은 돼야 하기 때문에 사업 시작 전 유동인구 숫자를 정확히 계산해봐야 한다. 최대헌 대표는 “좁은 공간을 나눠 쓰다 보면 심심치 않게 기존 점주와 창업자간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아이템을 고를 때도 기존 가게 업종과 충돌하지 않고 보완되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전했다.



 점포 셰어링 중개업체를 선택하는 일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강병오 FC창업코리아 대표는 “점포셰어링과 숍인숍이 활성화되면서 중개업체들이 점차 늘어가고 있다”며 “중개업체가 사업자등록을 제대로 했는지, 과거 중개 이력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보고 결정해야 실수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채윤경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공유하기

중앙일보 뉴스레터를 신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