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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심리검사 고작 20분 … "고위험군 판별 3시간 필요"

중앙일보 2014.07.03 00:30 종합 10면 지면보기
징병 심리검사는 현역 복무 부적격자를 가려내는 중요한 절차이다. 지난 1월 27일 서울지방병무청 인성검사장에서 징병 대상자들이 1차 심리검사인 KMPI(Korea Military Personality Inventory·국군표준인성검사)를 받고 있다. [뉴스1]


평소 대인기피증을 앓던 이모(21)씨는 2012년 3월 징병검사를 받았다. 정상적인 군 생활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 이씨는 징병 심리검사 과정에서 병력을 얘기하고 보충역으로 복무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하지만 병무청은 이씨에게 현역(2급) 판정을 내렸다. 지난해 1월 경기도 오산시의 한 육군부대로 입대한 이씨는 부대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했다. 말수가 적고 행동이 느린 이씨에게 선임병들은 “건방지다”며 나무랐고 후임병들도 이씨를 무시했다. 이씨는 휴가를 이용해 대학병원에서 심리검사를 한 결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담당의사는 ‘정상적인 군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소견을 냈다. 이씨는 부대 복귀 후 진단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상급자 면담만 몇 차례 이뤄졌을 뿐 별다른 조치를 받지 못했다. 그해 9월 이씨는 자살을 시도했다. 다행히 동료 병사들에게 일찍 발견돼 목숨을 건졌다. 그는 의병제대 판정을 받아 현재 정신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씨의 치료를 담당했던 한국청소년자살예방협회 김도연 회장은 “초기 진단 때 공황발작 증세를 보이는 등 상당히 위험했던 상태였다”며 “ 이씨가 왜 현역 판정을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심리사 1인당 연 2000명 넘게 맡아
1년 계약직도 … 근무 연속성 떨어져
스위스선 56개 상황별 2박3일 검사



 지난달 21일 총기 난사 사건을 일으킨 22사단 소속 임모(22) 병장이 과거 징병검사 과정에서 이상 판정을 받고도 현역 입대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군 심리검사 제도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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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징병 심리검사는 크게 3단계를 거친다. 모든 징병 대상자는 관할 병무청에서 다면인성검사(MMPI)의 축소형인 KMPI 검사를 받는다. 1차 검사에서 걸러진 이상자들을 대상으로 병무청 임상심리사가 2차 심리검사를 진행한다. 개별 심층면담과 9종의 도구검사를 통해 복무 부적격자를 가려낸다. 면담 결과와 과거 치료기록 등을 토대로 군 정신과 의사가 신체등위 최종 판정을 내린다.



 문제는 병무청 임상심리사가 너무 적다는 점이다. 지난해 전국 각 지방병무청에 소속된 임상심리사 27명이 총 5만4452명을 상담했다. 1인당 면담해야 하는 검사자 수는 연간 2000명이 넘는다. 전직 병무청 임상심리사 A씨는 “하루에 10명 넘는 사람을 상담하기도 했다. 명칭은 개별 심층면담이지만 실제로 진행되는 시간은 20분도 채 넘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이러한 검사 방법에 대해 충남대 김교헌(심리학) 교수는 “임상심리학 관점에서 고위험군에 있는 사람을 가려내려면 적어도 세 시간의 면담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임상심리사 중 일부는 기간제공무원(1년 계약직)으로 채용돼 근무 연속성도 떨어진다.



 병무청은 “징병검사에서 정신이상자를 판별해내지 못하더라도 군 복무 중 KMPI검사를 총 네 차례 실시하기 때문에 충분히 걸러낼 수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교현 교수는 “KMPI는 불필요한 문항이 너무 많고 수년째 동일한 검사지로 진행됐기 때문에 유효성이 떨어진다”고 답했다. 일부 군 복무 기피자들은 인터넷 카페에 떠도는 KMPI 문항을 외워 정신이상자로 판명되도록 답안을 허위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2년 국가인권위원회 ‘군 복무 부적응자 실태조사’에 참여했던 서울사이버대 김윤나(사회복지학) 교수는 “병무청 임상심리사 수를 늘리고 군정신건강지원센터를 신설하는 등 해외 징병제 국가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스위스는 56개 상황별 행동대처능력을 보는 사회심리검사와 정신과 전문의 면담 등 2박3일간 체계적인 징병검사를 실시한다. 이스라엘은 복무 부적응자를 발견하면 정신건강센터로 이송한 뒤 증세를 진단하고 유형에 맞는 치료 과정을 거친다.



장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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