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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박지성 왜 안 왔죠? 브라질도 궁금

중앙일보 2014.07.02 00:25 종합 25면 지면보기
‘원팀, 원스피리트, 원골’을 슬로건으로 내건 축구 대표팀. 월드컵 결과는 1무2패, 승점 ‘원포인트’에 그쳤다. 벨기에에 패한 뒤 낙담하며 걸어나오는 선수들. [상파울루=뉴스1]


브라질 월드컵은 한국 축구에 커다란 물음표를 남겼습니다. ‘무승(1무 2패)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참담한 성적표 때문만은 아닙니다. 급변하는 세계축구의 흐름에 한국이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건 아닌지, 4년 후 러시아 월드컵에서는 환골탈태가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대한축구협회가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걱정 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브라질 현장 취재 뒷얘기
"안정환·박지성 밖에 모른다"
러시아 언론, 한국에 무관심
'따봉' 엄지 들면 만사형통
사람들 대부분 착하고 친절



 한국 축구의 부진과는 상관 없이 월드컵은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습니다. ‘축구의 나라’에서 열리는 월드컵답게 매 경기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지만, 치안 부재, 경기장 미완공, 판정 시비 등이 불거지며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송지훈·박린·김민규 중앙일보 기자와 오광춘·김진일 JTBC 기자가 만나 지면에 담지 못한 브라질 월드컵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눴습니다. 



 ▶오광춘(이하 오) 홍명보호는 역대 월드컵 대표팀 중 가장 많이 비공개 훈련을 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 전지훈련을 포함하면 10차례 가까이 될 겁니다. 상대팀에 우리 전력을 노출하지 않겠다는 의도였겠지만, 남을 신경쓰다 우리 훈련을 제대로 못하는 부작용을 낳았습니다. 공교롭게도 H조에 속한 3개국 기자들은 한국의 공개 훈련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죠. 훈련장에서 만난 한 러시아 기자는 한국 축구에 대해 ‘안정환과 박지성 밖에 모른다’고 말해 당황스러웠습니다.



 ▶송지훈(이하 송) 박주영을 지나치게 고집한 홍 감독의 결정은 여러 모로 아쉬웠습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홍 감독이 준비한 전술이 지나치게 단조로웠다는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증거였거든요. 2009년 20세 이하 월드컵 이후로 홍 감독은 국제대회마다 한 가지 포메이션(4-2-3-1)만 고수해 왔습니다. 16강 진출의 분수령이었던 알제리와의 2차전 당시 초반 15분 간 기싸움에서 밀렸는데도 ‘플랜B’를 내놓지 못하더군요. 한국전을 앞두고 선발 5명을 바꾸며 대대적인 변신을 꾀했던 알제리와 비교가 됐습니다.



 ▶김진일(이하 김) 홍명보호 멤버 중에 베테랑이 부족한 것도 아쉬웠습니다. 30대 선수는 수비수 곽태휘(33) 1명 뿐이었죠. 홍 감독은 이번 대표팀이 리더 부재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23명 모두가 리더’라고 설명하던데, 그 넓은 경기장에서 서로 대화조차 제대로 안 되는데 23명의 리더가 말이 되나요. 브라질 기자로부터 ‘박지성은 왜 안 왔느냐’는 질문을 받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영화 ‘어바웃 타임’에 시간을 되돌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선수는 아니더라도 박지성이 코칭스태프로 참여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봤습니다.



 ▶박린(이하 박) 이번 대회 기간에 안정환 해설위원과 자주 통화하면서 많이 배웠는데요, 우리 선수들에 대해서 ‘스타 플레이어가 없으면 미국처럼 많이 뛰기라도 해야 한다’고 꼬집은 게 기억납니다. 이영표 해설위원도 ‘한국 축구가 많이 뛰지 못하면 내세울 게 뭐가 있냐’고 비슷한 이야기를 했어요. 홍 감독이 이번 대회를 앞두고 ‘한국형 축구’라는 새로운 화두를 던졌지만, 이번 대표팀이야말로 많이 뛰고 투지가 넘치는 한국 본연의 축구를 망각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김민규(이하 규) 저는 브라질과 관련한 오해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출국을 앞두고 외교부에서 기자들을 상대로 브라질의 치안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했는데요. 한 마디로 요약하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였어요. 하지만 직접 겪어 본 브라질은 크게 달랐습니다. 제가 취재 중 만난 브라질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착했어요. 길을 잃은 저를 목적지까지 직접 데려다 준 분들도 많았죠. 엄지손가락 한 번 치켜들면(따봉) 모든 게 통하는 나라입니다.



 ▶박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취재를 위해 이동하던 중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연결편을 놓친 일이 있는데요, 제가 공항에 발이 묶여 어쩔 줄 몰라하자 공항 관계자들이 자기 일처럼 안타까워하더군요. 결국 다음 비행편 티켓을 얻어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송 월드컵 기간 한국에서 파견돼 브라질 현지에서 활동하는 경찰들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그러시더군요. 해가 진 이후에 인적이 드문 곳을 함부로 돌아다니지만 않는다면 큰 문제가 없을 거라고요. 사실 안전사고는 방심할 때 항상 발생하거든요.



 ▶오 월드컵 기간에 각 방송사들이 경쟁적으로 연예인들을 투입해 예능 프로그램을 찍었는데요, 도가 지나쳐 눈살을 찌푸리게 했습니다. 한 개그맨은 러시아와의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장에 버젓이 들어왔더군요. 전 세계를 통틀어 연예인이 월드컵 미디어센터에 들어오는 경우는 우리나라 밖에 없습니다.



 ▶송 이번 대회에서 한국 축구가 여러가지 문제점을 드러냈지만, 수확도 있었습니다. ‘국제용 골잡이’ 손흥민을 발굴한 게 대표적일 텐데요, 우리가 진 뒤에 유난히 손흥민 선수와 자주 인터뷰를 하게 됐어요. 지는 게 분한지 말끝마다 울먹이는 모습이었는데, 친동생처럼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2011년 아시안컵 때도 일본과의 4강전에서 진 뒤에 우는 모습을 봤고, 이번 월드컵에서도 벨기에전 직후에 동료들에게 안겨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는데요. 내년 호주에서 열리는 아시안컵에서는 활짝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하네요. 



정리=송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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