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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영의 빅데이터, 세상을 읽다] 개밥에도 서열이 있다

중앙일보 2014.07.01 00:10 종합 28면 지면보기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1인 가구의 수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정서적인 안정을 얻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제는 함께 살아간다는 식구란 의미로 반려동물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식구는 함께 밥을 먹는다는 의미이니 같은 밥을 먹어야 마땅하겠지만, 준비도 힘들고 건강과 위생 등의 문제로 보통은 사료를 사 먹이게 됩니다.



 이 사료, 즉 개밥에도 서열이 있다는 것을 아시나요? 소셜미디어에는 최상등급인 오가닉 사료로부터, 상등급인 홀리스틱 사료를 거쳐 중상등급인 수퍼 프리미엄 사료 등 5등급으로 친절하게 분류한 애견인의 글들이 올라옵니다. 그 등급의 기준은 품질로, 어떤 재료를 써서 어떻게 만들었는가 하는 것이지만 자본시스템의 특성상 이는 자연스레 가격과 비례하게 됩니다.



 이런 서열은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데이트 식사장소 서열이라는 글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한 끼 20만원 이상을 써야 하는 식당들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글의 맨 아래쪽에는 만원보다 작은 돈으로 천국에서 먹는 김밥이 보이니, 그 거리가 그야말로 천지 차이입니다.



 아예 노골적으로 연봉을 기준으로 한 축구선수 서열은 모든 것이 금전으로 단일하게 사상(寫像)되는 배금주의 사회를 발가벗긴 것 같아 보는 사람이 부끄러워집니다.



 최근 6년간 수억 건의 소셜 빅 데이터 속에 ‘경쟁’이라는 말과 함께 등장하는 표현에서 ‘산업’은 꾸준히 줄고 ‘학생’ ‘선수’ 등 개인을 지칭하는 것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경쟁은 기업이나 국가의 차원이 아니라 사람들이 각자 순서를 다투는 개인적인 차원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일한 서열은 위아래의 우열을 가릴 수 있게 하기에 자연스레 경쟁을 유도합니다. 그리고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는 언제나 윗자리로 가지 못한 대다수 사람들의 우울함을 필연적으로 내포합니다.



 서로 다른 재화의 효율적인 분배와 교환을 위해 만든 화폐가 보이지 않는 가치를 모두 단일한 기준으로 단순화시키며 때로는 상당한 가치를 없애 버리는 부작용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물질의 서열화, 혹은 물질주의라 부르는 이 위험한 사고는 우리가 살아가며 느끼는 하루하루의 작은 기쁨들을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게 합니다.



 불특정한 타인들과 금전이라는 단일한 기준으로 순위를 다투는 것처럼 불행을 약속받은 행위는 없습니다. 부디 나만의 화폐를 발행해 일상의 소중한 행복들을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송길영 다음소프트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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