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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토론 도입한 도요타, 15개월 만에 프리우스 출시 … 15년 동안 300만 대 팔아

중앙일보 2014.06.30 00:01 경제 2면 지면보기
‘G21’. 1990년대 초 도요타가 시작한 비밀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G21은 21세기를 대비한 신개념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했다. 단기 목표는 기존 차량에 비해 연비를 두 배 이상 높인 차량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도요타는 G21의 기술 책임자로 자동차 개발·디자인 경험이 전혀 없는 우치야마다 다케시를 앉혔다. 소음·진동 분야에서만 일했던 그를 선택한 도요타 경영진의 생각은 남달랐다. 신개념 차량 개발에는 기존 개발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신개념 인물’이 더 적합하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세계의 퍼스트 펭귄

 우치야마다의 기용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공동으로 사용하는 큰 방이란 뜻의 ‘오베야(大部屋)’ 시스템을 만들었다. G21에 참여하는 모든 기술자는 한 공간에 모여 실시간 토론으로 일을 진행했다. 우치야마다는 나이와 직급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토론하도록 분위기를 만들었다. 기술 평가에는 모두가 참여해 빠짐없이 의견을 내도록 했다. 오베야는 효과를 냈다. 즉석 토론으로 의사결정이 가능해지자 프로젝트는 더 효율적으로 진행됐다. 점토 모형 제작에서 제품생산 개시까지 걸린 시간은 약 15개월이었다. 당시 미국 자동차업체의 신차 개발 기간이 5∼6년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준이다. 도요타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경쟁업체보다 2년 빨리 출시할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익숙한 기존 절차를 과감하게 혁신한 ‘오베야’에 있었던 셈이다.



 투자도 과감했다. 도요타는 이 프로젝트에 10억 달러(약 1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했다. 투자금액이 너무 많아 손해가 클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도요타는 단기 수익이 아닌 미래 성장을 보고 자금을 아끼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만들어진 차가 바로 친환경차의 ‘퍼스트 펭귄’으로 불리는 프리우스(Prius)다. 프리우스는 97년 출시 이후 15년 만에 300만 대가 팔리며 도요타의 상징이 됐다.



 도요타가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를 겪었지만 2년 만에 세계 1위를 탈환할 수 있었던 것은 G21 같은 미래 프로젝트와 오베야 같은 혁신의 전통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 불황에도 도요타는 2013년 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에 순이익 18조원으로 역대 최고액을 기록했다. 역사가 오래돼 정체하기 쉬운 장수 기업도 도전과 혁신 정신만 살아있으면 창업 기업 못지않게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도요타는 보여주고 있다. 퍼스트 펭귄은 한순간의 반짝 아이디어가 아니라 끊임없는 혁신 속에서 생긴다.



정민 현대경제연구원 미래연구본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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