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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letter] 휴대용 생존 지침서

중앙선데이 2014.06.28 01:46 381호 4면 지면보기
시절이 하수상하긴 한 모양입니다. 이번 주 신간 중에 유독 눈에 띈 것은 손바닥만 한 『생존지침서』였습니다. 2013년에 나왔던 이 책은 세월호 참사 이후 높아진 안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해 포켓판으로 재출간됐습니다. 영국의 군사전문가인 저자가 영국 육군공수특전단(SAS)의 전술교본을 바탕으로 각종 재난상황 대처법을 적어놓았죠. 원래의 판형을 그대로 줄인 탓에 글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흠은 있지만 바지 뒷주머니에 쏙 들어가긴 합니다. 출판사 측은 “이 책을 읽고 나면 명품백 대신 고가의 텍티컬 손전등이 올해의 위시리스트에 올라갈 것”이라고 말하네요.

저자는 “이 책에서 단 한 가지만 기억해야 한다면 서바이벌 키트”라고 단언합니다. 양철캔, 실톱, 양초와 성냥, 낚싯줄과 바늘 등이 있네요. 음, 이런 것은 확실히 알아두면 유용하긴 하겠군요.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가동하지 않는다고 느껴질때 사람들은 자기 몸은 자기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시스템이 무너지면 만인이 만인에 대해 투쟁을 벌이게 되죠. 그렇게 도래하는 약육강식의 세상-.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걸까요.

하드보일드 탐정소설의 거장 대실 해밋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강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너그럽지 않으면 살아갈 자격이 없다.”

아무리 세상이 강한 남자를 요구해도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여유를 갖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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