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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낙서가 도시를 바꾸고 내 삶을 바꿨다

중앙선데이 2014.06.28 01:49 381호 6면 지면보기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 건물은 밤이 되면 거대한 미디어 캔버스로 바뀐다. 벽면은 영상의 파노라마로 물결친다. 6월 13일부터 7월 13일까지는 브라질 월드컵을 기념해 국제 그래피티-미디어전 ‘Tagging the Media’가 펼쳐지고 있다. 존원, 존 버거맨, 알타임조 등 3명의 세계적인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 작품들은 그래피티(낙서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화, 목, 토, 일요일 오후 8~11시, 매시 정각에서 15분간 상영되며 서울의 야경을 더욱 역동적으로 만들고 있다.

국내 전시 맞춰 방한, 그래피티 아티스트 존원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존원(JonOne·51)은 할렘 출신으로 현재 파리에서 활동하는 그래피티 아티스트다. 1984년 ‘156 All Starz’를 창립해 그래피티의 예술화를 주도한 인물로 2008년 카르티에 전시, 암스테르담~쾰른 구간을 오가는 탈리스 기차 프로젝트, 2013년 퐁피두 센터 외관 그래피티 등으로 유명하다. 그는 자신을 “거리에서 인생과 예술을 배운 스트리트 아티스트”라고 소개했다.

-존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슨 뜻인가.
“본명은 존 페렐로이지만, 존원이라는 이름으로 내 정체성을 표현하고 싶었다. 도시는 익명의 장소이고, 존이라는 흔한 이름을 가진 나도 그중 한 명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 이름을 무수히 반복해서 쓰는 것이 나의 작품이다.”

-할렘에서 보낸 어린 시절은 당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거리가 나의 학교였다. 가난 탓에 정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고, 자연스럽게 1980년대의 거리예술에 빠져들었다. 당시 할렘은 매력적인 문화공간이었고, 다양성이 지배하는 곳이었다. 거리에서는 매일 음악, 춤, 그림 등 다채로운 예술이 행해졌다. 10대 때 여러 작가들의 스튜디오를 드나들면서 어깨너머로 그림을 배웠다.”

-80년대는 키스 해링, 바스키아 같은 유명한 낙서화가들이 활동하던 시대다. 그때와 변화된 점이라면.
“나는 1980년대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그때 활동하던 사람들은 죽거나, 감옥에 가거나, 생업을 위해서 예술을 포기했다. 나는 운 좋게 살아남았다. 그때는 기차나 벽에 그림을 그리면 경찰에 잡혀갔지만, 지금은 경찰 보호 아래 작업을 한다. 그래피티가 도시의 외관을 멋지게 바꾸고, 그림을 보러 오는 사람들 덕분에 경제적인 도움도 된다는 것을 모두 이해하게 됐다.”

-그래피티 아트란 무엇인가?
“도시의 벽면에 그려지는 그래피티 아트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공예술이며 매우 민주적인 예술이다. 자랑스러운 도시의 기록이며 도시의 발명품으로 매우 트렌디한 예술이다. 옛 사원이나 궁전 옆에 그래피티를 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피티는 세계 어디서나 누구나 동참할 수 있는 국제적인 운동이다. 나는 인류의 예술의 시작은 그래피티라고 생각한다. 원시인들이 동굴에 그렸던 그림이 바로 낙서화 아닌가.”

-다른 낙서화가들과 달리 추상적인 작품세계를 갖게 된 계기는.
“1997년 홍콩에서 처음 중국 서예를 본 후 나만의 칼리그래피로 내 이름을 무수히 써 내려가는 작품을 하고 있다. 마치 프리스타일 재즈 같은 세계다. 사실 내게는 인생 자체가 추상이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업을 하는 일반적인 삶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사람이다. 그런 정형화된 삶에 천착했다면 구상화를 했을 수도 있겠지.”

-원래 낙서화는 제도권 밖 저항의 상징인데 고가에 팔리는 인기 작가가 됐다.
“나도 좀 이상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고가에 팔리는 것은 내가 원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은 점에서 기쁘게 생각한다. 어릴 때부터 다음 세대에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무수히 내 이름을 써 나갔는데, 이로써 내 이름을 스스로 후대에 남기고 있다.”

-서울에서의 작업은 어땠나.
“서울스퀘어의 작품은 아주 멋진 컬래버레이션이다. 지금까지 내가 한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큰 대형작품이다. 도시의 역동성을 즉흥곡처럼 펼쳤다. 단 2분간의 상영이지만(왼쪽 사진) 많은 사람이 보면서 행복해했고, 나 또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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