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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 미국’ 찾는 사람들에게 한국미술 알리는 작은 갤러리

중앙선데이 2014.06.28 01:53 381호 8면 지면보기
미국 대사관저 전경
덕수궁 뒤 서울 정동에 ‘하비브 하우스(HABIB HOUSE)’라는 큼직한 문패가 걸린 집이 있다. 미국 대사관저다. 세계 각국의 미국 대사관과 영사관, 대사관저는 모두 미국을 대표하는 공간으로서 ‘아트 인 앰버시(ART in Embassies)’라는 프로그램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과 해당국의 현대미술 작품 전시를 통해 양국 문화예술의 특성과 깊이, 다양성을 서로 나누고자 하는 국무부의 문화외교 프로그램이다.

서울 정동 미국 대사관저 ‘하비브 하우스’ 속살 탐구

현재 집 주인인 성김(54) 주한 미국 대사와 부인 정재은(45)씨 부부는 2011년 11월 부임 이후 이 프로그램에 따라 대사관저에 한국 작가 및 한국계 미국인 작가 12명의 작품 19점을 대여해 전시했다. 대사 부부가 기획한 전시의 컨셉트는 ‘맥락의 재조명(Context Revisited)’이었다.

성김 대사는 이제 임무를 마치고 오는 8월께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인데, 이렇게 되면 하비브 하우스에 전시된 한국 작가들의 작품도 다시 원 주인에게 돌아가게 된다. 새로 오는 대사가 자신의 취향을 반영해 새롭게 ‘아트 인 앰버시’ 프로그램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주한 미국 대사관저 측에 방문을 요청했다. 한국 미술 작품이 걸려 있는 관저를 직접 보고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지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운영부장이 정재은 대사부인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화창한 6월의 어느 날, 하비브 하우스의 두툼한 철문이 차르르 열렸다.

대사관저 중정(中庭)에 경주 포석정을 본따 만든 연못
대문 안으로 들어가니 미국 공사관 건물이 보였다. 1884년 서울에 세워진 최초의 외국 공사관 건물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32호다. 2004년 지금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대사관저는 그 뒤에 있었다. 잘 가꿔진 널따란 초록색 잔디밭 뒤로 2층 집만한 높이에 시원하게 뻗어 있는 기와 지붕이 웅장한 한옥이었다. 오른쪽 야트막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가는데 건물 오른쪽 벽에 ‘성조기 문양’이 동그랗게 새겨져 있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니 과연 천장이 높은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대들보와 서까래가 정갈했다. 겉은 한옥, 속은 미국식 구조의 독특한 공간. 미국 대사관저로는 유일하게 주재국 건축 양식에 따라 지어진 건물이라고 한다. 정재은 대사부인은 “오리건주와 테네시주에서 자란 미국산 더글러스 전나무를 잘라다가 만들었다”며 “건물 전체가 못을 사용하지 않고 목재를 끼워 맞추는 전통 한옥 기법으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중앙 리셉션실은 가운데 벽돌 페치카를 중심으로 좌우대칭형이었다. 벽난로 위 굴뚝에 새겨넣은 ‘편안할 녕(寧)’자가 눈에 들어왔다. 관저는 전체가 ‘ㅁ’ 형태의 건물로 절반이 서재·뮤직룸·식당 등의 외부인 영접 공간으로, 나머지가 숙소 등 사적 공간으로 쓰인다. 중정(中庭)에는 경주 포석정을 본떠 만든 연못이 보였다.

‘아트 인 앰버시’ 프로그램을 통해 작품이 전시된 작가는 남녀 각각 6명씩 모두 12명. 강익중(54)·강한마로(45)·구본창(61)·김희찬(32)·남경민(45)·남궁환(39)·변시재(38)·신진(43)·심승욱(42)·이성미(37)·임현경(31)·천민정(41)으로 회화·판화·설치작품 등 총 19점이 관저 곳곳에 걸려 있었다. 세계적인 지명도가 있는 작가도 있었지만 30~40대 젊은 작가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이 특이했다.

식당 테이블 천장 한가운데에는 신진 작가가 브라이언 리펠과 공동으로 만든 ‘이식된 장식물’이 샹들리에처럼 붙어 있었다. 창틀에서 떼어낸 금속 장식을 모아 만든 작품인데, 아주 강렬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정 대사부인은 “작품이 무거워 한옥 기둥이 훼손되지 않도록 설치에 애를 먹은 기억이 난다”고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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