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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선정할 땐 남편과 긴 토론 대북 협상보다 어렵다고 해요”

중앙선데이 2014.06.28 01:57 381호 13면 지면보기
이지윤: 아트 인 앰버시(AIE) 프로그램은 언제 시작된 것인가.

성 김 주한 미국대사 부인 정재은씨

정재은: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이 처음 정부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공공외교영역에서 문화를 통해 미국의 예술을 알리는 동시에 해당국 예술가들을 함께 소개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해외에 개설된 200여 개의 미국 대사관, 대사관저, 영사관 등에서 상설 혹은 단기로 미술 전시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관련 도록을 출판하고 있다.

이: 전 세계 200여 곳에서 열리는 전시를 워싱턴에서 모두 관장한다는 것이 매우 놀랍다. 영국의 경우 정부 컬렉션을 전담하는 기관과 컬렉션을 만들어 각 나라에 순회를 하고 있는데, AIE에서는 어떻게 작품을 선정하고 전시회를 기획하는가.

정: 국무부 안에 총괄 아트디렉터가 있고 동시에 몇 명의 큐레이터가 전문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AIE는 보통 전시를 위해 해당 국가 작가들의 작품을 미술관이나 갤러리 등을 통해 빌려서 진행한다. 하지만 각 대사관이 어떤 현지 작가를 선정한다고 해서 그 작품을 바로 전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주제를 갖고 기획을 해서 선정했는지를 우선 본부에 보고하고 각 작품의 정보 역시 정확하게 공유해야 한다. 단지 미술품 전시뿐만 아니라 가구나 비품 하나까지도 지정을 받도록 돼 있다.

이: 대여라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인 것 같다. 대사관이나 국가 차원에서 큰 예산을 들여 작품을 구입한다는 게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해당 지역의 작품을 잘 고른 뒤 대여해서 진행한다면 재정적으로 무리가 덜 되면서 작가들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하지만 작품 대여 역시 그리 쉽지 않을 텐데.

정: 맞다. 쉽지는 않다. 하지만 어떤 취지로, 얼마나 전문적으로, 또 얼마나 정성껏 준비했는지가 알려진다면 오히려 많은 사람의 도움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 같다. 대부분의 작가들이 이런 취지를 좋아했고, 한국의 경우 갤러리 대표들의 도움도 컸다.

이: 흥미로운 것 중 하나는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미국 이주 한국 작가들이 많이 참여했다는 점과 젊은 작가들이 발굴됐다는 점이다.

정: 이번에는 무엇보다도 한국 작가들의 작품으로 선정하고 싶었다.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는 작가들을 많이 소개하고, 또 한국 작가들을 더 깊이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다른 대사님의 경우 자신들이 원하는 작가로 기획을 하셨다. 꼭 한국 작가로 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2012년 9월 21일 대사관저 오픈 하우스 당시 성김 대사는 “한국에 부임한 후 전시회 준비가 가장 즐거웠다”고 토로한 바 있다.

정: 그랬다. 우리 부부는 ‘맥락의 재조명’이라는 개념으로 이 ‘하비브 하우스’라는 맥락에 맞춰 작품을 선정했다.

이: 개념을 조금 자세히 설명한다면.

정: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들을 일반적인 문맥에서 떼어내 재료와 일상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자는 것이었다. 전시는 이 집에서부터 시작한다고 할 수 있는 동시에 각각의 작품이 각 공간에 맞는 장소 특정적 작품(site specific)이라 할 수 있다. 작품들은 매우 동양적이고, 이 한옥에 잘 어울린다. 참신한 소재 및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

이: 이화여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전문성이 도움이 됐는지.

정: 미술을 조금 공부했고, 또 매우 좋아한다. 남편과 함께 기획을 하면서 어떤 작가의 무슨 작품을 골라야 할지 토론을 거듭했다. 남편은 자신이 북한 사람들과도 협상을 해봤지만, 저와의 협상이 더 어렵다고 하더라.

이: 큐레이터로서 작품을 직접 설명한다면.

정: 예를 들어 이성미 작가의 작품은 플라스틱을 녹여 만든 설치 미술품으로 안에 들어있는 다이아몬드 가루가 빛(조명)과 만날 때 비예술적 소재에서 상상할 수 없었던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 전시가 끝나면 작품을 구입하기도 하나.

정: 작품은 구매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이전 스티븐슨 대사 시절 소장하게 됐다는 강익중 작가의 달항아리 회화 2점도 작가가 AIE에 대여해 준 작품이다. 백남준의 비디오 작품, 천민정의 일부 회화도 그런 것들이다.

이: 8월이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 서울 생활에 대한 소회는.

정: 근처 서울시립미술관을 걸어서 자주 다녔던 것이 기억에 많이 날 것 같다. 또 가족들과 주말이면 여러 갤러리를 방문해 젊은 한국 작가들을 많이 알게 되고 또 소개할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헤이리에 갔다가 남편으로부터 이영지 작가의 작품을 결혼 20주년 기념 선물로 받은 것이 가장 좋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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