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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있는 우리 공예품 보는 맛도 좋지만 쓰는 맛도 좋아요

중앙선데이 2014.06.28 02:01 381호 14면 지면보기
“우리 공예품은 문화적으로, 또 작품적으로 대단한 가치가 있습니다. 해외에 나가 보면 극찬이 이어져요. 정해조 작가의 옻칠 작품은 지난해 대영박물관에 1만1000파운드(약 1900만원)에 팔렸을 정도지요. 그런데 정작 우리 국민은 잘 모르시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행사에서는 우리 곁에 얼마나 좋은 것들이 있는지 직접 보고 느끼게 해드리려 합니다.”

‘2014 공예플랫폼’으로 공예 부흥 꿈꾸는 최정철 KCDF 원장

최정철(55)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KCDF) 원장의 목소리가 단단했다. 옛 서울역사를 복합문화공간으로 개조한 ‘문화역서울 284’에서 25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는 ‘2014 공예플랫폼’ 행사에는 지난해 10월 부임하면서 시작된 그의 공예 부흥 의지가 확실하게 드러나 있다. 186개 그룹 230명이 참가해 1만 점이 넘는 작품과 상품을 준비했다.

주제부터 귀에 쏙 들어온다. ‘공예는 맛있다’. 먹는 것으로부터 풀어내겠다는 기획의도는 1층 기획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4명의 셰프와 그릇 공예가들이 짝을 이뤄 음식과 그릇의 궁합을 보여주는 자리다. 이하연 명인의 김치와 김희정 작가의 백자, 전효원 명장의 사찰음식과 김수영 작가의 유기, 박효난 밀레니엄 서울 힐튼 총괄셰프의 프랑스 요리와 이현배 작가의 옹기, 김병진 코리안 레스토랑 ‘비채나’ 셰프의 한식과 전통 도자기 브랜드 광주요가 만난다. 단 실제 음식은 없고 음식을 준비하는 장면은 벽면에 영상으로 재현된다. 관람객은 정갈하게 차려진 식기를 보면서 맛있는 음식을 상상하고 아름다움과 식욕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최 원장은 “음식은 좋은 그릇에 놓고 먹어야 더 맛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우리 공예품의 우수함을 자연스럽게 알리려 했다”며 “마음의 젓가락을 들고 전시를 맛보시라”고 권한다.

앙증맞은 자기들로 꾸며진 찻상, 장신구와소품 등 여인들의 물건들을 모은 규방, 아름다운 목가구와 나전칠기 장식장을 전시한 공간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수많은 항아리들의 도열을 목격하게 된다. ‘발효와 옹기’라는 컨셉트로 구성된 주제관이다. 항아리 사이를 지나가면 예쁘고 깜찍하면서도 친환경 공법으로 만들어진 상품들이 ‘공예 백화점’에서 관람객을 유혹한다.

여러 가지 기획 코너가 이어지는 여느 전시와 달리 ‘2014 공예 플랫폼’에는 한 코너가 끝날 때마다 전시된 물건을 바로 살 수 있는 아트숍이 마련돼 있다. 최 원장은 “장인이나 디자이너가 만든 물건을 쉽게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진흥원의 역할”이라며 “구매 의욕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으로 이렇게 꾸몄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전시에서 유통 시스템 강화로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옮긴 셈이다. 유통까지 이어지는 모델이 정립되면 시장과도 연계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지금 중요한 것은 기존 유통시장을 어떻게 개척하느냐입니다. 현재 롯데 쇼핑몰 부산 기장점에 진흥원 이름으로 부스를 차릴 예정으로 있습니다. 7월에는 국립극장 로비에도 공예숍이 들어갈 것이고요.”

전통 방식을 고수하는 장인과 새로운 감각의 젊은 디자이너를 연결시켜 주는 것도 최 원장의 관심사다. “약 2년간의 조사를 통해 전국에 있는 3000명가량의 공예인, 5000여 개의 공방에 관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올 하반기에 이것을 공개하면 관심 있는 사람들이 네트워킹을 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대중들의 인기를 끌 수 있는 상품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4개 업체에 각각 6000만원 이내에서 지원해 주는 정책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공예인증제(우수공예상품 지정표시제)는 올 하반기 도자 분야부터 시범운영한다. 세라믹 연구소의 품질검사 결과를 부착해 소비자가 믿고 살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앞으로 3D 프린터가 공예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꿀 것으로 예견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아이디어에 기능을 집어넣고 IT와도 결합하면 아주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우선 공예가 대중과 친해지는 일입니다. 물론 곧바로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기는 쉽지 않겠죠. 하지만 공예품이 (박물관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면 우리 공예에 대한 관심도 금세 높아질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그게 문화융성의 길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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