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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단 인사 난맥에 지지층마저 흔들 ‘박근혜 리더십’ 결정적 시험대에 섰다

중앙선데이 2014.06.28 23:26 381호 1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결정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총리 인선에 대한 야권의 파상 공세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밀리는 모습에 “대통령의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여권에선 총체적 위기 상황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대통령의 리더십 부재에 대한 비판은 그의 지지기반인 보수층 내에서 만만찮게 일고 있다. 자신이 직접 고른 안대희·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잇따른 사퇴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없었다는 점, 그리고 그만두기로 했던 ‘식물 상태’의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데 대한 실망감이다.

문 후보자 사퇴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박 대통령의 발언은 리더십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인 양 거리를 두는 평론가적 태도에 인터넷 공간에선 ‘유체이탈 화법’이란 비판도 나왔다. 전원책 변호사는 “준비된 대통령을 기대했던 합리적 보수층의 등을 돌리게 하는 결정적 발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다간 레임덕이 급속히 앞당겨질 수 있다는 세간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합리적 보수층의 의구심을 키운 것은 폐쇄적 용인술과 결단력 부족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이 문 후보자 사퇴와 정 총리 유임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쉽사리 결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국민이 그의 국정수행 능력에 회의를 품게 됐다는 것이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이를 “모든 걸 직접 지시하며 만기친람을 하다가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격”이라고 표현했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냈던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인사가 만사인데, 연이은 인사 실패로 박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이념 공방에서 자질 문제로 옮겨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열성적 지지층과 합리적 보수층에 이어 이젠 여당까지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이게 종전의 인사 파문 때와는 다른 점이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을 지낸 박근혜계의 한 중진 의원은 “지난 10년간 박 대통령 만들기에 진력해 온 범(凡)박근혜계가 새 정부 인사에서 속속 밀려나 불만이 크던 차에 인사 논란이 불거지자 모두들 뒷짐만 지고 있다”며 당내 기류를 전했다. 여기에 7·14 전당대회 당대표 출마자들이 청와대와 연일 각을 세우는 것도 대통령의 리더십을 흔드는 또 다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 출범 초부터 제기된 ‘인재 풀’의 한계에 대한 비판 역시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대통령이라면 총리나 국가정보원장 등 핵심 인사는 자기 사람을 적어도 3배수는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게 기본인데, 결국 1배수도 없는 것으로 판명 난 것 아니냐”며 “남은 3년 반 임기 동안 헌신적으로 대통령을 보좌할 능력 있는 참모를 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도 정 총리 유임을 가리켜 “박근혜 정부의 인재풀이 바닥을 드러냈음을 만천하에 알린 셈”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면서 야권의 공세는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특히 박 대통령이 비선(秘線)에 의존해 인사를 한다는 문제 제기가 집요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윤평중 교수는 “인사수석실을 신설하는 등 시스템을 개혁해도 대통령의 귀를 잡고 있는 비선 라인이 건재하는 한 인사 참사는 되풀이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시행착오를 거울 삼아 초심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청문회 정국에 질질 끌려가다간 국정 리더십을 발휘할 기회를 잡기가 쉽지 않다는 게 정치권의 진단이다. ‘식물 상태’에서 활동을 재개한 정 총리가 국가 개조와 관피아 척결에 돌파구를 열어 주리라고 믿는 이는 많지 않다. 결국 박 대통령이 최고 결정권자로서 직접 나서 가시적인 리더십을 보여 줄 수밖에 없는데, 인사 파동 수습이 그 첫 단추라는 게 중론이다. 소설가 복거일씨는 “청와대는 ‘국정 공백의 최소화를 위한 고뇌에 찬 결정’이라고 정 총리 유임을 설명했지만 박 대통령 지지자들조차 납득하지 못한다”며 “대통령이 침묵만 하지 말고 직접 나서 국민의 이해를 구하려고 노력해야 상처 입은 리더십도 복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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