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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신임 집행위원장 융커 영·헝가리 반대 속 표결 지명

중앙선데이 2014.06.28 23:28 381호 1면 지면보기
유럽의 대통령에 해당하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에 장클로드 융커(59·사진) 전 룩셈부르크 총리가 지명됐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26~27일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 영국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표결을 통해 융커 전 총리를 지명했다.

28개 회원국 정상 중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두 명만 융커에게 반대표를 던졌다. EU집행위원장을 표결로 선출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만장일치로 지명해 온 관행이 10년 만에 깨졌다. 융커는 다음 달 16일 유럽의회 인준을 받은 뒤 취임한다. 융커가 대표를 맡고 있는 중도우파의 유럽국민당(EPP)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전체 751석 중 213석을 얻어 인준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19년간 룩셈부르크 총리를 지낸 뒤 지난해까지 8년간 EU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을 맡은 융커는 대표적인 EU 통합주의자로 꼽힌다. 유로그룹 의장 시절 그리스·포르투갈·아일랜드·키프로스 등에 구제금융을 대주며 유로존 위기를 수습하는 데 앞장섰다. 그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의 공용 화폐인 유로화 도입을 주도한 장본인이기도 하다. 영국 캐머런 총리가 그의 지명을 결사 반대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더 강력한 유럽 통합을 원하는 독일과 달리 영국은 느슨한 통합을 원하고 있다. 경제력에 차이가 있는 국가가 똑같은 화폐와 경제정책을 쓰는 건 무리라는 게 영국 입장이다. 영국은 유로존에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이날 표결 후 캐머런 총리는 “오늘은 유럽의 불행한 날”이라며 “EU를 개혁하기 위한 싸움은 더 길어지고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이날 표결 결과에 따라 영국의 EU 탈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영국에선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EU 탈퇴를 주장하는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UKIP)이 1위에 오르는 등 반(反)EU 정서가 확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캐머런은 EU 회원국의 책임요건을 완화하도록 EU와의 협정을 개정한 뒤 2017년 국민투표로 EU 탈퇴 여부를 묻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적극적인 통합주의자인 융커가 집행위원장에 지명되는 바람에 EU 협정 개정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를 의식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표결 직후 융커의 지명을 환영하면서도 “우리는 영국의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며 캐머런에게 유화 메시지를 보냈다.

1954년생인 융커는 애연가이자 코냑을 좋아하는 애주가로 유명하다. 그의 부친은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강제 징집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반대파는 그의 주벽(酒癖)이나 부친의 나치 부역 등을 거론하며 공격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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