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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최경환 경제팀, 경기부양 정공법으로 하라

중앙선데이 2014.06.28 23:31 381호 2면 지면보기
경기지표가 심상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광공업생산은 2.7%나 감소했다. 2008년 12월(-10.5%)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올 들어 3월 한 달만 빼고 줄곧 마이너스 행진이다. 설비투자·건설공사도 마찬가지다.

 걱정스러운 건 이 같은 생산·투자 부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란 점이다. 경제성장률은 2010년 6.5%로 정점을 찍은 뒤 3% 안팎으로 뚝 떨어졌다. 소비나 설비·건설투자 역시 2010년 이후 줄곧 내리막이다. 나라 밖 사정도 밝지 않다. 국제통화기금(IMF)과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올해 미국 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0.7~0.8%포인트 낮췄다. 유럽은 디플레이션 공포에 사로잡혀 있다. 이 와중에 원화 환율은 연일 절상돼 달러당 1000원 선마저 위협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선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다음 달 출범할 최경환 경제팀의 어깨가 무거운 건 이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경제의 활로를 뚫어내야 한다. 그런데 최경환 경제팀이 쓸 부양책의 첫 단추로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완화가 거론되고 있는 건 불안하다. 경기를 살리자면 침체된 부동산 시장에 군불을 때는 게 지름길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그러나 DTI와 LTV는 경기부양 수단이 아니다. 금융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평형수’다. 당장 급하다고 평형수에 손대는 건 위험천만하다. 경기부양이 급하다고 카드사의 마구잡이 거리 모집을 눈감아줬다가 2002년 ‘카드 대란’를 겪은 전철은 되밟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실효성도 의문이다. 은행이 대출을 적게 해줘서 집을 못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칫 이미 폭발 직전인 가계부채 폭탄의 뇌관만 건드릴 수 있다.

 경기부양엔 금리 인하나 재정지출 확대 같은 정공법을 택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13개월째 금리 동결을 고집해 온 한국은행도 물가안정이란 도그마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이미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은 저성장·저물가라는 ‘뉴노멀(New Normal)’ 시대에 맞서 비전통적 정책을 경쟁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Fed는 100년 전통을 깨고 ‘양적완화(QE)’라는 부양책을 세 차례나 썼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은행이 중앙은행에 돈을 맡길 때 이자 대신 과태료를 매기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Fed나 ECB가 시장에서 존중받는 건 이처럼 국가적 위기에 발 벗고 나선 책임감과 실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가장 뒤탈 없고 확실한 경기부양책은 기업이 투자를 늘리게 하는 것이다. 그러자면 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규제 혁파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1년을 실기한 뒤 규제 개혁으로 방향을 튼 박근혜 정부 경제정책이 세월호 참사 후 다시 표류하는 것처럼 보이는 건 걱정스럽다. 국민의 안전이나 시장의 건전성을 지키기 위한 규제는 강화하되 기업을 해외로 내쫓는 규제는 하루빨리 없애야 한다. 그래야 일자리가 늘고 경제가 살아난다. 일자리 없는 경기부양은 사상누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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