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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병력 늘 부족 … 현대전 개념 맞춰 ‘기계화’ 늘려야

중앙선데이 2014.06.28 23:44 381호 4면 지면보기
제22보병사단 GOP 소초 병사들이 남방한계선 철책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GOP 경계근무는 24시간주야간 3교대로 이뤄진다. 최정동 기자
18년 전 일이지만 아직도 생생합니다. 자대(自隊) 배치를 받던 날 말입니다. ‘닷지트럭’(5/4t 군용차량)에 실려 ‘민간인 통제선’이라고 쓰인 팻말을 지나 비포장 산길을 한 시간 넘게 올라갔습니다.

되풀이되는 GOP 총기 사고, 해법은 없나

 부대 연병장에 산더미처럼 쌓인 눈과 황량한 설산(雪山), 그리고 양철막사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갑자기 요란한 소리와 함께 1/4t 지프차량을 선두로 트럭들이 연병장에 들어서더군요. GP(비무장지대 감시초소) 보급작전을 마친 트럭 위에는 M60 기관총이 거치돼 있었습니다. 멈춰선 트럭에선 방탄 헬멧과 어깨에 시커먼 ‘MP’(헌병) 표식을 한 병사들이 내렸습니다. 방탄복에 수류탄을 주렁주렁 매단 선임들을 보고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도 어떻게 어떻게 26개월의 군복무를 무사히 잘 마쳤습니다. 돌이켜 보면 반세기 넘게 사람의 손이 닿지 않은 비무장지대(DMZ) 원시림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대낮같이 경계등을 밝힌 철책을 등지고 바라본 밤하늘엔 별들이 보석처럼 빛났습니다.

 지난 21일 아까운 젊은 생명이 또 다섯이나 희생됐습니다.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경계근무를 하던 장병들입니다.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들은 또 밤잠을 못 이룹니다.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총기사고, 막을 방법은 없는 걸까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최근 GOP 부대에서 전역한 젊은이와 전문가들의 얘기를 들어봤습니다.

“상급 부대 책임을 왜 병사들에게 돌리나”
▶조모(26)씨, 2011년 강원도 지역 GOP 복무 후 제대

 조씨는 “(사고 부대의) 정확한 사정은 알 수 없지만 따돌림이 있었다면 내 경험으론 가해자인 임모 병장보다 나머지 소초원 쪽에 심정적으로 동조하게 된다”고 말했다. 열악한 근무조건과 부족한 병력으로 고생하는 GOP 소초에서 한 명만 ‘구멍’이 생겨도 나머지 소초원이 큰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늘 인원이 부족해요. 병력 보충도 안 해 주고 사고 위험성 있는 병사를 보내는 상급 부대가 가장 큰 원인 제공자죠.”

 현재 우리나라 전방의 경계근무는 거의 100% 인력에 의해 이뤄진다. 260㎞에 달하는 휴전선을 주야간 3교대로 지키는 형태다. 한반도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전 구간을 사람이 일렬로 서서 방어하는 셈이다. 1개 소대가 맡은 구간은 1.5~3㎞. 소초 간 거리가 300m를 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지형이 험준한 곳이 많아 GOP 부대 병사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수백 개가 넘는 계단을 오르내린다.

 “소초는 1개 소대가 고립돼 근무합니다. 문제가 생겨도 상급 부대에 바로 보고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휘 책임을 져야 하는 데다 결원이 생길까 봐 늘 전전긍긍하니까요.”

 조씨는 “병사 간 따돌림이나 병영 부조리로 원인을 돌리는 경우가 많지만 기본적으로 사고는 지휘관과 상급 부대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A급 관심병사가 있었어요. 분대장이 소대장에게 보고를 해야 하는데 당장 한 사람이 빠지면 나머지가 고통받을 게 뻔하니 주저하게 되는 거죠. 그래도 결국 보고를 해서 후방으로 전출시켰습니다. 이후 몇 달 동안 근무 강도가 너무 높아 다들 고생을 했죠. 상식적인 근무 강도라면 시스템은 돌아갑니다. 그렇지 못하니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는 것 아닙니까?”

“동기 부여 안 되는 병사에게 의무만 강요”
▶장모(27)씨, 2009년 중동부전선 GOP 복무 후 제대

 “남자들 흔히 하는 얘기가 ‘요즘 군대 좋아졌다’ ‘(군기가) 빠져서 그렇다’는 거죠. 저도 농담처럼 자주 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늘 군대는 사회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군기가 빠져서가 아니라 군기가 들 만한 동기 부여가 안 되는 병역제도가 문제 아닐까요.”

 장씨 역시 인원 부족 문제를 가장 먼저 꼽았다. 사단 내 3개 대대가 번갈아 GOP 근무를 맡는데 GOP에 투입될 때면 문제가 있는 병사라고 해도 가능하면 데리고 가려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역시 인원 부족 때문이다.

 “FEBA(전투지역전단·GOP 후방의 부대 주둔지)에 있을 때 크게 문제 있었던 사람 아니면 다 데리고 갑니다. 이래서 빼고, 저래서 빼고 나면 주간-전반야-후반야 3교대 자체가 불가능해요. 지휘관들도 압니다. ‘저 녀석 위험한데’ 하면서도 데리고 가요. 올라가면 그때부터 전전긍긍이죠. 그런데 정작 소초에선 그 사람들을 돌봐 줄 수가 없어요. 소초장·부소초장도 밤낮으로 근무하는데 어쩌겠습니까. 가끔씩 오는 중대장만 안절부절못하는 거죠.”

 장씨는 “왜 군대 좋아졌는데 참아내지 못하느냐고 할 게 아니라 왜 참아야 하는지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것까진 아니더라도 감정적으로 군복무를 마친 사람들을 예우해 줘야 합니다. 자부심을 갖게 해야죠. 사회지도층 자녀들이 군복무 회피하고 좋은 보직으로 빠지고, 이런 불신이 쌓여 있는데 누가 자부심을 갖겠습니까. 요즘 병사들이 나약해졌다는 말도 일리는 있어요. 하지만 이제 전방 경계근무만이라도 자부심과 동기를 가진 직업군인으로 대체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봅니다.”

 장씨는 “군대에서 가장 괴로웠던 건 이기적인 본성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인원·물자가 부족하고 근무가 힘드니까 짬밥(계급) 먹으면 내 걸 챙겨야 해요. 제 역할 못 하는 병사가 있으면 미워할 수밖에 없어요. 내적인 갈등이 생기죠. ‘이러면 안 되는데’ 싶으면서도 내가 힘든 게 싫으니까 분노를 표출하는 거예요.”

 지난해 육군 6사단 7연대 3대대 장병들의 부모들은 『개천골 이야기』라는 책을 펴냈다. 힘들고 위험한 부대라는 인식과 달리 한 건의 사고도 없이 가족 같은 분위기로 GOP 근무를 마친 부대 이야기가 담겼다.

GOP 필요 병력 70~80% 밖에 배치 못 해
지금은 6사단 정보참모로 자리를 옮긴 전 대대장 윤영상(44·학군 31기) 중령과 부대원들이 책의 주인공이다. 윤 중령은 인터넷 카페를 개설해 장병 부모들과 소통했다. 아침저녁으로 부대 소식을 알려 주고, 부대원들의 상태를 부모들에게 알렸다. 부대 별칭인 ‘개천골 대대’에서 이름을 따 스스로 ‘개천골 이장’을 자처하며 다가선 윤 중령의 노력에 부모들도 동참했다.

 책 편집위원을 맡았던 강창구(48)씨는 “전시에는 무공을 세운 군인이 영웅이겠지만 개천골 대대에 자식을 보낸 우리 부모들은 대대장님이 영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휘관과 부대 간부, 병사와 부모 간의 소통이 (GOP 총기 난사와 같은) 불행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부모들도 전 부대원을 자기 자식처럼 여기고 문제가 있는 부대원 부모들과 대화하며 도와줬어요.”

 ‘개천골 대대’는 구성원들이 소통하고 노력하면 부대 내 사고를 미연에 예방할 수 있다는 좋은 선례다. 하지만 그렇다고 문제점이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로 ‘군복무 부적응자 인권 상황 및 관리 실태조사’ 보고서를 만든 백석대 법정경찰학부 김상균 교수는 “군대의 제일 목표는 전투에 이길 수 있는 강군 육성인데 지휘관이 학교 담임교사처럼 부모와 소통해 가며 병영문화 개선에만 전념할 순 없다”고 말했다.

 “사관학교에서도 생도어머니회 같은 게 만들어져 부모들이 임관하면 보직은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주특기는 어떤 걸 받아야 하는지 등을 교류한다고 해요. 젊은 세대들이 예전과 달리 부모와 사회로부터 보호받으며 자라오기 때문에 그런 문화가 이어지는 것이겠죠.”

 김 교수는 “강군 육성과 부대 관리 모두를 지휘관의 책임에만 맡길 순 없다”며 “전문화된 부대 관리 지원체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보호관심병사 관리를 강조하다 보니 일선 지휘관이 24시간 관심병사를 관찰하고 훈련 나갈 때 곁에 두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문제는 이들 지휘관이 전문가가 아니란 거예요. 지역상담센터든, 정신과 의사든, 사회복지사든 외부 자원을 활용해 이들을 전문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전방 경계근무체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군사 전문 웹진 ‘디펜스21’ 김종대 편집장은 “단기적으론 불필요한 후방 병력을 전방에 배치해 병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장기적으론 경계과학화로 구시대적인 전방 병력 배치 형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GOP 실수요 병력의 70~80%밖에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인데 불필요한 사령부나 지원부대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수송사령부·군수사령부·서북도서사령부에 제주 해병대사령부·잠수함사령부도 생겨요. 사령부 천국입니다. 여기에 복지단·취사병·군악대·보급창·정비창 등으로 병사들이 빠지죠. 우리나라 군 병력 수는 지난 60년 동안 큰 변화가 없었어요. 이런 식으로 병력을 빼 가다 보니 GOP 병력 부족사태가 난 겁니다.”

 김 편집장은 “전선에 일렬로 병사를 배치해 적과 대치하는 건 현대전 개념에 맞지 않다”며 “GP는 없애고 GOP는 자동화장비로 감시체계를 바꿔 단계적으로 경계병력을 줄인 뒤 FEBA 지역 병력을 통합 관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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