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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관계 격상 서두르기보다 내실화가 더 중요

중앙선데이 2014.06.29 00:00 381호 7면 지면보기
중앙포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박근혜 대통령 초청으로 7월 3~4일 한국을 국빈방문한다. 지난해 6월 박 대통령이 중국을 국빈방문한 데 대한 답방이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혈맹관계인 북한에 앞서 한국을 먼저 방문하는 것이어서 특히 주목을 끌고 있다. 다른 나라를 함께 방문하는 순방이 아니라 한국만 다녀가는 단독방문이란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그만큼 한·중 관계에 중요성을 부여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과거사와 영토 문제 등으로 전통적인 한·미·일 3각 협력구도가 느슨해진 가운데 열리는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미·일 등 주변국들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과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연구소장을 27일 만나 한·중 정상회담의 의미를 짚어봤다.

[시진핑 3일 방한] 한·중 정상회담 윈-윈의 지혜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연구소장
-시 주석이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방문하는데.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이하 이)=북한과 중국 사이에 의제가 합의되지 않아 시 주석의 평양방문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이 끝나고 북·중 간에 여러 가지 대화의 모멘텀이 만들어질 가능성은 있다. 엄밀하게 따져보면 이명박 정부 때나 지금이나 한·미 관계, 동북아 안보 상황 등의 전체적인 틀은 크게 바뀐 게 없다. 그러면서도 한·중 관계가 좋아 보이는 것은 중·일 간의 갈등이나 북한의 도발에 따른 문제 때문에 일종의 착시효과가 작동해서다. 이번 회담이 이런 착시현상을 바로잡고, 우리가 주도적으로 구조적·전략적 협력관계로 방향을 잡아가는 계기가 돼야 한다.
▶오승렬 한국외국어대 중국연구소장(이하 오)=2008년 5월 한·중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맺은 이후 경제·사회·문화 부문에서는 긴밀한 교류가 있었지만 정부나 국가 차원에서 양국의 신뢰가 깊다고 보기는 힘들다. 시 주석의 이번 방한을 남북관계에 국한시켜 자칫 잘못 해석하면 중국이 북한을 포기하고 한국과의 관계를 중심으로 한반도 문제를 풀어간다고 이해하기 쉬운데 그렇지는 않다고 본다.

이희옥 성균중국연구소장
-한국이 실질적인 중국의 파트너로서 중요하다는 얘기인가.
▶오=중국은 미국이 한국 정부에 한·미·일 3각 협력구조 강화를 강력히 요청하면 이를 무시하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특히 전시작전지휘권 이양 연기,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한국 배치에 대해 중국은 내심 상당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한국과의 관계를 돈독히 한다는 측면이 있다. 또 하나는 중국 지도부가 이제는 주요 교역국인 한국과의 신뢰구축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의 손의 들어줬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다. 중국은 우리와는 달리 북한 김정은 체제가 비교적 안정돼 있다고 평가한다. 이번 회담에서 우리가 중국에 우리 시각에 동조할 것을 요구하면 오히려 반대급부를 중국에 지급할 우려가 있으므로 북·중 관계에 대한 냉철한 판단과 분석이 필요하다.

-한국이 지나치게 중국과 가까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이=중국은 한국이 친미화되어 있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미국은 한국이 친중화되어 간다고 우려한다. 우리 외교가 한 단계 더 진전하려면 중간층(미들클래스)을 튼튼히 해서 외교 진폭을 좁히는 게 중요하다. 협력 범위의 교집합을 늘려나가야 한다. 북한에 대해서도 고립보다는 편입시키는 정책 개발이 필요하다.
▶오=회담의 형식 문제가 아니라 내용의 문제다. 회담 과정에서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는 편가르기식보다는 장기적인 평화·안정·번영이라는 세 가지 주제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로의 격상이 거론되는데.
▶이=러시아·베트남·파키스탄·인도 등 중국과 국경을 접한 나라들이 맺고 있는 관계다. 관계의 성격이라는 것이 내용을 규정하지는 않는다. 중국의 강력한 요구가 없는 한 그냥 기존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와 충실화로 가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다. 내용을 채워나가는 것이 더 필요하다고 본다.
▶오=우리는 중국과의 관계를 대단히 중시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지는 형식적인 부분에 너무 성급하게 다가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명분에 집착하면 실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중국에 그것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미·중 사이의 균형자 역할이 가능한가.
▶이=박 대통령과 시 주석의 단독 정상회담은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 한·중 관계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한·미, 한·중 관계의 갈등구조에서가 아니라 동북아에서의 긴 안목의 평화를 위해 북한까지 포함시켜 한·중이 전면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고 하면 미국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오=시 주석의 이번 방한은 상당히 야심적인 행보다. 2인자인 리커창 총리의 해외 순방 성과와는 차별되는 것으로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 기존의 틀에서만 손익관계를 따지지 말고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을 우리 측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중국의 예봉을 피해갈 필요가 있다.

-북핵 해결에 대한 중국 역할의 기대가 큰데.
▶이=중국은 한반도 비핵화, 북핵 불용 원칙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결코 양보는 없으며 이 문제로 한국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해왔다. 이는 미국에 대한 신호이기도 하다. 북한도 중국의 이런 입장을 잘 알고 있다.
▶오=북핵 문제는 20년 넘게 여전히 난제로 남아 있다. 따라서 현실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북한은 쉽사리 핵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과거 식으로 계속 접근하면 현상유지에 그칠 것이다. 정경분리 접근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북핵 문제에 진척이 있으면 전면적 대규모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제는 경제의 논리로 지원해야 한다. 상응하는 대가를 주는 ‘그린 라인’을 제시하는 것도 방법일 것이다. 북한에 명확한 신호를 줘야 한다. 핵문제는 별도의 국제정치 차원에서 해결돼야 한다.
▶이=경제와 안보는 바꿀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중국의 북핵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고,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겠다는 의지도 분명하다. 중국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여러 가지로 노력 중이다. 그러면 공이 우리에게 넘어올 수 있다.

-지난해 6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높은 수준의 FTA(자유무역협정) 협상에 큰 진척이 없다.
▶오=우리가 지나치게 농수산물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농수산물 시장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이다. 중국은 이미 아세안이나 인도차이나 반도에 농산물 혜택을 많이 주고 있다. 일종의 정치적 도구로서 공공외교 자원으로 활용한다. 이보다는 중소기업 문제가 더 심각하다. FTA만 보지 말고 중국이 추진 중인 대규모 프로젝트들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일단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FTA에 합의하자는 식으로 로드맵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다양한 경로의 경제협력을 하는 게 중요하다.
▶이=잘 조정해서 시한을 못 박아놓고, 조기 타결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식으로 가는 게 좋을 듯하다.

-한·중이 북·일을 ‘고립 동맹’으로 만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아 보인다.
▶이=일본은 동아시아에서 미·중 양국관계가 중심이 되는 구조를 참기 어려웠을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 보면 시 주석 체제는 아직 초기다. 일본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해 나가느냐가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한반도에 대한 관심이 높다. 최근 중국은 아시아 문제는 아시아인들끼리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그런 문제를 이번 회담에서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된다.
▶오=중국은 한국에 대해 적어도 역사 문제에 있어선 중국과 보조를 맞춰달라고 할 가능성이 크다. 북·일 관계에는 엄연히 한계성이 존재한다. 미·일동맹이 튼튼한 상황에서 일본이 북한에 대해 독자적 행보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순진한 생각이다. 북한이 기대하는 것은 일본의 경제제재 해제라든가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보다는 미·중·한에 대한 이미지 개선일 수 있다. 북한은 철저히 중국에만 의지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일본도 북한이 결코 납치자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할 것이란 걸 안다. 북한 입장에서 보면 과거에 대한 부정이기 때문이다. 북·일 관계 개선을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한·중 ‘역사동맹’은 어떻게 보나.
▶이=중국은 역사 문제에 대해 자신들과 단일한 입장을 요구할 것이다. 위안부 등 인권 관련 문제는 중국과 같이 갈 수도 있다. 하지만 양자 간 안보협력을 통해 일본을 고립시킨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쉬운 것은 아니다. 안보와 역사, 영토 문제를 세밀하게 구분해 협력해야 한다. 하지만 협력범위는 생각보다 넓을 것이다. 한·중 간 역사 문제에 대해선 비교적 높은 수준의 합의 달성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오=장기적으로 중국의 핵심 관심사는 대(對)미국 전략이다. 동북아시아의 안정·평화·번영을 위해 결국에 가서는 일본을 협력 상대로 유도해가는 게 중요하다. 한·중·일 공동 역사서 편찬 등을 제의하는 것도 방법이다. 그것만 실무진에서 합의해도 일본에 대해서는 대단한 압박이 될 것이다. 일본은 누가 뭐래도 군사강국이다. 그런 상대를 적대적인 관계로 두고 동북아 평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우스꽝스러운 모양이 될 것이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중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중국은 북한 문제를 고려하지만 거기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의 체제안정을 희망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경계를 이탈하는 위험과 야심의 위험을 우려하고 있다. 이것은 중국으로서도 관리가 쉽지 않다. 중국은 ‘문턱을 낮추고 성의를 보이는’ 방식으로 북한을 이끌어내려고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한·중, 북·중, 남북 관계를 모두 선순환 구조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최근 김정은 측근인 마원춘 국방위 설계국장의 베이징 방문은 시사점이 있다. 중국이 초청했건 북한이 필요했건 간에 이미 북한은 시 주석의 한국 방문에 큰 거부감이 없다는 것을 표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대신 경제일꾼인 마원춘을 통해 중국에 경제협력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북한의 반감을 무마시킨다는 측면에서 이번 방문에서 언사와 행보를 신중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중 관계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 그 밖에 필요한 것은.
▶이=정상이나 총리 차원의 지도자급 회담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오=남중국해에서의 영토갈등 문제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할 필요가 있다. 중국에 이래라저래라 할 순 없지만 원유 수송로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식으로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의 국가개조론처럼 중국에서도 개혁이 많이 거론되고 있다. 이 분야에서도 협조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정리=박종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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