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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아산정책연구원 공동기획] 한옥마을 잘 지킨 덕에 연 5000억 벌어들이는 전주

중앙선데이 2014.06.29 00:10 381호 10면 지면보기
전남 장흥군 유치면에 조성된 한옥마을. 25채의 한옥이 들어선 신덕 행복마을은 관광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아 지난해 민박수입만 1억원이 넘었다. 주민들은 "밤엔 은하수를 지붕 삼는 청정지역"이라며 자랑스러워 한다. 조용철 기자
전남 장흥군의 신덕 행복마을은 지난해 최우수 한옥마을에 선정됐다. 마을 탄생의 주역이었던 김재수(62) 추진위원장은 “앞엔 산과 계곡이 있고 새벽이면 안개가 깔리며 밤엔 은하수를 지붕 삼는 청정구역”이라고 자랑한다.

한국문화 대탐사 <20> 한옥 <중>

 장흥군 유치면의 25채의 한옥으로 조성된 행복마을에는 20대에서 6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거주한다. 이인석(29)씨는 부모를 따라 들어와 얼마 전 결혼해 이곳에 신혼집을 꾸렸다. 이씨는 “여기가 좋고 아내도 불만이 없다”고 말한다. 마을 주민은 30~40대가 주류를 이룬다. 농업·건축업·직장인·요양사 등 직업도 다양하다.

  전라도에는 전형적인 ‘ㅡ(한 일)’ 자형 한옥이 대부분이다. 천장엔 서까래와 대들보가 그대로 드러나 있지만 수세식 화장실, 입식 부엌 같은 시설이 있다. 겉은 옛 모습, 속은 현대식이다. 아궁이는 외벽에 나 있고 장작도 쌓여 있다.

 민박 손님을 받는 방은 아늑하다. 이 마을의 지난해 민박 수입은 1억원을 넘었다.

  전남도와 장흥군은 한옥마을 조성에 적극 나섰다. 대지 330㎡, 건평 100㎡ 한옥을 짓는 데는 가구당 평균 9900만원이 든다. 도와 군은 보조금 4150만원, 저리 융자 3000만원 등 총 7150만원을 지원했다. 일단 3000만원 정도만 있으면 한옥을 가질 수 있게 만들었다.

  한옥마을의 대명사인 행복마을 프로젝트는 낙후 농어촌을 되살리기 위해 2005년 시작됐다. 지난 2월 현재 135개 마을에서 1896채의 한옥이 완공됐거나 추진 중이다. 지난해 행복마을의 특산품 판매, 체험 프로그램 운영, 한옥민박을 통해 총 25억400만원의 수입 을 올렸다. 전년에 비해 16% 늘어난 수치다.

  전북 전주시의 한옥마을은 외국인에게 인기 높은 유명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이 마을은 1977년 한옥보존지구로 지정됐다. 태조로를 중심으로 들어서 있는 700여 채의 한옥은 주변의 경기전·오목대·전주향교와 잘 어울린다. 대한제국 황손의 집인 승광재를 비롯, 호남 예술가들의 활동무대가 됐던 학인당과 서예관·문화관·박물관·한지관·체험관 같은 각종 전통문화시설과 쇼핑센터도 함께 있다.

  지난해 이곳을 다녀간 방문객은 508만 명에 달했다. 방문객의 지출액을 기준으로 조사한 직접 효과는 458억원, 간접 효과는 2680억원이다. 주변 동문 상가, 남부시장을 포함한 풍남문 일대 인근 상가의 시너지 효과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 이상이라는 추정도 있다. 지난해 전주시 예산 1조1452억원의 절반 가까이 된다.

 변형된 상가 한옥만 늘고 주거용 한옥이 줄고 있는 것은 아쉬운 점이다. 전북대 한옥건축기술종합센터 김윤상 팀장은 “전주 한옥마을의 700여 채 주거형 한옥이 헐리고 그 자리에 상업용 한옥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전체 통계상으로 한옥은 신장 추세다. 국토교통부 자료(2011년)에 따르면 전체 가옥은 2005년 1249만 호에서 2010년 1388만 호로 10% 늘었다. 단독주택은 2005년 398만 호에서 2010년 379만 호로 5% 감소했다. 반면 한옥은 2008년 5만407채에서 2011년 8만9300채로 44%나 늘었다. 수적으로는 한옥이 늘었지만 이를 한옥 활성화 현상으로 보긴 어렵다.

 국토부 국가한옥센터에 따르면 전수조사가 없었고 관련 통계도 부족하다. 서울시 성북구에 시 전체 한옥의 11.8%인 1618채가 있다는 게 2013년 12월에 와서야 통계에 잡혔다. 2006~2008년 3년 사이 서울에선 한옥 3000여 채가 없어졌다(이경아, ‘서울시의 한옥 보전 및 진흥정책’).

 한옥 보전·진흥을 위한 법적 근거도 없다. 서울의 경우 한옥은 여전히 ‘서울특별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제3조)의 ‘노후불량주택 기준(20년)’에 들어가 있다. 한옥 예산은 서울시의 경우 2002~2011년 10년간 909억원, 전주시는 2003~2011년 987억원, 전남은 2005~2010년 600억원이었다. 전남만 한옥발전기금으로 305억원을 조성했다. 전통 한옥이 많은 경상북도는 한옥 예산이 아예 없다. 경남은 2011년부터 3년간 해마다 2억원씩 배정했지만 올해는 없앴다. 연도에 따라 들쭉날쭉하고 지자체 사이에도 편차가 컸다.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으면 한옥은 유지·수리비 부담 때문에 주말 별장용으로 팔리거나 빈 채로 방치돼 그 지역에선 공동화 현상이 벌어진다. 한 부동산 중개인은 “집이 오래됐지만 수리하기엔 돈이 많이 들어 빈집이 많다”고 말했다.

 예산 집행의 효율성도 문제다. 경상북도는 2006년 교촌 한옥마을 조성을 시작했고 2027년까지 안동·예천 신도청 소재지 특화주거지구 25만㎡에 700가구 한옥마을 조성계획을 추진했다. 그러나 미분양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경상대 고영훈 교수는 “한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조용하게 살고 싶어 집을 지으려는데 실제로는 다닥다닥 맞붙게 필지를 쪼개 분양했기 때문에 실패한 것 같다”며 “일제 때 지어진 개량 한옥은 무너져도 손도 안 댄다”고 지적했다.

  지나치게 관광지화되는 것도 한옥마을 주민들을 괴롭히는 요소다. 서울시 북촌 관광안내소에 따르면 연간 80만 명 이상이 북촌 한옥마을을 찾는다. 관광으론 성공이지만 주민들은 소음과 쓰레기로 고통받는다. 그래서 종로구는 이달부터 ‘북촌 정숙 관광캠페인’을 시작했다. 서촌은 북촌을 보며 걱정한다. 한옥조성추진반 서촌현장팀 관계자는 “북촌 주민의 고통을 서촌 주민들은 공감한다. 그래서 현장 소통방을 두고 계속 대화한다”고 말했다.

  목포대 조준범 교수는 ‘한옥지구의 보전실태’라는 논문에서 한옥의 상업화, 한옥 형태의 왜곡 문제를 지적했다. 국가한옥센터 이강민 센터장도 ‘한옥 활성화를 위한 국가정책과 전망’이라는 글에서 관광객 위주가 아닌 거주자의 일생생활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한옥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 한옥 건축 규모는 1163억원으로 2007년의 1223억원보다 5% 줄었다. 공공 부문은 발주액 기준 770억원에서 811억원으로 41억원(5%) 증가했지만 민간 부문은 452억원에서 351억원으로 100억원(23%) 감소했다. 전통한옥이나 개량한옥의 개·보수, 복원만으론 한옥시장 활성화는 어려운 상황이다. 신한옥 보급을 통해 자생력 있는 한옥시장을 형성·활성화하는 것이 유효하다고 국가한옥센터 신치후 박사는 ‘한옥 건축산업 현황과 시사점’에서 지적한다.

  2012년 9월 분양이 시작된 서울 은평구의 은평 한옥마을의 경우 일 년 반이 지나도록 분양률이 30%로 저조하다. 비싼 땅값과 건축비 때문이다. 은평구는 시의 지원으로 입주자에게 보조금 1억원을 제공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012년 서울시 예산투자심사에서 지원 기준을 한옥밀집지역으로 한정하면서 한옥밀집지역이 아닌 은평구는 지원금을 받을 수 없게 됐다.

  전남 장성의 황룡 행복마을은 2010년 분양이 시작됐지만 분양률이 20% 미만이다.



취재 지원=권은율 아산정책연구원 인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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