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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고수에게 듣는다] 무엇이 선진국 증시를 이끌어 가는가

중앙선데이 2014.06.29 01:06 381호 20면 지면보기
올해 선진국 경제를 끌고 가는 동력은 지난해와 다르다.

지난해는 정부와 중앙은행이 주역이었다. 지난 몇 년간 선진국 정부는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제에 직접 개입해 왔다. 그 덕분에 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를 계기로 정부 중심의 정책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를 대신해 민간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는데, 이런 변화가 있어야 안정적인 성장 동력이 확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 이익 美 기업, 임금 인상 인색
민간 경제 활성화는 소비와 투자 증가에 의해 이루어진다. 소비가 가계의 영역이라면, 투자는 기업이 담당한다. 따라서 소비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소득 증가가 필수적이고, 투자 확대는 재원에 해당하는 기업 이익 증가가 있어야 한다. 아직 민간 경제 활성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판단하기 힘들다. 정부 역할이 축소되는 과정에 있고 경제의 큰 틀이 바뀌는 데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체 상황을 예측하기보다 민간 부문 활성화에 필요한 요인을 통해 대강을 짐작해볼 수밖에 없다.

전망이 밝진 않다. 소비를 좌우하는 임금 상승률이 낮기 때문인데, 미국은 실업률이 10.6%에서 6.2%까지 떨어지는 동안 시간당 임금 상승률도 3%대에서 2%대로 낮아졌다. 고용 사정이 임금을 밀어 올릴 정도로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럽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금융위기 직전 5%대 후반이었던 임금 상승률이 지금은 1%대를 기록하고 있다.

일러스트 강일구
이렇게 임금 상승이 지지부진한 건 기업이 비협조적인 태도를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기업은 2011년 2분기부터 11분기째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리고 있다. 임금을 높여줄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한데도 이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2011~2012년 기업 이익이 사상 최대를 기록했지만 임금 상승률이 3%를 넘지 않았다. 이는 위기를 겪은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형태다.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은 임금 삭감, 보상 유보 등 여러 형태로 비용 감축에 나선다. 문제는 위기가 끝나고 경제가 제자리로 돌아온 다음인데, 낮은 임금과 고용 형태 변화에 익숙해져 이익이 늘어나도 기업이 임금을 올려주지 않는다.

지난 몇 년 동안 선진국에서는 부동산과 주가 상승이 임금 소득 부진을 만회해 왔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자산 가격 상승 효과가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이 지지부진한 상태이고 주가 역시 지난해에 비해 상승률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을 감안할 때 선진국 경제가 소비의 활성화를 통해 선순환 구조에 진입할 수 있을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

투자 증가율 지지부진 … 새 동력 ‘글쎄’
투자에 의한 민간 경제 활성화도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다. 3년 전 10%대였던 미국의 투자 증가율이 최근에는 3%대로 낮아졌다. 과거 높은 투자 증가율이 금융위기로 인한 반작용 때문이라 해도 투자가 지지부진한 건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기업도 위기에 대한 기억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위기를 겪고 나면 기업들이 가능한 한 현금 보유를 늘리려 한다.

우리 경제가 회복 국면에 들어서고 1년 반이 지났다. 미국은 5년 가까이 시간이 흘렀고 일본·유럽도 상당 기간 회복을 이어오고 있다. 이번 경기 회복이 과거와 다른 건 국내외 모두 성장률이 낮고 소비와 투자의 역할이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정부가 발을 뺐을 때 경제가 지금처럼 굴러갈 수 있을까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2012년 하반기부터 1년 반 동안 선진국 시장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과 독일이 각각 50%와 60%, 일본은 100% 가까이 오를 정도였다. 올 상반기에는 사상 최고치를 몇 번 경신하긴 했지만 연초 대비 5%도 못 오르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정체 상태가 다음 상승을 위해 힘을 축적하는 과정인지, 아니면 상승을 끝내고 방향을 바꾸기 위한 움직임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어느 쪽이 될지는 경제가 새로운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가계와 기업이 정부로부터 성공적으로 바통을 이어받을 경우 주가가 정체 상태를 뚫고 상승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추세가 하락으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 시장은 더 문제다. 자체적인 상승 동력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있는 데다 상황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도 마땅치 않다. 그래서 해외 시장에 더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상반기는 선진국 시장이 크게 흔들리지 않아 우리 시장도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이런 흐름이 끊긴다면 하락이 불가피하다. 지금 선진국 경제 변화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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