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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주도하는 AIIB 미국은 한국 가입 제동

중앙일보 2014.06.28 02:30 종합 1면 지면보기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AIIB는 중국이 자국 중심의 새로운 국제금융질서를 만들겠다는 목표하에 설립을 추진 중인 기구다.


중, 시진핑 방한 때 선언 요청
미국은 정치적 악용 우려
"가입 땐 우방 신인도 악영향"
청와대, 미·중 사이 실리 고민

 27일 정부와 금융권에 따르면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5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7월 3∼4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한국 방문 때 나올 공동선언문에 ‘한국이 AIIB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명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중국은 이달 4일 중국을 방문한 현오석 경제부총리에게도 같은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 정부는 이달 초 주한 미국대사관을 통해 “한국의 AIIB 참여에 깊은 우려(deeply concern)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다. “AIIB는 중국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할 경우 그동안 양국이 쌓아 왔던 우방으로서의 신인도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는 점도 명시했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AIIB 가입 여부를 놓고 고민해 왔다. 기존 국제금융기구 내 지분이 미미한 만큼 AIIB 참여를 통해 국제적 위상을 높인다는 복안이다. 박 대통령의 동북아 개발은행 구상과 한국 내 위안화 청산, 결제은행 설립 등과 관련해 중국의 지원을 받겠다는 의중도 있다. 다만 중국 일변도의 지분 구조상 들러리가 될 가능성이 있고, 많은 지분을 차지하려면 그만큼 많은 돈을 내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고심 중이다.



 이런 와중에 미국 정부가 우리나라의 AIIB 가입 반대 의사를 통보해 비상이 걸렸다. 청와대와 정부는 비공개 경제금융점검회의 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AIIB 가입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 두 초강대국 간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관계자는 “미국이 5월까지만 해도 ‘우려스럽긴 하지만 한국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입장이었다가 이달부터 태도가 강경하게 바뀐 것으로 안다”며 “한쪽을 선택했다가는 다른 쪽과 사이가 나빠질 수 있기 때문에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 공동선언문에 AIIB 설립에 원론적 찬성 의사를 밝히는 방안과 AIIB에 대한 언급 없이 아시아 인프라 투자 활성화 필요성만 밝히는 방안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진석 기자



◆AIIB=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세계은행이나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대항하는 성격이 짙다. 총자본금은 500억~1000억 달러로 예상된다. 이 중 50%를 중국이 부담할 예정이다. 참여 예상 국가들은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과 중동국가 등 친중(親中) 국가 일색이다. 미국·일본·인도는 가입 대상에서 제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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