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벨기에전 세이브 7개 맹활약
골키퍼 하려 가출했던 '독한 손'
홍명보 감독은 경험 부족을 이유로 김승규 기용을 망설였다. 월드컵 첫 무대에서 긴장할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승규는 “경기가 끝난 뒤 한 경기를 더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김승규는 천생 골키퍼다. 김승규의 아버지 김광주(52)씨는 “공격수가 되길 바랐는데 본인이 골키퍼를 고집했다. 계속 반대하니까 ‘골키퍼를 하고 싶다’는 쪽지를 써 놓고 가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승규가 골키퍼 포지션에 반한 건 8세 때다. 선배 김병지(44·전남)가 울산 유니폼을 입었던 1998년,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46분 헤딩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날 이후 두툼한 스키용 장갑을 끼고 친구들에게 공을 차게 한 뒤 막는 연습을 했다. 서너 개의 장갑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훈련을 하며 꿈을 키웠다. 아들의 독한 열정에 아버지도 두 손을 들었다. 김씨는 “그때 끝까지 반대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월드컵 무대를 이렇게 일찍 밟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