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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월드컵] 그래도 김승규를 건졌다

중앙일보 2014.06.28 01:49 종합 8면 지면보기
김승규가 벨기에와의 경기 중 골문 구석으로 향한 슈팅을 쳐내고 있다. [상파울루 AP=뉴시스]
졸전 속에서 보석을 발견했다. 골키퍼 김승규(24·울산)가 생애 첫 월드컵 무대에서 반짝반짝 빛났다.


벨기에전 세이브 7개 맹활약
골키퍼 하려 가출했던 '독한 손'

 김승규는 27일(한국시간) 상파울루에서 열린 벨기에와의 H조 조별리그 3차전에 선발 출전했다. 월드컵 데뷔전이었지만 위축되지 않았다. 빠르고 과감하면서도 침착했다. 골문에서 다소 먼 곳으로 날아오는 공도 도전적으로 움직이며 펀칭으로 쳐내 수비수의 부담을 덜어줬다. 수시로 수비수에게 위치를 지시했으며, 상대의 갑작스러운 슈팅에도 당황하지 않고 받을 건 받고, 쳐낼 건 쳐내며 노련하게 경기를 운영했다. 한 골을 내준 뒤 “내 실수로 골을 줬다”고 자책했지만 김승규를 탓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후반 33분 디보크 오리기(19·릴)의 강력한 중거리슛을 몸을 날려 막아냈다. 불운하게도 그 공이 골문으로 대시하던 얀 페르통언(27·토트넘) 앞으로 굴러갔고, 실점으로 이어졌다. 김승규는 7개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정성룡(29·수원)이 러시아전(4개)·알제리전(1개)에서 기록한 세이브보다 많았다.



 홍명보 감독은 경험 부족을 이유로 김승규 기용을 망설였다. 월드컵 첫 무대에서 긴장할까 봐 걱정이었다. 하지만 김승규는 “경기가 끝난 뒤 한 경기를 더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김승규는 천생 골키퍼다. 김승규의 아버지 김광주(52)씨는 “공격수가 되길 바랐는데 본인이 골키퍼를 고집했다. 계속 반대하니까 ‘골키퍼를 하고 싶다’는 쪽지를 써 놓고 가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승규가 골키퍼 포지션에 반한 건 8세 때다. 선배 김병지(44·전남)가 울산 유니폼을 입었던 1998년, 포항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후반 46분 헤딩골을 넣어 승리하는 것을 직접 목격했다. 그날 이후 두툼한 스키용 장갑을 끼고 친구들에게 공을 차게 한 뒤 막는 연습을 했다. 서너 개의 장갑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훈련을 하며 꿈을 키웠다. 아들의 독한 열정에 아버지도 두 손을 들었다. 김씨는 “그때 끝까지 반대했으면 큰일날 뻔했다.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월드컵 무대를 이렇게 일찍 밟지 못했을 것”이라며 자랑스러워했다.



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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