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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인터뷰] 보스턴컨설팅그룹 뷔르크너

중앙일보 2014.06.28 01:35 종합 13면 지면보기
보스턴컨설팅그룹의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은 한 달에 한 번꼴로 아시아에 온다. 그는 “세계가 아시아의 열정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선 기자]
성장은 이제 고루한 단어로 들린다. 2008년 금융위기를 계기로 성장보다 성장의 그늘이 더 주목을 받게 됐다. 서구에선 소득 불평등을 다룬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이 베스트셀러 순위를 싹쓸이했다. 한국에선 더하다. 성장이 악의 근원으로 지목될 지경이다. 이제 성장의 가치는 수명을 다한 것일까.


실패 용서해도 도전 않는 건 용서 못 해
가진 것 지키려 말고 계속 새 실험 하라

 세계적 컨설팅 업체인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을 만나러 가는 내내 이 물음이 머리에 맴돌았다. 뷔르크너 회장은 여전히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를 20일 BCG 서울 사무소에서 만났다. 가벼운 질문 두어 개로 분위기를 풀어갈 때 본론으로 먼저 치고 들어간 건 그였다.



 “한 달에 한 번꼴로 아시아에 온다. 아시아의 열정이 놀랍다. 유럽과 미국 사람들은 아시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한다. 그들은 아시아의 발전에 감사해야 한다.”



 - 원동력이 뭐라고 보는가.



 “사람이다. 꿈을 현실로 이루고 싶어하는 열망이 있기 때문이다. 정말 에너지가 넘친다. BCG가 2년 주기로 조사를 하는 게 있는데, 매번 선진국 국민은 현 상태에 만족하지만 미래를 걱정한다. 신흥시장, 특히 아시아는 정반대다. 이것이 세계 경제를 이끄는 힘이다. 그래서 나는 중장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성장할 것으로 낙관한다.”



 - 성장이 그렇게 중요한가.



 “성장하지 않으면 죽는다. 성장에 반대하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미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다. 무엇인가를 가지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성장이 필요하다. 따라서 성장은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주는 일이다. 성장의 선순환도 중요하다. 성장하는 기업에는 인재가 모인다. 그러면 그 기업은 더 잘 큰다. 한국에도 삼성전자·현대차 등 좋은 모델이 있지 않나.”



 - 고속 성장을 했지만 한국에선 성장에 대한 사회적 반감도 있다.



 “성장은 경제적인 이유에서도 중요하지만 정서적으로, 감정적으로 더 중요하다. 정체하는 경제에서는 배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마련이다. 금융위기 이후 유럽에서도 사회의 신뢰지수가 뚝 떨어졌다. 20년 이상 정체한 일본 경제는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줬다. 반대로 성장으로 일자리가 생기고 청년이 자기 존재를 입증할 기회를 갖게 되면 사회 전체의 생각이 바뀐다. 이것이 바로 성장이 중요한 이유다. 그렇다고 한국에 연 10%대 성장을 하라는 것은 아니다. 연 2~3% 정도면 잘하는 것이다.”



 성장 얘기를 하며 그는 거꾸로 기자에게 질문을 했다. “한국의 평균 연령이 몇 살이냐”고. 급격한 고령화에 대한 그의 우려를 드러낸 것으로 들렸다. “근로자 평균 연령이 44세”라고 답하자 그가 덧붙였다. “나이가 쉰이 넘으면 변하려 하지 않는다. 현 상태를 방어하려 한다. 유럽에서도 ‘지금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다 나이 든 사람이다. 하지만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더 좋은 인생의 기회가 된다.” 그의 나이는 62세다.



 - 구체적인 얘길 하자. 한국 기업은 마땅한 미래 성장 동력을 못 찾고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성공했다. 하지만 수없이 많이 시도했고 엄청나게 많은 실패를 했다.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고 싶으면 먼저 부딪혀서 경험하라. 이런 마음 가짐이 중요하다. ‘성공은 오히려 예외적인 일이다. 실패가 보통이다’.”



 - 힌트를 더 달라. 미래 기업 환경에 대해.



 “세계화와 디지털화, 경쟁 심화가 비즈니스 모델을 바꿀 것이다. 예외 없이 모든 기업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시간은 많지 않다. 기업에서는 새로운 시도와 실험이 지금보다 훨씬 더 자주 이뤄져야 한다. 미래는 그냥 오는 게 아니다.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만드는 것이다. 명심하라.”



 - 비즈니스 모델이 어떻게 바뀐다는 것인가.



 “기업이 글로벌화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실험이고 새 시도다. 이미 자기 나라에서 팔았던 제품을 들고 해외 시장으로 나간다고 해도 해외에서는 전혀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해외 시장 진출은 신사업이나 다름없다. 디지털화는 경쟁의 양상을 바꾼다. 플랫폼이 늘면서 진입 기업도 많아졌다. 뭘 하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새 경쟁자가 새 아이디어로 무장하고 등장하는 게 다반사다. 기회를 잡는 것은 물론이고 도전에 응할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 그렇다면 최고경영자(CEO)는 무엇을 해야 하나. 조언을 해달라. 당신은 컨설턴트 아니냐.



 “항상 열려 있어야 한다. 마음을 열고 변화에 맞서라. 두 번째는 야망을 가져야 한다. CEO는 미래를 위해 항상 무언가를 해야 한다. 세 번째는 지금 가진 것을 지키려 하지 말고 새로운 것을 실험해라. 네 번째는 지속성이다. 꾸준히 해야 한다. 변화는 한번에 되지 않는다. 결실을 보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끝으로 한 명의 강한 CEO가 아닌 강한 팀을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혼자서 직접 하려고 하지 마라. 사람을 움직이고 협력을 이끌어내라. 함께 일할 때 더 많은 것을 이룬다. 더불어 성공한 장수 CEO도 스스로 경계해야 한다. 과거의 성공 모델에 집착할 가능성이 크다.”



 - 도전하라고 했지만 한국에선 실패를 두려워하는 문화가 있다.



 “한국뿐 아니라 일본도 그렇다. 유럽도 그런 경향이 있다. 미국은 좀 다른 것 같다. 나는 실패하는 것은 언제나 우리가 용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실패는 인생의 한 부분일 뿐이고, 그렇게 나쁜 것이 아니다.”



 이 답을 들으며 아시아에서 가장 도전적인 CEO로 평가받는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이 떠올랐다. 그도 최근 본지 기고를 통해 “도전은 위험하다. 하지만 도전하지 않는 것은 더 위험하다”고 말했다. 다시 관점을 바꿔 물었다. 근로자 입장에서 내 회사가 성장하고 있는 회사인지를 감별할 수 있는 법이 있을까.



 “그 회사가 지금 하고 있는 사업에 열정이 있느냐를 봐라. 독일에선 BMW 같은 회사에 여전히 지원자가 몰린다. 오래된 회사지만 해당 분야에 열정을 가지고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지난 5~6년간 글로벌 위기 기간에 그 회사가 어떤 행보를 보였는지 봐라. 성장했는지, 아니면 공장을 폐쇄하고 해고를 했는지. 세 번째는 홈페이지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살펴라. 회사의 분위기와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해당 기업이 속한 업종의 변화도 유심히 봐야 한다. 당신이 그 변화의 방향성을 좋아하고 있는지를 자문해 봐라. 무엇보다 명심해야 할 일은 평생 한 직장에서 한 위치에서만 머무를 것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시대는 지났다.”



 - 이건희 삼성 회장이 입원 중이다. 이번에 한국에 와서 삼성 사람을 만났나.



 “어떤 기업과 만났는지는 말할 수 없다. 하지만 삼성에는 아주 강한 기업 문화가 있고 좋은 리더십이 있다. 나는 삼성의 미래를 매우 낙관한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매년 45개국 방문, 6개 국어 구사 … ‘세계시민’ 회장님



19일 오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서울사무소가 발칵 뒤집어졌다. 직원들이 출근도 하기 전인 오전 7시30분쯤 한스 파울 뷔르크너 회장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전날 밤 늦게 한국에 도착했다. 서울사무소는 여독을 감안해 19일 오전 그의 일정을 일부러 비워 둔 상태였다. BCG 관계자는 “세계 어디를 가도 왕성하게 움직이고, 지역 사무소에 오면 청소하는 아줌마에게도 악수를 건네며 챙긴다”고 전했다.



 시차를 잊은 듯한 그는 말 그대로 ‘세계 시민’이었다. 매년 방문하는 국가만 45개국에 이른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러시아 모스크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각각 사무실이 있다. 독일인인 그는 영어·러시아어·중국어·일본어·프랑스어를 한다. “그렇게까지 많은 언어를 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그 나라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법은 그 나라 말을 배우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1970년대 태국과 필리핀에서 공부를 하기도 했다. 81년 BCG에 들어와 2003년 유럽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2012년까지 CEO를 한 후 지금은 BCG의 회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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