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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시대극 '삼총사' 체코 촬영장 가보니

중앙일보 2014.06.28 01:25 종합 16면 지면보기
영국 BBC 드라마 삼총사의 주인공들. 왼쪽부터 아라미스·아토스·달타냥·포르토스 역의 산티아고 카브레라·톰 버크·루스 파스콸리노·하워드 찰스. [사진 BBC]


올 초 처음 방영됐고 현재 시즌 2를 촬영 중인 영국 BBC드라마 ‘삼총사(The Musketeers)’는 시대극이다. 알렉상드르 뒤마의 동명소설과 마찬가지로 1630년부터의 얘기다. 그러니 체코에 있는 드라마 세트장으로 초대를 받곤 400여 년 전 느낌이 물씬 날 공간부터 상상했다. 망상이었다.

380년 전 파리 뒷골목 그대로 "전기료보다 양초값 더 들어"
멀쩡한 가죽옷 무수한 흠집 내고 자재·옷단추까지 디테일에 신경
CG 덕 작은 세트장 알뜰하게 써 … 바닷가 건물이 뒷골목에도 등장
말 타고, 총 쏘고, 칼싸움 하고 안전 고려해 리허설 또 리허설



 체코 프라하에서 북서쪽으로 50㎞쯤 떨어진 독사니의 세트장은 수녀원의 일부였다. 건물 몇 동과 정원이 있는 넓지 않은 장소였다. BBC는 여기에 총사대 건물 하나만 더 지었다. 주 배경인 파리 장면 대부분을 여기서 찍었다. 한 건물이 바닷가 건물로도, 파리의 침침한 뒷골목 건물로도 등장하는 식이다. 지하터널로 들어가는 장면을 위해선 배우가 딱 웅크리면 알맞을 정도인 1.5m의 구멍만 팠다. 약간의 구조 변경과 컴퓨터그래픽(CG) 덕이 있었다고는 하나 공간 활용이 알뜰했다.



 프로듀서인 콜린 래튼은 대신 “정말 오래된 듯 보이려고 돈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자재 하나하나는 물론 옷의 단추까지 신경 썼다고 했다. 낡은 느낌을 주기 위해 멀쩡한 가죽옷에 무수한 흠집을 내기도 했다. 양초를 많이 쓴 탓에 “전기 값보다 양초 값이 더 들었다”고도 했다. 디테일에 신경 썼다는 얘기다.



체코 독사니 수녀원의 부속 건물(위). 컴퓨터그래픽(CG) 덕에 프랑스 노르망디의 르아브르 항구에 접한 건물(아래)이 됐다. [사진 BBC]
 강조한 게 구식 소총인 머스켓이었다. 그는 “명색이 총사(머스켓을 든 병사란 의미)인데 이전 작품들에선 칼싸움만 하더라.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했다”고 했다. 실제 BBC의 삼총사는 명사수들이다.



 곧이어 현재 촬영 중인 플로스코비체 세트장으로 향했다. 독사니로부터 17㎞쯤 떨어진, 한때 합스부르크 왕가의 여름별장이었던 플로스코비체성이다. 드라마엔 프랑스의 베르사유궁으로 등장한다.



 2분짜리 폭발 장면을 찍는 날이라고 했다. 오전 11시부터 리허설을 반복하고 있었다. 자투리 시간에 제작진과 만났다. 드라마 창작자이자 제작자이며 메인 작가인 에이드리언 호지스부터였다.



 - 여러 번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1912년 처음 각색된 이래 무수한 작품이 있었지만 TV 드라마론 근래에 없었다. 또 반영웅이 주인공을 도맡는 요즘 말 그대로 영웅의 얘기를 다루고 싶기도 했다. 뒤마의 정신은 존중하면서도 캐릭터를 새롭게 만들었다. 인용은 하되 곧이곧대로 인용하진 않았다. 뒤마도 우리 걸 즐기지 않을까.”



 - BBC 드라마 ‘셜록’처럼 현대를 배경으로 할 생각은 없었나.



 “왜 안 했겠나. 그랬다면 아마 훨씬 어두운 드라마가 됐을 거다. 대단히 복잡미묘하기도 했겠고. 삼총사가 군인이나 용병이어야 한다는 얘기인데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전체적으로 현대적 느낌이 나되 시간 설정 자체는 1630년으로 하기로 했다.”



 - 노예상을 다룬 에피소드에선 현대 자본주의를 비판했다.



 “항상 지금과 연관성을 생각한다. 그래야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할 수 있다.”



 - 상투적이기 쉬운데.



 “처음 떠오른 생각은 다 클리셰(상투적인 장면)다. ‘정말 좋은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었다가 곧 ‘엉망이군’이 되곤 한다. 그래서 첫 아이디어를 잘 채택하지 않는다.”



 그는 제작 시스템도 설명했다. 한 시즌이 10편인데 다섯 팀이 두 편씩 제작한다고 했다. 각각 5주씩 순차적으로 촬영하는데 팀과 팀 사이에 한 주 정도 시간적 여유를 둔다. 세트장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해서다. 모두 31주, 즉 7개월 가까운 일정이었다. 10월 말께 모든 촬영이 끝나는데 내년 초 방영 예정이다.



 그 사이에도 리허설은 계속됐다. 래튼의 말이다. “리허설을 하고 또 하고 한다. 안전 문제 때문이기도 하다. 현대극에선 위험요소가 많아야 서너 개지만 여긴 15개가 넘는다. 총 쏘고 칼싸움 하고, 말 타고 창문에서 뛰어내리고, 현장엔 초 투성이여서 넘어지기 쉽고 화재 위험도 있고…. 제작자 입장에선 악몽이다.”



 마침내 폭발음이 들렸다. 첫 리허설 후 5시간 만이었다. 배우들이 비로소 편안한 표정으로 기자들 앞에 섰다. 이태째 함께해선지 “형제 같다”고 했다. 남자배우들은 서로 장난친 얘기를 많이 했다. 삼총사 중 하나인 포르토스역의 하워드 찰스는 “호텔 로비에 톰 버크(아토스)가 있어 놀라게 하려고 덮쳤는데 톰이 아니더라”며 웃었다.



 세트장엔 8시간 머물렀다. ‘쪽대본’ ‘생방 촬영’의 한국과는 너무나 달랐다. 제작비가 시즌당 200억원 정도라니 경제 수준을 감안하면 한국의 대작 드라마보다 막대한 규모인 것도 아니다. 차이는 시간이었다. 절대 투입 시간이 많았다. 물론 같은 점도 있었다. 주연 여배우들은 화면에서보다 실물이 훨씬 가녀렸다.



독사니·플로스코비체(체코)=고정애 특파원



‘닥터 후’ 51년 장수 기네스북에



영국 드라마 중 최근 대표주자는 ‘셜록’이다. 소설 『셜록 홈즈』를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주연인 베네딕트 컴버배치는 이 드라마 하나로 무명 배우에서 세계적 스타로 성장했다. BBC 관계자가 “과거엔 가까웠는데 이젠 얼굴을 바라볼 기회조차 없다”고 할 정도다. 동료 왓슨 박사로 나오는 마틴 프리먼도 각광을 받는다.



 반면에 닥터로 불리는 시간여행자의 모험담을 담은 ‘닥터 후’는 전통 강자라고 할 수 있다. 1963년 11월 이래 지금까지 방영돼 와 최장수 TV 드라마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이들 제작자와 주연배우들이 8월 글로벌 미디어 투어 차원에서 5대륙의 5대 도시를 방문하는데 아시아에선 서울만 찾는다. 한국에서 그만큼 인기란 얘기다. 스핀오프 드라마로 ‘토치우드’와 ‘사라 제인 어드벤처’가 있다.



 비디오 스트리밍 업체인 넷플릭스의 성가를 높인 드라마로 유명한 ‘하우스 오브 카드’도 동명의 BBC 드라마를 미국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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