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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추리인듯, SF인듯 … 책을 둘러싼 두뇌게임

중앙일보 2014.06.28 00:47 종합 23면 지면보기
탐정은 어디에

오수완 지음

곰, 340쪽, 1만3000원




‘탐정’이라는 말에 추리소설을 기대했다면 빨리 책장을 덮는 편이 낫다. 추리소설을 가장했지만 추리소설은 아닌, 뭐라 딱 한마디로 규정하기 힘든 이 소설은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자인 오수완의 두 번째 장편. 4편의 중편소설로 이뤄진 연작 장편소설인 이 책은 전작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하다.(전작의 독자라면 아마도 주인공 ‘반디’와 주요한 소재인 『세계의 책』의 재등장이 반가울 듯.)



 작가가 ‘책과 추리 소설에 대한 끝없는 농담’이라고 말했듯 소설은 탐정 이야기가 아닌 책의 삶에 대한, 책에 대한 이야기다. 소설의 1부는 탐정국 조사원인 X가 거대책을 만드는 공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범죄소설의 성격이 강하다. 2부는 인간과 책이 함께 살아가는 ‘북 시티(Book City)’를 배경으로 불면증에 시달리는 책 탐정이 등장하는 하드보일드 추리소설의 스타일을 빌렸다. 3부는 책 사냥꾼인 반디와 볼라가 도서관 행성인 ‘리브로’에서 『탐정은 어디에』라는 책을 찾아다니다 『세계의 책』의 존재와 마주하게 되는 SF물의 옷을 입고 독자 앞에 선다. 4부는 탐정인 주인공 ‘나’가 『탐정은 어디에』를 쓴 수수께끼 작가 두란의 정체를 뒤쫓으며 벌어지는 모험이 펼쳐진다.



 지나치게 지적인 이 소설에서 연작의 형태를 취한 4개의 이야기 속 등장인물들은 마치 전생과 현생의 관계처럼 다른 이름과 옷을 입고 각각의 소설에 새로운 캐릭터로 모습을 드러낸다. 전생의 업이 현생의 삶에 영향을 주듯, 4개의 소설 속 각각의 인물과 사건은 느슨한 업의 고리로 얽혀 있는 듯한 느낌이다. 이 느슨한 사건의 끈을 따라가며 누가 누구로, 어떤 모습으로 그려지는 지를 찾아가는 것도 독자에게는 흥미로운 과정 중 하나다.



 작가가 소설 속 인물의 입을 빌려 말했듯, 이 소설은 문학 창작이나 책의 소비 행태에 대한 일종의 알레고리로도 읽힌다. 거대책을 만드는 공장에서 ‘저자의 죽음’을 천명하며 공동 구상과 공동 창작을 통해 추리소설이 탄생하는 과정은 소설의 죽음이 언급되는 우리 시대의 씁쓸한 자화상을 보는 듯하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가의 상상력과 독서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은 다소 벅차다. 작가가 펼쳐 놓은 지적 퍼즐을 정신없이 맞춰가다 보면 미궁에 빠진 듯한 당혹감도 든다. 특히 마지막 장은 뫼비우스의 띠에 갇힌 듯한 느낌마저 준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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