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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국 정치의 중심 문제가 된 '대통령 인사'

중앙일보 2014.06.28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박근혜 대통령의 ‘도로 정홍원’ 인사는 후유증이 크다. 정홍원 총리의 유임은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청와대의 인사 시스템, 국회 인사청문회, 언론의 사전검증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제 유능하고 통합적인 인재를 뽑아 적재적소에 앉히는 문제가 한국의 정치가 해결해야 할 중심 과제로 떠올랐다. 인사 문제가 정비되지 않으면 안전 가치도, 국가개조도 공허한 외침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2000년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는 제왕적 대통령의 인사권을 입법부가 견제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대 대통령들은 총리나 장관 등 심혈을 기울여 선택한 공직 후보자들이 야당의 반대로 낙마하는 쓴 경험을 겪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후보자의 사생활이 유린되고 명예가 훼손되며 인격살인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부작용도 커졌다.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 도덕성을 차근차근 따져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는 증발됐다. 야당은 특정 후보자 몇 명을 떨어뜨려야 할 사람으로 미리 정해놓고 정국 주도권을 쥐기 위해 집권세력과 고난도 정치게임을 벌여나가곤 했다. 여야, 혹은 좌우로 쫙 갈라진 진영 간 갈등 문화가 적대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인사청문회가 적격성 심사의 장이 아니라 무슨 저격수 활약의 장처럼 변질한 건 어느 모로 보나 정상이 아니다. 차제에 인사청문회를 대통령 권력을 견제하면서 후보자의 명예도 존중하는 품격 있는 제도로 격상하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여야가 언제든지 정권이 바뀔 수 있는 상황이기에 합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을 신설한 건 그 자체로 잘한 일이다. 인사수석 제도는 노무현 대통령 때 도입됐는데 대통령에게 독자적인 인사추천 기능을 행사했다. 인사검증은 따로 민정수석실이 맡아 추천과 검증 사이에 견제와 균형을 이루도록 했다. 새로 임명될 인사수석은 특히 지역 안배, 사회적 평판, 상시적인 인재발굴, 야당 반응 같은 정무적 판단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 국민의 상식과 동떨어진 인사가 더 이상 등장해선 곤란하다. 박 대통령 인사의 우선순위가 의리나 충성심이라는 평가가 있다. 두루 인재를 구하기 위해 이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은 인사수석에게 실권을 주고, 그 독립적인 판단을 중시해야 한다. 박 대통령의 인사는 베일에 싸여 있다. 인사 과정이 항상 투명하고 공개적일 필요는 없지만 공적 채널을 통해 진행된다는 믿음만은 국민이 갖도록 해야 한다. 수첩인사라는 말도 그의 인사 방식이 밀실에서, 비선조직을 따라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에서 비롯됐다. 박 대통령은 이런 의구심을 해소해야 한다. 인사에서 신뢰를 잃으면 그에 바탕한 모든 정책도 신뢰를 얻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는 인사수석이 생겨도 인사위원장은 여전히 김기춘 비서실장이 맡는다는 점이다. 김 실장은 여러 차례 인사 실패의 책임자로 야당과 일부 여당에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인사수석 제도가 김 실장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보조 장치여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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