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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부처 간 밥그릇 챙기느라 나라 밥그릇 걷어찼다"

중앙일보 2014.06.28 00:12 종합 30면 지면보기
이게 도대체 한 정부가 하는 일인지 눈을 의심케 하는 황당한 사태가 벌어졌다. 바로 자동차 연비를 놓고 부처 간에 서로 다른 결론을 내놓고, 이를 중재·조정해야 할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는 손을 들어버린 것이다. 26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열린 자동차 연비에 관한 정부 합동 브리핑은 말이 합동 브리핑이었을 뿐 부처 간 이기주의와 불협화음, 정부 내 불통과 조정 능력 부재의 종합 발표회였다.



 이날 국토교통부는 현대자동차의 싼타페와 쌍용자동차의 코란도 스포츠의 표시 연비가 과장됐다며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산업교통부는 두 차종의 연비가 “문제 없다”며 적합 판정을 내렸다.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는 이 같은 엇갈린 판정에 대해 최종 판단은 법원에 가서 알아보라며 조정과 중재 노력을 포기했다. 이날 합동 브리핑에서는 4개 부처가 같은 사안에 대해 4개의 각기 다른 보도자료를 내놓는 기상천외한 장면이 연출됐다. 6개월이 넘게 주무부처와 정책조정기구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 결과가 그렇다. 같은 정부가 하는 일이라고는 차마 상상할 수도 없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국민 앞에 버젓이 내놓은 것이다.



 당장 소비자들은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게 됐고, 자동차 회사들은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게 됐다. 정부가 앞장서서 소비자의 불신과 기업의 혼란을 부채질한 꼴이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부처의 밥그릇을 챙기느라 대한민국의 밥그릇을 걷어찼다”고 했다. 국무조정실은 앞으로 자동차 연비의 사후관리를 국토부가 전담토록 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전인증은 산업부가 하고, 사후검증은 국토부가 맡으면 부처 간 영역 다툼과 그로 인한 혼선은 여전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부처 간 밥그릇 나눠 먹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 측정 같은 문제조차 정부 내에서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이 정부의 정책조정 능력은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 대통령이 아무리 부처 칸막이를 없애라고 외쳐봐야 일선에서 먹히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공무원들의 밥그릇 싸움에 날을 새는 동안 국민과 기업은 골병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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