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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드컵 출입증 돌려 쓰다 망신

중앙일보 2014.06.28 00:03 종합 2면 지면보기
국제축구연맹(FIFA)이 발급하는 월드컵 경기장 취재 출입증(AD카드).
지난 21일(현지시간) 브라질 월드컵 경기 현장에서 KBS 기자들이 월드컵 경기장 출입증(AD카드·Autograph Document Card)을 부정 사용한 혐의로 현지 군·경찰에 체포돼 조사를 받았다. AD카드를 빌려 쓴 사람은 보도본부 소속 국장의 아들과 그의 친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러 등을 대비해 철저히 관리되는 AD카드를 개인적 목적으로 무단 사용해 부적절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도본부 소속 국장 아들
기자 출입카드로 입장하다 발각
FIFA, 테러 악용 우려 엄격 관리

 브라질 현지의 한 축구 관계자에 따르면 21일 KBS 보도본부 스포츠국 송모 기자 등은 한국과 알제리전이 열리는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AD카드를 부정 사용하다 적발됐다. 자신의 AD카드를 경기장 밖에 있던 보도본부 소속 국장의 아들 일행에게 전달해 입장시키려다 발각된 것이다. 체포된 이들은 군·경찰의 조사를 받고 풀려났다. 아들 일행은 관광차 브라질에 갔다가 우리 국가대표팀의 연습 장면을 보러 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AD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일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자칫 유출된 AD카드가 테러 등에 이용되는 만약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보안조치다. 무단 사용된 AD카드는 현장에서 압수되며 해당 기자의 출입이 정지된다. 또 차후 출입증 발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한 축구 관계자는 “브라질 월드컵은 가뜩이나 테러 위협이 높아 출입증 관리가 엄격했다”며 “2002·2006·2010년 월드컵에서는 AD카드 양도 문제로 경찰에 체포된 경우는 없었다. AD카드 부정 사용은 망신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이 처음 알려진 것은 브라질의 언론 보도를 통해서다. 브라질 방송사 RBS TV는 21일 “한국 국가대표팀의 연습을 보기 위해 한국인이 저널리스트 친구의 출입증을 빌려 사용하려다 군·경찰에 적발됐다”며 “경찰에 체포돼 조사받는 과정에서 허위진술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네티즌 사이에서는 국제적인 망신이라는 비판이 일었다. 한때 MBC ‘무한도전’의 노홍철씨가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MBC가 즉각 부인했다.



 본지는 해당 KBS 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문자메시지도 남겼으나 응답이 없었다. KBS는 이에 대해 23일 “AD카드가 워낙 적게 발급되다 보니 불가피하게 출입증을 돌려쓰는 상황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FIFA에는 이미 사과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7일에는 AD카드 부정 사용 관련 보도에 대해 사실 여부와 자세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문제가 드러날 경우 관계자들이 현지에서 귀국하는대로 감사에 착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한축구협회 홍보팀 설동철씨는 “이번 일은 FIFA가 해당 언론사에 향후 불이익을 줄 수도 있는, 매우 이례적인 사안”이라며 “다만 KBS가 한국의 대표 언론사인 만큼 FIFA와 KBS가 어느 정도 협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이에 대해 FIFA로부터 통보받은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이정봉·김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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