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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신상, 상원은 정책 검증 … 주목받는 미국 청문회

중앙일보 2014.06.27 02:12 종합 5면 지면보기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왼쪽)와 우윤근 정책위의장이 26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단도 만나 국정 의견을 들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국가를 얼마나 올바르게 끌고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새누리당이 인사청문회 제도 개선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모처럼 당내 주류·비주류가 “신상털기와 여론재판 식인 현재의 인사청문회 방식을 바꿔야 한다”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완구 원내대표는 2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미국은 인사청문회제도를 운영한 지 200년이 돼 자리를 잡았지만 우리는 10여 년에 불과해 여러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며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교하게 다듬어 본래 취지에 맞게 인사청문회를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당내에 ‘청문회 제도개선 TF’를 구성하도록 지시했다.

쏟아지는 청문회 개선론
새누리 제도개선 TF 가동
"망신주는 청문회 구태정치"
야당도 "업무 능력 검증을"



 윤상현 사무총장은 “낙인찍기만 하는 야당 앞에서 세상에 누가 온전할 수 있겠느냐”며 “정치공세와 망신주기 인사청문회는 새정치민주연합이 내려놓아야 할 구태정치 목록 중 하나로, 딱지 붙이고 낙인찍고 매도하는 세 가지를 중단하라”고 말했다. 당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4선의 원유철 의원도 “먼저 제도화되고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철저한 사전 검증이 가능하도록 한 다음 국회에선 과도한 신상털기 방식의 검증을 삼가고 능력을 중심으로 검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관련, 7·14 전당대회 주자들도 “자격이 출중해도 신상털기에 좌절되는 청문회 제도는 문제”(김무성 의원), “야권의 인사 발목 잡기가 계속된다면 국가 안정 저해할 것”(홍문종 의원), “현행 제도하에선 누가 돼도 ‘바보 총리’가 될 수밖에 없다”(김태호 의원) 등의 입장을 밝힌 상태다. 정의화 국회의장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사돈의 팔촌까지 파헤치는 청문회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상태다.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공감대가 있다. “신상 문제 등은 비공개로 한 번 거르고, 능력·자질·철학·가치 등의 문제에 대해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방향으로 고민하겠다”고 밝힌 이 원내대표의 발언에서 나타나듯, 미국이 시행 중인 ‘수개월에 걸친 백악관·국세청의 사전 검증→국정수행 능력과 비전에 대한 상원의 정책 검증’을 벤치마킹하자는 쪽이다.



 실제로 국회에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이 31건이나 계류돼 있다. 지난해 7월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청문 대상자의 윤리 검증을 위한 1차 인사청문회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2차 인사청문회 분리 개최’로 수렴된다. 권 의원은 “현행 인사청문회는 공직 후보자에 대한 구체적 증거 없는 인신공격으로 후보자에 대한 인격과 사생활 침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같은 당 윤명희 의원은 올해 5월 “흠집내기식 인사청문회로 청문대상자의 조직 장악과 국정수행에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인사청문회에 별도의 인사청문소위원회를 두고 비공개로 도덕성 검증을 완료한 후,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야당 일부에서도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심재권 의원은 지난해 7월 공직 후보자의 신상과 관련된 내용은 사전 인사검증 절차를 거치고, 적격 판정을 받은 경우에만 인사청문회를 열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심 의원은 발의 배경에 대해 “인사청문회는 개인 신상과 관련된 내용의 검증에 주력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업무수행 능력 등 정책 검증에 상대적으로 소홀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글=권호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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