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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P 왕따 얘기에 화난 유족들 "진상 규명" 장례 절차 중단

중앙일보 2014.06.27 02:11 종합 6면 지면보기
강릉아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왔던 임 병장이 26일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군은 임 병장이 대화가 가능할 만큼 회복됐다고 판단해 25일부터 조사를 시작했다. [뉴스1]


강원도 고성 22사단에서 GOP 총기 난사 사건으로 희생된 장병 5명의 유족들이 장례 절차를 중단한 채 사건의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임 병장 "범행 기억 잘 안나" 진술
"임, 입대 전 하루 12시간 슈팅게임"



 유족들은 26일 오후 경기도 성남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고 군 당국이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모든 장례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며 “국방부와 군이 이번 사건을 ‘왕따 당한 병사’와 ‘왕따 시킨 병사들’의 개인 문제로 덮으려 한다. 억울하게 자식 잃은 부모로서 슬픔을 넘어 분노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됐던 희생 병사들의 입관식과 27일 합동영결식 준비가 모두 보류됐다.



 유족들은 전날 국회 국방위에서 김관진 국방장관이 “전역을 3개월 앞둔 병장이 사고 낸 이면에 집단 따돌림이란 것이 군에 존재한다”고 말한 것에 불만을 터뜨렸다. 고(故) 진우찬(21) 상병 아버지 진유호(51)씨는 “(임 병장이) 희생된 장병들로부터 왕따를 당해 이에 대한 보복한 것처럼 들린다. 억울한 희생을 당한 아이들이 두 번 죽는 일이다”고 말했다.



 또한 유족들은 국방부가 임 병장의 메모 공개를 거부하며 ‘희생자 유가족들의 반대’ 때문이라고 한 것에도 “사실과 다르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김관진 국방장관은 이날 오후 유족들을 만나 70여 분간 면담했으나 유족 측은 “희생 장병들의 정확한 사인이나 총기사건 재발 방지 같은 문제들에 대해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군의 미흡한 초동 대처가 사망자를 늘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진씨는 “아들은 관통상을 입었지만 즉사할 만한 총상은 아니었다는 전문의의 소견을 받았다. 사인도 총상에 의한 즉사가 아니라 과다출혈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고 말했다. 고 이범한(20) 상병의 아버지 이종길(49)씨도 “(아들은) 어깨와 쇄골에 총알이 관통했는데 검안의로부터 (사인이) 과다출혈인 것 같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편 범인인 임모(22) 병장은 범행 경위에 대한 진술을 거부하고 있어 수사가 장기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군 수사대는 25일부터 강릉아산병원 중환자실에서 임 병장을 상대로 면담 조사를 시작했다. 임 병장은 범행 과정에 대해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이 구체적인 진술하지 않으면 사건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조사가 예상보다 길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병장은 26일 오후 1시 국군강릉병원으로 이송됐다.



 임 병장이 하급자들에게 무시를 당해 불만을 느껴왔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임 병장은 부대 생활에 대한 문답 과정에서 “일병들이 무시해 화가 났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총격 난사에서 희생된 5명의 병사 중에도 2명의 계급이 일병이었다. 나머지는 하사 1명, 상병 2명으로 부초소장인 하사를 제외하고 모두 본인보다 하위 계급이었다. 또 임 병장은 군에 오기 전에 소총 등 각종 무기로 적들과 교전을 벌이는 1인칭 슈팅(FPS)게임을 즐겼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임 병장은 입대 전 PC방에서 하루 12시간가량 이 게임을 즐겼던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성남=윤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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