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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면 나온다 … 세계 최고 '기름코' 두성호

중앙일보 2014.06.27 02:00 종합 10면 지면보기
우리나라가 유일하게 소유한 석유·가스 시추선 ‘두성호’. 말레이시아에서 러시아 사할린 현장으로 가는 길에 26일 부산항 남외항에 들러 30주년 기념행사를 가졌다. [송봉근 기자]


26일 오전 10시30분 부산 태종대 남쪽 12㎞ 해상. 부산항에서 배를 타고 한 시간가량 걸려 이곳에 이르자 높이 94m, 폭·너비 82m인 거대한 구조물이 나타났다. 한국석유공사의 해양 원유·가스 시추선 두성(斗星)호다. 국내 기업이 보유한 단 하나뿐인 원유·가스 시추선이다.

성공률 51% '행운의 배' 불려
건조비 542억 … 6929억 벌어
1984년 대통령 이름 따 명명



 크레인 줄에서 내려진 대형 바구니를 타고 해수면 위 70m에 위치한 갑판(메인 데크)에 오르자 철탑처럼 생긴 드릴 타워가 눈앞에 나타났다. 바다 밑바닥에서부터 7500m를 뚫고 내려갈 수 있는 두성호의 핵심 장비다. 이윽고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드릴이 돌아갔다. 건조 30년을 맞아 실시한 언론 초청 행사였다.





 1984년 건조돼 현장에 투입된 두성호는 전 세계 석유·가스 회사들 사이에 ‘행운의 시추선(lucky rig)’라 불린다. 시추 구멍을 뚫었을 때 원유·가스를 발견할 확률이 워낙 높아서다. 지금까지 미국 알래스카와 동남아 등지에서 모두 117개 시추공을 뚫어 이 중 61곳에서 원유·가스가 나왔다. 성공률이 51%에 이른다. 석유공사 측은 “세계 평균인 30% 선보다 훨씬 높은 성공률”이라고 소개했다. 98년 7월에는 한국 최초의 가스전인 동해-1 공구 시추에 성공했다. 빌려 쓰겠다는 주문이 끊이지 않아 1년에 300일 이상을 작업한다. 현재 2017년까지 일감이 줄을 선 상태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높은 성공률의 비결은 20년 경력의 전문가들이 착착 손발을 맞춰 작업을 하는 것이다. 박상준(55) 두성호 사업팀장은 “바다 밑바닥에서 다시 2000~4000m를 뚫고 내려가는 해저 시추는 각도가 약간만 달라도 잘못된 지점에 이르게 된다”며 “노련한 전문가·기술자들이 한 치의 오차 없이 시추를 한 게 높은 성공 확률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성공 확률이 높다 보니 몸값도 높다. 지난해 평균 하루 이용료가 26만2802달러(약 2억6692만원)였다. 석유·가스 회사가 두성호를 하루 쓰는 대가로 이만큼을 석유공사에 지불했다는 얘기다. 세계 평균인 약 16만 달러보다 60% 이상 비싸다. 러시아 국영가스회사 가스프롬과 계약하고 다음 달부터 작업할 사할린 앞바다 가스 시추는 하루 30만 달러에 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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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도 많이 벌었다. 두성호를 건조하는 데 542억원이 들었는데, 지난해까지 벌어들인 돈(매출)이 그 13배인 6929억원에 이른다. 여기서 운영비를 뺀 이익이 2013억원이다. 사고 또한 거의 없다. 현재 2479일(약 6년8개월) 연속 무사고를 기록 중이다. 최근 계약하고 작업했던 세계 최대 석유회사 셸(Shell)로부터는 180일 무사고 대가로 60만 달러 보너스를 받았다.



 ‘두성호’란 이름은 건조가 완료된 84년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두(斗)’ 자와 장군을 뜻하는 ‘별성(星)’ 자를 따서 붙였다. 그러니 ‘두성’이란 ‘전두환 장군’이란 뜻이 된다. 84년 4월 3일 열린 명명식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참석했다. 석유공사 측은 “2000년대 들어 이름을 바꿀까 생각했으나 이미 높은 성공률 때문에 명성을 얻어 이름을 바꾸면 주문이 끊어질까봐 바꾸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재택(57) 두성호 소장은 “두성호가 한국의 전반적인 시추 기술, 그리고 원유·가스 시추선 제조 기술을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데 크게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높은 성공률을 이어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부산=김상진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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