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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법원 '통화내역 열람' 제동

중앙일보 2014.06.27 01:28 종합 22면 지면보기
“경찰이 현대인의 휴대전화에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 덩어리들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이 집 안 캐비닛 속에 보관했던 개인 서류보다 보호할 가치가 더 있다.”


"경찰·FBI, 법원 영장 필요" 판결
사법기관 마구잡이 감청도 줄 듯

 존 로버츠 미국 연방 대법원장이 25일(현지시간) 휴대전화 통화내역 열람과 관련한 대법원 판결문을 읽으면서 한 말이다. 경찰·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사법기관들의 마구잡이식 휴대전화 감청이나 통화내역 엿보기에 강력한 제동이 걸렸다.



 미국 대법원은 경찰이 정당한 절차로 범죄 용의자를 체포해 확보한 휴대전화라 하더라도 내용을 열람하려면 반드시 법원의 영장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 마약범죄 용의자가 미 법무부를, 조직범죄 용의자가 캘리포니아 주정부를 상대로 각각 제기한 소송에서다. 특히 이번 판결은 드물게 대법관 9명 전원이 만장일치로 한 결정이었다.



 로버츠 대법원장은 “현대의 휴대전화는 단순히 기술적인 편의를 제공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많은 미국인의 사생활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선 경찰관의 안전을 위해서나, 범죄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용의자의 호주머니에서 소지품을 꺼내 압수할 수 있다는 1970년대의 판례를 적용해 휴대전화 통화내역을 손쉽게 경찰 등 사법기관이 활용해 왔다. 실제로 미 법무부와 캘리포니아 주정부도 용의자를 체포한 뒤 휴대전화 속 정보를 영장 없이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데 사용했다.



 하지만 미 대법원은 이날 영장 없는 휴대전화 정보 열람을 명백한 사생활 침해로 인정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전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이 국가안보국(NSA)의 무차별 도·감청 행위를 폭로한 뒤 사생활 보호 논쟁이 일면서 대법관들의 마음을 변화시킨 결과라고 분석했다.



조지워싱턴대 법학 교수인 오린 커는 “대담하고 단호한 결정”이라며 “FBI는 머리를 쥐어뜯고 앞으로 어떻게 할지 고민하겠지만 미국의 시민운동가라면 샴페인을 터뜨릴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승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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