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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룡마을 개발, 다시 붙은 '순·희 전쟁'

중앙일보 2014.06.27 01:01 종합 23면 지면보기
강남 한복판의 판자촌인 구룡마을 개발 방식을 놓고 서울시와 강남구청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지난 6·4 지방선거에서 박원순(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장과 신연희(새누리당) 강남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하며 구룡마을을 놓고 제2라운드 다툼이 시작된 것이다. 박 시장은 선거 이전부터 토지 소유자에게 땅값 대신 일부 토지의 개발권을 주는 ‘일부 환지(換地)’ 방식을 주장해 왔다. 반면 신 구청장은 지자체나 건설사가 토지를 사들인 뒤 개발하는 ‘100% 수용 후 개발’ 방식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는 오세훈 전 시장이 2011년 결정한 것이다.


박 "지주에 일부 땅 개발권을"
신 "지자체가 100% 개발해야"
지방선거 끝나자 갈등 재연
감사 결과 발표가 분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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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먼저 선수를 치고 나선 건 박 시장이다. 서울시는 선거 직후인 지난 12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에 따른 특혜 우려를 없애기 위해 1가구당 1필지(또는 1주택)로 환지 규모를 제한하겠다”고 밝혔다. 토지 소유주가 단독주택 부지(165~230㎡)·연립주택 부지(60~90㎡)·공동주택(60~120㎡) 중에서 한 가지만 선택하도록 제한했다. 기존 최대 환지 규모(660㎡)보다 줄어든 것이지만 환지개발 방식은 그대로 밀고 나가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강남구청은 다음날(13일) “100% 수용 개발 원칙에 변함이 없다”며 “공원 지역을 택지로 바꿔 환지해줄 경우 세곡·내곡지구 등 개발을 앞둔 인근 지역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시의 제안을 거부했다.



 상식적으로 보면 야당 출신인 박 시장이 ‘100% 수용 방식’을, 여당인 신 구청장이 ‘환지 방식’을 내세우는 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이렇게 된 속사정에는 양 자치단체장의 시각 차이가 깔려 있다. 박 시장은 환지 방식을 도입해야 30년 동안 방치된 마을을 빨리 개발하면서 시의 토지 매입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 시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 입장은 분명하다. 거기 사는 (마을) 주민들이 웬만하면 (임대주택 등에) 입주하도록 해 드리는 것이고, 가능하면 그 비용을 좀 줄이는 것”이라며 “강남구의 요청대로 하면 수천억원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서울시 부채 3조원 감축을 주요 시정 목표로 하고 있는 박 시장은 토지 매입비 등 6300억원으로 예상되는 투자 비용을 시가 떠안게 되는 ‘100% 수용 개발’ 방식은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반면 신 구청장은 환지 방식으로 개발할 경우 대토지주에게 특혜를 준다며 반대하고 있다. 신 구청장은 지난 24일 전화 통화에서 “구룡마을 개발은 법과 원칙의 문제이고 인근 개발 지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이어 “서울시가 당초 대토지주라도 최대 환지 규모가 660㎡로 제한돼 있어 특혜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지난 12일 환지 규모를 줄여 다시 말 바꾸기를 했다. 환지 규모를 축소한 것이야말로 서울시가 토지주에 특혜를 제공하려 했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환지 방식을 도입하면 원칙은 깨지고 의혹만 불러올 수 있다. 지자체가 개발한 다음 구룡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임대주택 등으로 들어오는 게 가장 큰 공공의 이익”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 행정국장 출신으로 원칙을 강조하는 신 구청장은 서울시와 공무원들이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환지 규모를 축소하면서 일부 환지 방식과 100% 수용 방식에 따른 개발 비용 차이는 800억원(구룡마을 개발비는 6300억원) 정도로 크게 줄어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개발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라기보다는 자존심 싸움으로 변질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이르면 27일 구룡마을 감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구룡마을을 둘러싼 두 자치단체장의 갈등이 깊어질지, 아니면 봉합될지 기로에 서 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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