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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규 기자의 발로 뛰는 브라질] 메시마르, 두 개의 태양이 떴다

중앙일보 2014.06.27 00:57 종합 28면 지면보기
1-1-2. 메시(왼쪽)가 조별리그 세 경기에서 차례대로 터트린 골 수다. 세 경기 연속 골이다. 2-0-2, 네이마르는 2차전에서 골이 없었지만 3경기에서 4골을 뽑아낸 건 메시와 같다. 난형난제. 둘은 득점 공동선두다. [리우데자네이루 로이터=뉴스1, 브라질리아 액션이미지=뉴시스]


디에고 마라도나(54·아르헨티나)와 펠레(74·브라질)가 선수로 돌아와 한 대회에서 경쟁하는 느낌이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7)와 브라질의 네이마르(22·이상 바르셀로나)가 브라질 월드컵에서 득점왕을 겨루고 있다. 나란히 3경기에서 4골씩 넣었다. 그러나 임하는 자세는 확연히 다르다. 월드컵에 세 번째 도전 중인 메시는 진지하다. 네이마르는 자신의 첫 월드컵을 즐기고 있다.

우승 간절한 메시, 시종일관 진지
네이마르는 축제 즐기듯 명랑파
둘 다 4골 … 맞대결은 결승전뿐



 메시는 26일(한국시간) 포르투 알레그리의 베이라히우 경기장에서 열린 나이지리아와의 F조 3차전에서 두 골을 넣어 3-2 승리를 이끌었다. 전반 3분에 흘러나온 공을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전반 46분에는 그림 같은 왼발 프리킥으로 그물을 흔들었다. 후반 5분 마르코스 로호(24·스포르팅 리스본)가 쐐기골을 넣은 아르헨티나는 아메드 무사(22·CSKA모스크바)가 2골을 넣은 나이지리아의 추격을 따돌리고 3연승을 거뒀다. F조 1위로 16강에 오른 아르헨티나는 E조 2위 스위스와 다음 달 2일 상파울루 경기장에서 16강전을 치른다.



 메시의 눈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다. 나이지리아와 경기 전날은 메시의 생일(현지시간 24일)이었다. 그는 “최고의 생일 선물은 월드컵 우승이다. 원하는 꿈을 향해 나가고 있다”며 트로피를 향한 열망을 드러냈다. 그는 2006 독일, 2010 남아공 월드컵을 합쳐 8경기에서 한 골에 그쳤다. 팬들로부터 ‘13세 때 스페인 바르셀로나로 떠난 뒤 소속팀에서만 열심히 뛴다. 마라도나가 보여준 애국심이 메시에게는 없다’는 비난도 받았다. 한때는 A매치 때 아르헨티나 국가를 부르지 않아 애국심 논쟁도 일었다.



 3경기 연속 MOM(최우수선수)에 뽑힌 메시는 공식 기자회견 외에는 말을 아끼고 있다. 기자회견에서도 원론적인 답을 내놓는다. 아르헨티나가 이번 대회에서 넣은 5골 중 4골이 메시의 발끝에서 나왔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라는 지적에 그는 “우리 팀은 더 발전하고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공동취재구역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을 정중하게 사양하면서 지나갔다. 메시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와의 1차전을 앞두고 늦은 밤 혼자 나와 숙소 발코니에서 고뇌하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아르헨티나 언론은 ‘메시가 책임감에 밤잠도 못 이룰 정도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레한드로 사베야(60) 아르헨티나 감독은 메시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경기 전 인터뷰도 주장인 메시가 나와야 하지만 부주장인 골키퍼 세르히오 로메로(27·AS모나코)와 동행한다.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아르헨티나 기자는 “인터뷰를 싫어하는 메시를 위한 배려”라고 말했다.



 네이마르는 정반대다. 자국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을 마음껏 즐기고 있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와 농담을 주고받을 정도로 명랑하고 당돌하다. 카메룬전을 마친 뒤 한 브라질 기자가 “프레드에게 뭔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줬다면서?”라고 웃으며 물었다. 네이마르는 손으로 수염을 문지르며 “그랬다. 프레드에게 ‘행운의 콧수염이 첫 골을 만들어줄 거야’라고 해줬다”고 말해 브라질 기자단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최근 콧수염을 기른 프레드(31·플루미넨세)는 최전방 공격수로 카메룬과의 경기 전까지 한 골도 넣지 못해 비난을 받았다. 네이마르의 농담을 듣고 카메룬전에서 월드컵 첫 골을 뽑아냈다.



 팀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네이마르는 공동취재구역에서도 장난기를 숨기지 않는다. 카메룬전에서 가장 늦게 공동취재구역으로 나온 네이마르는 “빨리 버스에 타야 한다”는 대표팀 관계자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다른 선수가 인터뷰하는 곳까지 기웃거리며 관계자의 속을 태웠다. 수비수 다비드 루이스(27·첼시)가 인터뷰를 하고 곳까지 가서 머리를 쓰다듬으며 농담을 주고받았다.



 “브라질에서 열리는 월드컵이 부담스럽지 않으냐”는 질문에 네이마르는 “부담감은 전혀 없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것이 이뤄져서 행복하다”며 “즐기는 마음으로 월드컵에 임하고 있다”고 말했다. 브라질은 16강에서 칠레를 상대한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결승에서나 만날 수 있다.



상파울루=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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