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초대시조] 사랑이 병이라 해도 - 최영효

중앙일보 2014.06.27 00:47 종합 25면 지면보기


여름이 시작된다. 폭염이 오고 잠시 장마에 더위 조금 가실 듯하면 이런, 비오다 말다 건장마에 습도는 더하고 짜증도 가중된다. 우리가 여름 날 바캉스다 족탁이다 궁리나 하고 있을 무렵, 세상 미물들은 저들끼리 사랑하고 2세 낳고 한시도 여념 없다.



 다정이 병인 양한가, 사랑이 병인 양한가. 최영효 시인의 귀에는 염천삼복을 나는 매미울음이 ‘우짤라꼬 우짤라꼬’ 들리나보다. 한낮 비에 불어난 덕천강물도 넘쳐서 콩밭을 휘젓고, 여치 한 쌍 목숨 건 사랑빛이 노을에 닿는다. 매미애벌레는 매미가 되기 위해 땅속에서 수년, 길게는 10년이 넘게 지낸다니 짧은 여름 한 두주를 어찌 목숨 걸고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그래, 한 생이 병이라면 그 약은 사랑밖에 없다. 어찌된 건지 요즘 신문, TV엔 미움만 가득하다. 우리가 고통 받고 상처받고 분노하고 있을 때 세상 모든 생명들은 사랑 찾아 난리다.



 이 작품은 바쁘고 바쁜 사랑을 이루고 이승 떠나려는 온갖 것들의 치열함을 숨 가쁘게 그려낸다. 인생 유한하니 사는 동안 사랑하며 살아가자는 말씀이다. 4수의 평시조인데 사설인 듯, 타령인 듯 이렇게 노래한다. 시조는 느리고 관조하고 음풍농월하며 세사를 저만치 바라보기만 하지는 않는다.



  이달균(시조시인)



◆최영효=1946년 경남 함안 출생. 2000년 경남신문 신춘문예 당선. 김만중 문학상(은상) 수상. 천강문학상(은상) 수상. 시집 『무시로 저문 날에는 슬픔에도 기대어 서라』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