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논쟁] 재산 빼고 소득에만 건보료 매겨야 하나

중앙일보 2014.06.27 00:30 종합 30면 지면보기
[일러스트=박용석]


논쟁의 초점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는 건보료 부과 기준이 다르다. 직장인은 근로소득의 5.99%(절반은 회사 부담)를 보험료로 낸다. 자영업자는 종합소득·재산·자동차에 따라 보험료를 낸다. 종전에 건강보험이 366개의 조합으로 나뉘어져 있을 때는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 시비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2000년 건보를 통합한 뒤 돈주머니를 함께 쓰면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역가입자의 불만이 크다. 월급쟁이는 근로소득에만 보험료를 내고 피부양자가 있는데, 자영업자는 종합소득에다 아파트와 차에도 보험료를 물리느냐고 항변한다. 소득이 별로 없이 아파트에 차 한 대가 있는 은퇴자에게 월 15만~20만원의 건보료는 부담스럽다. 정부는 소득에만 부과하는 게 맞다고 보지만 그러기에는 공사가 워낙 커 다지고 또 다져서 가야 한다는 입장도 만만치 않다.



▷여기를 누르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소득기준으로 부과할 때 됐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간호학
건강보험제도는 고액의 의료비 부담으로 인한 가계 파탄을 방지해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권리와 존엄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가 시행하는 사회안전망이다. 기본원리는 경제적 능력에 비례해 보험료를 부담하고 혜택은 차별 없이 누리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의 건보료는 경제적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직장인과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소득·자동차·재산이 같다면 보험료가 비슷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 부과체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직장가입자는 근로소득에만 부과하지만 지역가입자는 소득 파악률이 낮다는 이유로 소득·성별·연령·자동차·재산에 부과한다. 따라서 대체로 자영업자가 더 부담한다. 실직 또는 은퇴 후 지역가입자로 되면 소득은 감소하나 전(월)세·주택·자동차 등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올라가는 모순이 다반사로 발생한다. 또한 직장가입자의 부모는 피부양자로 등재돼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고 무직자의 부모는 납부해야 한다. 직장가입자가 애를 낳으면 보험료에 변동이 없지만 지역가입자는 올라간다. 직장가입자 내에서도 근로소득만 있는 직장인과 다른 소득이 추가적으로 있는 직장인 간에 불공평이 존재한다.



 현재의 이원화된 부과체계는 25년 전에 도입됐는데,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낮아 경제적 능력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자동차·재산 등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보험료를 설정하게 됐다. 당시로서는 최선의 대안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지역가입자의 소득 파악률이 상당히 높아졌는데도 여전히 종전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신용카드 사용과 현금영수증이 획기적으로 늘어났고 국세행정이 크게 개선됐다.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자영업자 소득 신고율이 96.7%이다. 퇴직·양도·상속·증여·금융·일용근로 소득을 포함하면 소득 파악 세대는 95%까지 올라간다. 25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 따라서 소득기준으로 보험료를 부과할 수 있는 여건이 형성됐다. 그리하면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국민적 수용성이 크게 향상될 것이다.



 ‘직장인은 유리알 지갑’이라는 표현은 타당한 측면도 있지만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동일한 보험료를 납부하고 있는 직장인과 지역가입자를 표본 추출해 모든 소득과 재산을 조사해 보면 직장인의 경제적 능력이 지역가입자보다 평균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 현행 구조를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으나 그러기에는 상황이 너무 악화돼 있다. 일단 부과체계의 축을 종합소득 중심으로 전환해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고, 보험료 변화폭이 큰 가입자에 대해서는 3~5년간 분할 적용해 충격을 완화하면 될 것이다. 피부양자 제도, 성별 및 연령 부과는 폐지해야 한다. 재산에다 보험료를 부과하지 말고 거기서 소득이 발생할 때에 부과하면 된다. 다만 소득은 없으나 재산이 많은 지역가입자에 대해서는 보완적으로 일정기준 이상의 재산에 대해 부과할 수 있을 것이다.



 금융소득·연금소득은 일정액 이하는 면제하고, 일정액 이상만 부과하되 보험료율을 절반 이하로 낮추어 적용하면 된다. 퇴직·상속소득에 일시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이같은 일회성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 소득이 없으면 최저 기본보험료를 매기는 것이 현재의 성·연령·자동차 방식보다 수용성 면에서 낫다. 저소득 다자녀 세대의 부담 완화 측면에서는 세대당 기본보험료가 바람직하다.



 건강보험공단의 추계에 의하면 소득 중심으로 개편할 경우 직장인의 80% 정도는 보험료가 인하되거나 변동이 없고, 근로소득 이외의 소득이 있는 고소득자는 보험료가 인상되며, 지역가입자는 대부분 보험료가 인하될 것이라고 한다. 보험료 부담의 형평성과 공정성을 제고해 국민적 수용성을 높이고 건강보험제도의 지속성과 보장성 확대에 기여할 수 있도록 소득중심의 보험료 부과 체계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진현 서울대 교수·간호학





납부 불만 고려해 조금씩 바꿔야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지난 3년 동안 건강보험이 흑자를 내면서 지난해 말 8조2000억원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다. 불경기로 병원 이용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이다. 그럼에도 내년 건강보험료율이 직장가입자의 경우 소득의 5.99%에서 1.35% 인상돼 6.07%가 될 예정이다. 국민의료비는 이미 100조원을 넘어서서 국내총생산(GDP)의 8%에 근접하고 있다. 앞으로도 고령화 과정에서 국민의료비는 매년 10%대의 증가율을 보일 것이고 이에 따라 건강보험료도 계속 인상될 것이다.



 최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선기획단의 개선 방안이 공개됐다. 개선안의 주요 내용을 간단히 말하면 직장과 지역가입자의 모든 소득에 건강보험료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가입자 계층 간 보험료의 형평성을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고령화나 4대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등에 따른 보험진료비 지출 증가에 대비해 보험료 수입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가입자들이 건강보험료를 세금과 다르지 않게 생각하게 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조세 저항보다 보험료 저항이 더 클 수 있다.



 건강보험은 2000년 통합하면서 단일 제도가 되었음에도 가장 핵심적인 직장과 지역가입자들의 보험료 부과체계를 통합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가입자 계층 간에 보험료 부담을 둘러싼 형평성 문제가 줄곧 제기돼 왔다. 직장가입자들은 본인들의 근로소득이 모두 드러나는데 지역가입자들은 소득을 은폐한다고 생각한다. 반면 지역가입자들은 직장가입자들의 자산·자동차와 이자·임대 등의 소득에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고, 소득이 있는 피부양자에 대해서도 추가로 보험료를 징수하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직장을 퇴직해 지역가입자로 전환되면 소득이 없는데도 보험료가 오르고 또 수시로 바뀌니 관련 민원이 연간 5700만 건이 나올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의 보험료율 5.99%는 직장가입자들에게 적은 금액이 아니다. 이는 2012년 근로자들의 실효소득세율 4%보다 더 높다. 그런데 개선안은 여기에다 이자·임대 등 다른 소득에도 보험료를 부과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건강보험료의 6.55%를 장기요양보험료로 낸다. 건강보험료는 노후에 더 많은 금액으로 돌려받는 국민연금과 성격이 전혀 다르다. 특히 저소득 가입자들한테 건강보험료는 ‘안 내고 버티면 된다’는 비소비지출성 비용으로 인식돼 있다.



 따라서 소득에만 부과하는 방식으로 완전히 틀을 바꾸지 말고 문제점을 손질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지역가입자의 경우 소득이 발생하지 않는 자산이나 자동차, 전·월세 등에 임의로 소득을 추정해 보험료를 징수하지 않아야 한다. 주택 1채와 자동차 1대, 그리고 전·월세에 대해서는 가입자들의 기본생활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 보험료를 부과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렇게 하면 불만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수를 감안하지 않고 보험료를 매기는 것도 문제다. 달린 식구가 늘어날수록 보험료를 좀 더 매겨야 한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 등 사회적 변화에 따라 건강보험의 관리시스템이 가족 중심에서 개인 중심으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또 피부양자 중에서 금융·임대·연금 등의 소득이 있는 경우 피부양자에서 제외해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 1인 1보험료 체제로 가야 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령자들이 지역가입자를 구성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이자 소득이나 임대 수입 등으로 근근이 노후를 이어갈 텐데 이들에게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보험료율을 적용할 수 없을 게다. 고령자들은 보험료를 줄이기 위해 자산 포트폴리오를 적극적으로 바꿀 것이다. 따라서 보험료 부과체계를 소득으로 단일화하면 상대적으로 소득이 쉽게 드러나는 젊은 근로자들에게 부담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보험료 부과를 소득 기준으로 원만히 가기 위해서는 현재 제도에 대한 불만부터 최소화하고 보험료를 매기는 소득의 범위를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야 한다.



김원식 건국대 교수·경제학
공유하기
광고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