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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북핵 해결 못하는 한·중 관계 격상은 의미 없다

중앙일보 2014.06.27 00:23 종합 34면 지면보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다음 달 3, 4일 방한한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평양보다 서울을 먼저 찾는 것은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처음이다. 형식은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 방중에 대한 답방이지만 내용은 시 주석의 한국에 대한 ‘매력 공세(charm offensive)’다. 박근혜-시진핑 시대를 맞아 한·중 관계가 눈에 띄게 가까워지고 있다. 시 주석 방한을 계기로 양국 관계를 동맹의 직전 단계인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 관계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말까지 들린다.



 시 주석이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함으로써 주변국에 주고자 하는 외교적 메시지는 분명하다고 본다. 한·중 밀착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하고 있다. 또 한국을 끌어들여 한·미·일 3국의 대중(對中) 포위망을 구축하려고 노력 중이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 중국과 일본은 과거사와 영토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중·일이 대치하고 있는 동중국해에서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중국으로서는 어떻게든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당겨 한·미·일 결속에 틈새를 만들고, 한·중의 대일(對日) 공조를 강화하고 싶을 것이다. 시 주석이 부인까지 동반해 한국 국민에 대한 구애(求愛) 공세에 나서는 것은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본다. 방한 기간 중 시 주석 부부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참배하고, 한류 스타와 만나고, 한국의 문화유적지와 전통명소를 찾는 등 한국 국민의 마음에 다가서기 위한 다양한 행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짧은 기간에 한·중 관계는 인적 교류와 경제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였다. 수교 당시 13만 명이었던 상호 방문객 수는 지난해 829만 명으로 폭증했다. 64억 달러였던 교역액은 2742억 달러로 팽창했다. 한·중 간 교역 규모는 한·미, 한·일 간 교역액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이에 맞춰 양국 관계도 선린우호관계에서 협력동반자관계를 거쳐 전면적 협력동반자,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단계적 격상을 거듭해 왔다.



 특히 지난해 베이징 정상회담 후 발표한 ‘미래비전 공동성명’에서 양국은 외교·안보·군사 등 정치적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를 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말뿐이지 가시적인 진전은 별로 없었다. 한·미 동맹과 북·중 관계의 현실적 제약이 근본적 요인이긴 하지만 그 못지않게 중요한 이유가 북핵 문제다. 북핵 문제 해결에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태에서 한·중 관계 격상은 공허한 외교적 수사로 느껴질 뿐이다.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는 것을 그저 바라만 보고 있어야 한다면 중국과의 관계 격상이 우리에게 무슨 소용인가. 전략적 협력동반자든 전면적 전략협력동반자든 한국 국민에게는 그 차이가 와닿을 리 없다. 중국의 역할에도 한계가 있고,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문제가 있다고 베이징은 항변하겠지만 그래도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열쇠를 쥐고 있는 나라는 여전히 중국이라는 게 한국인들의 믿음이다.



 시 주석은 진정으로 한국 국민의 마음과 가슴을 사로잡고 싶은가. 방법은 간단하다.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못하도록 막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일 수 있는 비책(秘策)을 갖고 서울에 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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