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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짝! 짐승소리, 오싹! 공동묘지 … 더위야 물렀거라

중앙일보 2014.06.27 00:07 Week& 4면 지면보기
지난 14일 강화산성을 오르고 있는 아웃도어스쿨 참가자들. 뒤편으로 강화읍과 파주시 한강변 불빛이 보인다.


스틱 사용법을 설명하고 있는 구은수(왼쪽) 강사.
아웃도어스쿨 열두 번째 수업은 ‘야등(夜登)’, 즉 야간 산행이다. 행선지는 인천 강화도. 애초 해안선을 따라 섬 일주를 해볼까 생각했지만 거리를 재보니 1박2일 일정으로는 턱없이 모자랐다. 욕심을 버리고 섬을 동서로 횡단하기로 했다. 강화산성 남문에서 시작해 산성 길과 저수지, 고려산(436m) 정상을 거쳐 서쪽 능선으로 떨어지는 약 13㎞ 코스다. 한밤중에 올라가 이른 아침 하산하기에 적당했다.

[중앙일보·네파 공동기획 아웃도어스쿨] ⑫ 야간 산행 <끝>





더운 날엔 야간 산행이 최고



야간 산행은 한낮 폭염을 피해 해가 떨어진 뒤 산에 오르는 것이다. 날씨가 무더운 여름날엔 땀이 많이 배출돼 자칫 탈진할 수 있으며, 일사병과 열사병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저녁 운동은 혈당을 낮춰 당뇨나 고혈압이 있는 사람에게 좋다고 한다. 여름철 야등 인구가 늘고 있는 이유다.



야간 산행은 준비할 게 많다. 행선지 정보뿐 아니라 준비물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돌이 많은 길이나 너덜지대는 되도록 피하는 게 좋다. 밤에 움직이다 보니 돌부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어서다. 국립공원에서는 일몰 후 산행이 금지돼 있다.



지난 14일 오후 6시 아웃도어스쿨 참가자 10명이 강화버스터미널에 모였다. 강화도는 서울에서 가까워 접근이 쉽고 등산로가 흙길이라 밤에 걷기에 무난한 장소다. 섬 한가운데에 야트막한 산이 연달아 솟아 있어 한 등성이 올라설 때마다 그림 같은 야경이 반겨 주기도 한다.



다들 배낭을 짊어진 자세에서 베테랑의 향기가 묻어났다. 윤달원(47)씨는 큰 배낭을 메고 어깨에 카메라를 걸친 차림이 영락없는 백패커(Backpacker)였다. 역시나 그는 “주말마다 산행이나 백패킹을 즐긴다”고 소개했다.



등산 동호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박효은(26)씨는 “산에는 자주 가지만 야간 산행은 한 번도 안 해봐 배울 게 많을 것 같다”며 기대에 차 있었다. 스포츠 클라이밍으로 다져진 체력을 자랑하는 주부 정명지(39)씨는 “남편이랑 함께 신청했지만, 나만 간택됐다”며 좋아했다.



등산 코스는 강화버스터미널에서 강화산성 남문으로 이동한 뒤 계속해서 서진하는 루트다. 남문(해발 15m)에서 남산 남장대(202m)에 올라 국화저수지(45m)로 내려온다. 저수지에서 다시 오르기 시작해 청련사(145m) 앞을 지나 고려산(436m) 정상에서 능선을 따라 고천리 고인돌군(273m)과 낙조봉(315m)을 거쳐 월명리 버스정류장(40m)으로 내려온다. 산행 코스의 해발고도는 최고 436m, 최저 15m이니 표고 차는 421m다. 표고 차가 크지 않은 편안한 길을 선택한 이유는 한밤중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다 보면 체력 소모가 많아 안전 사고가 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 둘레길인 강화나들길 15코스 고려궁 성곽길과 5코스 고빗고개길을 지나며 고려산을 넘는다.



오후 8시 강화산성 남문에서 출발했다. 출발 전 간단하게 스트레칭을 한 뒤 일행을 안내할 구은수(44) 서울시 산악조난 구조대장이 등산 스틱 사용법부터 설명했다.



“밤길이니까 시작부터 헤드랜턴과 스틱을 사용하겠습니다. 스틱 길이는 팔꿈치 높이까지 올라오는 게 좋고요. 내리막에서는 길이를 조금 늘이면 됩니다. 무엇보다 스틱으로 뒷사람을 찌르지 않도록 간격을 널찍이 두고 걷는 게 좋습니다.”



산성을 따라 20분을 올라 강화산성 남장대에 도착했다. 야트막한 산이지만 김포 방면 한강을 따라 온갖 종류의 네온사인이 한눈에 들어왔다. 확 트인 전망을 바라보며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혔다. 얇게 낀 안개 사이로 보름달이 동쪽 능선 너머로 솟아오르고 있었다. 태양은 이미 수평선 너머로 떨어진 뒤 오래지만 보름달은 이제야 샛노랗게 달아오르고 있었다. 말 그대로 황금빛 월출이었다.



남장대에서 국화저수지 가는 길에 난데없이 공동묘지가 나타났다. 무성한 수풀 속에서 ‘국화리 공동묘지’라는 이정표를 보니 몸이 오싹해졌다. 여성 참가자들은 작은 짐승 소리에도 놀라 비명을 지르기도 했다. 이것 또한 야간 산행의 매력이었다. 혼자였다면 한밤중에 이런 길을 걷겠다는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안개 속에서 달콤한 비바크



한밤 중, 고려산 정상 군부대 앞을 지나고 있다.
산성에서 고려산 정상까지는 3시간가량 걸렸다. 7㎞ 남짓한 거리지만 밤길이다 보니 평소보다 발걸음이 더딘 탓이다. 여기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일종의 비바크(Viwak·임시 야영)인 셈이다.



각자 배낭에서 침낭과 매트리스를 꺼내 체온이 떨어지지 않도록 단단히 몸을 감쌌다. 야간 산행은 때 아닌 폭우나 산안개를 만나 기온이 급강하할 수 있다. 이때 주의해야 할 것이 저체온증이다. 아니나 다를까 자정이 넘어가니 고려산 정상부가 짙은 산안개에 잠겼다. 이내 더운 땀이 차갑게 식고, 숨을 내쉴 때마다 입김이 나왔다. 낮엔 여름이었지만 밤에는 마치 초겨울 날씨 같았다.



“침낭이 없는 사람은 우모 재킷을 입고, 겉에 방풍 재킷을 껴입으세요. 혼자 떨어져 있지 말고, 일행과 같이 붙어 있는 게 체온 유지에 좋습니다.” 구 대장이 말했다. 일행은 고려산 정상 진달래밭 능선에 설치된 데크에서 잠시 눈을 붙였다. 달빛 아래로 희뿌연 산안개가 능선을 타고 넘나들었다.



새벽 3시에 다시 길을 나섰다. 산안개는 전혀 가시지 않고 오히려 더 두텁게 꼈다. 발 아래가 더 조심스러웠다. 이제부터는 내리막이라 더 신경이 쓰였다. 야트막한 산일지라도 운동화가 아닌 등산화를 신어야 하는 이유다. 길눈이 어둡기 때문에 미끄러질 위험이 크고, 그래서 미끄러지지 않는 등산화가 꼭 필요하다.



강화산성에 올라 시내를 내려다보고 있다.
오전 5시쯤 산행 마지막 거점인 낙조봉에 도착했다. 여기서 한 시간만 내려가면 이날 산행의 종착지다. 사위가 밝아지자 구 대장이 간단한 응급처치 시범을 선보였다.



“산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사고가 발목 염좌입니다. ‘발목이 삔다’고 하지요. 심하지 않은 발목 염좌는 119 구조 헬기가 안 떠요. 혼자 내려오든 일행의 부축을 받든 스스로 내려와야 하는 거죠.”



구 대장의 설명이 이어졌다.



“이때 응급 처치할 수 있는 게 손수건이에요. 일단 등산화 끈을 꼭 조인 다음 손수건을 이용해 발바닥과 발목을 고정하는 겁니다. 바닥에 손수건을 대고 잡아당겨 발과 발목을 결박하는 건데요. 발목을 한 번 감았다가 복사뼈 근방에서 묶어주는 매듭이 중요해요. 이걸 바로매듭이라고 합니다. 단단히 조이려면 손수건을 치켜올리며 복사뼈 쪽으로 당겨줘야 합니다.”



구 대장은 애초 참가자 개개인에게 응급처치 실습을 시킬 생각이었지만 시간이 없어 시범만 보였다. 서 있기만 해도 스르르 눈이 감길 정도로 피로가 엄습했기 때문이다. 전날 오후 8시 길을 나서 자정께 잠깐 눈을 붙인 것 말고는 밤새 걸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오전 6시가 조금 넘은 시각, 종착지인 월명리 버스정류장에 도착했다. 모두 말이 없을 정도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한편으로는 뿌듯함도 엿보였다.



김민진(27)씨는 “밤새 귓가에 전해진 풀벌레 소리는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며 “깜깜한 산 속을 걸을 때 뒤에서 나를 비추는 동료의 헤드랜턴 불빛이 정말 고마웠다”고 말했다. 김씨의 소감에 모두 손뼉을 치며 1박2일의 야간 산행을 마무리했다.



초보자 명심보감



장비
=야간 산행에서 헤드랜턴은 필수다. 손전등보다는 이마에 부착하는 헤드랜턴이 더 편리하다. 되도록 밝은 것을 고르자. 만약을 대비해 여분의 랜턴과 건전지를 챙겨 배낭 윗부분에 넣어두는 것이 좋다. 장마철엔 여분의 옷도 준비해야 한다. 재킷은 랜턴 불빛에 반응하는 형광 물질이 가미된 것이라면 더 좋다. 단체 산행이라면 배낭 앞뒤로 낚시용 케미라이트를 달면 식별에 도움이 된다. 야간 산행에서 물은 많이 챙길수록 좋다. 땀이 많이 나는 사람은 정제 소금을 준비하면 탈진을 예방할 수 있다. 걷다가 갑자기 기온이 내려갈 때는 우모 재킷과 방풍 재킷을 챙겨 입어야 한다.



응급 처치=발목 염좌는 발목이 뒤틀리면서 관절이나 인대가 늘어나는 부상이다. 손수건이나 슬링(등반용 끈)을 이용해 발목을 고정할 수 있다. 관절을 주무르거나 마사지하는 것은 부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이 밖에도 기본적인 구급약품을 갖고 가는 게 좋다.



안전 야간산행 방법=밤길은 낮보다 시간이 더 많이 걸린다. 1.5배 정도 걸린다고 보면 틀리지 않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산길을 선택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행 중 한 명은 반드시 코스를 잘 아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는 GPS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나와 있는데, 등산로를 미리 다운받아 가면 많은 도움이 된다. 출발 전 스트레칭은 필수다.  



글=김영주 기자 사진=안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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