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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만 내민 채 얼어버렸다 … 퓰리처상 기자의 6·25 기록

중앙일보 2014.06.27 00:02



1951년 '대동강 철교' 로 수상
당시 종군기자 참전한 데스포
잘 알려지지 않은 36점 전시



































살려고 버둥거리다 그대로 얼어버린 손, 그리고 망자가 가쁜 숨을 내뱉었을 숨구멍. 파묻힌 눈더미는 그대로 무덤이 됐다.



 어른 장갑을 끼고 꽁꽁 싸맨 동생의 어깨를 감싸 안은 채 슬며시 웃음 짓는 형, 피난 가는 와중에도 웃음을 잃지 않은 이 형제는 어려움을 꿋꿋이 헤쳐나갔을까.



 64년 전 6·25전쟁 종군 기자로 한국에 왔던 맥스 데스포가 당시 찍은 사진들이다. 우리의 아버지·할머니들이 지나온 고난의 세월이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24일 일반 관람을 시작한 퓰리처상 사진전의 특별 프로그램의 하나로 기획된 ‘6·25, 잊혀진 전쟁’전에 걸린 사진들이다.



 1950년 6월 25일 북한군이 38선을 넘었다. 10년간 세계 분쟁지역을 누비고 이제 막 플로리다로 발령을 받은 AP통신의 사진기자 맥스 데스포는 상사에게 말했다.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돌아온 답은 이랬다. “그럴 필요 없네. 전쟁은 2주 안에 끝날 거야. 우리가 이긴다고.” 이렇게 시작한 데스포의 한국행, 3년이 넘도록 그는 한반도에서 사선을 넘나들었다. 그가 찍은 사진 중 ‘폭파된 대동강 철교’는 51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올해 101살인 데스포는 메릴랜드주에서 여생을 보내고 있다. 그가 퓰리처상 사진전 기획자인 시마 루빈에게 제안했다. “한국전쟁 관련 필름을 좀 갖고 있는데,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루빈은 그걸로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에 특별 컬렉션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중 36점의 미공개 사진을 추려 이번에 서울에서 전시를 열었다. 6·25전쟁 발발 석 달 뒤인 50년 9월부터 12월까지, 전쟁 기간 중 가장 긴박했던 4개월의 순간 순간을 담고 있다. 전시는 인천상륙작전 이후 서울 수복, 평양 탈환, 중공군 개입, 흥남 철수 등 4개 주제로 구분했다. 데스포는 말한다. “한국인들은 전쟁의 시작을 기념합니다. 한국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전쟁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권근영 기자



사진설명



맥스 데스포는 한국에서 지내는 3년 동안 종군 기자 경력 중 가장 혹독한 시련을 겪었다. 당시 그가 찍은 사진들. ① 눈 무덤 밖으로 나온 손끝, 1951년 1월 27일 경기도 양지. ② 열차 사이 연결 공간에 자리 잡은 피난민 가족, 50년 12월 황해도 신막 인근. ③ 피난 소년, 50년 12월 함경남도 흥남. ④ 무장 해제된 포로들, 50년 9월 22일 인천 - 서울. ⑤ 비탄의 흥남 부두, 50년 12월 20일 함경남도 흥남. [사진 AP 맥스 데스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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